생소할 수도 있는 이 직업에 대해 좀 설명하고 싶다. 일을 더하면 할수록 경력이 쌓이면서 몸값이 높아지는 포지션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고 싶다.
첫째 대학교를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된다.(하지만 다들 대학교에 발을 담그고 왔다)실력으로 지원하지 학력을 굳이 따지지 않는다.
내가 20여 년 전에 패턴을 배우러 간 첫날 학원 선생님이 "돌도 배운다"라 는 슬로건으로 시작해서 금방 적응했다. 설마 내 머리가 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은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지난 5년 전, 당시 경력 15년이 넘어가면서 연봉 6 자릿수인 1십만 불을 돌파했고, 매년 5%, 3%씩 연봉 상승 후 현재는 한 달 1만 불의 수입으로 고졸의 여자 직업이 그것도 50대의 나이에 남편보다 수입이 높아져서 퇴근 후 집에 가면 남편이 내 저녁을 차려주며 기다리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이번 연도 5월 말에 부득이한 사고로 왼쪽 발목을 다치게 되어 1달 동안 수술과 입원으로 회사를 못 나갔다 가 원래 정형외과 의사는 3달을 쉬라고 했었는데 회사 사정이 요즘 빡빡해서 부득이 1달만 쉬고 바로 출근했더니 얼마나 반가워하던지 부사장이 따로 연봉의 5% 를 보너스로 챙겨주었다.
거의 앉아서 컴퓨터로 일하는 거라 굳이 집에서 따분하게 누워서 시간 때우기 싫었다.
일 자체는 너무 재밌고 스트레스 별로 안 받는다. 스트레스를 99% 안 받는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고 90% 정도는 메인 디자이너가 다 욕받이처럼 대표로 받을 때가 많다. 그럴때면 메인 디자이너가 화풀이 상대로? 우리 테크들에게 옷이 자기 그림대로 안 만들어졌다고 책임을 전가할 때는 어쩔수없이 살짝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는 다행히 우리 디자이너랑 친구처럼 친해서
" 네 그림에도 원피스 길이가 이 정도 였어~"
하고 웃으면서 말하면 서로 훌훌 털고 만다.
나머지 10%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건 대부분 상품을 만들어 보낸 외국 벤더가 스펙을 트집 잡으며 스트레스 줄 때가 있다. 또 가끔은 의류 판매 중에 별 시덥잖은 이유로 리턴 받았을 때 그 사유가 옷 핏에 대한 컴플레인으로 앞으로 조심할 것을 당부한다.
하지만 그 리턴 이유는 그다지 와닿지 않을 때도 많다. 거의 변명에 가까운 고객들의 리턴 사유들이다.
-길이가 너무 길어서, 암홀(겨드랑이)이 너무 껴서.. 혹은 팔뚝 부분이 여유롭여서.. 등등
우리가 핏 모델을 한 두 명은 사용해서 입혀보며 최종적으로 프로덕션에 보내질 때까지 보통 5-6번의 피팅이 있는데 분명 그사이에 여기저기를 손 보아서 고치고 또 고치기를 반복했지만 사람의 몸이 다 다른지라, 어떤 사람은 우리가 보기에도 L사이즈인데 굳이 M이라 우기고 또 어떤 사람은 넉넉한 게 좋다고 한 사이즈 크게 입을 때도 있고 대중이 없다. 그러니 자기 몸에 딱히 맞지 않을 때 옷을 리턴하며 그 이유를 핏에 넘기는 것이다.
암튼 직장 생활하며 10% 의 스트레스 만으로 억대 연봉자라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거기다가 4대 보험(고용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 건강보험)도 빵빵하고 휴가도 1년에 다 모아서 가면 4주의 시간이 되니(아쉽게도 우리 부서는 한꺼번에 10일 이상 쓸 수는 없다), 1년에 2-3번은 1주일 이상 여행을 가곤 한다.
내년 초에는 딸이 있는 스페인에 10일 다녀오려고 한다. 아직 6개월 후인데 유럽여행은 처음이라 너무 기대가 된다. 티켓을 알아보고 여행지를 찾아보는 중인데 역시 여행은 계획할 때가 가장 설레인다.
테크 디자이너의 일이란 거버(Gerber)라는 프로그램으로 옷의 다양한 조각들을 컴퓨터에 입력해서 만드는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나와서 대중화된 것은 15년도쯤 된 것 같다. 그전에는 다 손으로 그리고 가위로 일일이 잘라 댔다. 그래서 그 당시는 손가락 터널 증후군 걸린 분들도 있었다.
5년 동안 막일로 그리고 자르고 하다 어느덧 회사에서 거버 시스템으로 바꿔주고 개인 교습도 시켜서 하루아침에 컴퓨터로 옷을 뜨기 시작했다.
손에 익숙하던 패턴을 자그마한 컴퓨터 화면으로 그러보려니 정말 몇 달 동안은 내 맘대로 안되고 옷이 정사각형 네모 모양으로 멋대가리 없이 만들어졌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컴퓨터로 일을 하면 나중에 직원 숫자가 그만큼 다 필요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우리 패턴사들이 제대로 잘 배우게 되기를 인내로 기다려 주었다.
이제는 다시 손으로 그리라고 하면 더 시간이 걸리고 또 짜증이 날 것 같다. 거버 프로그램이 손에 익으니 하루에 패턴을 2배는 더 빨리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진짜 거짓말 보태서 호떡처럼 후다닥 구워냈다.
특히 한국 회사에서는 "빨리빨리"가 최선이었다. 하루에 20여벌의 옷들 만든다고 하면 그게 컴퓨터로 만든 거라 감당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9년 전 미국 회사로 옮겨보니 여기는 오히려 반대다. 한 벌을 만들어도 하나도 틀림없이 완벽한 패턴을 만들어서 그 프로덕션까지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게 첫번째 미팅에서 그 스타일이 뽑혀가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하루 1벌을 만들 때 가 더 어렵다.
노치가 잘 배합된 있나, 그 라인이 제대로 그려져 있나, 샘플 만드는 분들이 한눈에 보기 편하게 쉽게 설명을 적어놔야 한다.
이제는 20여년 경력으로 성격과 능력이 많이 꼼꼼 해져서 예전 초반처럼 사고 내고 그런적은 거의 없다.
우리 테크 디자이너의 사고란 원단을 자를때 앞뒤를 구분 못하고 실수로 다 잘라버렸을때 혹은 사이즈에 맞춰 그레이딩을 하는데 그게 각자 잘 안맞았을때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