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은,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었다.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있어야만 다친 게 아니다.
슬퍼서 눈물을 흘려야만 괴로운 것도 아니다.
사람은 말하지 않고, 내색도 없이 조용히 아플 때가 있다. 나 역시 그랬다.
작년, 발목을 크게 다쳐 철심을 박고 나서야 깨달았다.
통증은 단지 육체의 문제가 아니라, '남들은 모르는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는 사이, 계단 앞에서 숨을 고르고, 사람들 틈에서 조용히 뒤처지는 나를 감추었다.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안쪽엔 크고 깊은 고요한 통증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상처가 아물 즈음, 사랑하던 존재들이 이 세상을 떠나갔다.
삶의 버팀목 같던 존재가 사라진 자리는 어떤 말로도 메워지지 않았다.
그 빈자리는 말없이 오래 남았고, 무언의 통증으로 남아 있었다.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상처는 때로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그리고 슬픔의 모양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도.
시간이 흘렀고, 아픔은 내 안에 자리를 잡았다가 조금씩 흩어졌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이전보다 조금 더 단단해졌고, 조금 더 성숙해졌다.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치던 장면들,
절뚝이며 걷는 누군가의 발걸음이나, ‘괜찮다’는 인사 속에 숨겨진 침묵의 무게가 이제는 마음에 오래 남는다.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아픔을 통해 배워지는 것이다.
내 불편함, 상실, 결핍의 경험은 이제 다른 이의 고통에 눈을 돌리지 않게 만든다.
누군가의 상실을 들었을 때,
이젠 말보다 곁에 머무는 조용한 손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눈빛 하나, 작은 배려 하나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될 수 있는지도.
아픔은,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었다.
내가 겪은 시간들이 나를 바꾸었다.
이제 나는, 내 상처를 딛고 누군가의 아픔에 조용히 시선을 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조금은 느려도, 조금은 멈춰도, 그 곁에 함께 머무를 줄 아는 사람.
그것이 아픔이 내게 준 가장 단단한 선물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