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부지는 왜 그랬을까(20200428)

아버지의, 아버지를 위한..

by 로벤

울 아부지

1951년 12월 27일(음)생

전쟁 통에

지지리도 가난했던 무늬만 교육자인 할부지의 6남매 자식들중 둘째로 태어나

끼니를 제대로 먹지 못해 하체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컴플렉스가 되어

나이 50 60 넘어서도 목욕탕 가서 자신의 다리 드러내는 걸 창피해하는,

총각 때 하늘을 날아다니던 사진이 있을 정도의

태권도 고(?)유단자에

당구는 500이상을 치며 대구 당구계에서는 나름 이름 있었던,

나팔바지 정장을 입고 다닐 정도로 패션에 일가견이 있었으나,

당신은 대학에 일하러 다니면서도 자식 교육에는 별관심이 없었던 우리 할부지 덕분에

가방끈은 짧디짧아

어릴 적부터 어둠의 유혹을 여러 번 받았더랜다.


아부지 나이 29에 중매로 울 어머니 만나

나 태어나기 전까지도 옛날 버릇 버리지 못해

밤새 당구장에 있는 아부지를 어머니가 끌고 나오길 여러 번.

내가 세상에 태어난 그날부터 거짓말처럼 당구장을 끊고,

그간의 가정을 겉돌던 방황도 끝내고,

오직 가정에만 충실한 가장이 된다.

물론, 너무 '가정에만' 충실한 가장이 되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밝혀지지만.


몇 평 밖에 되지 않던 만두가게 하던 시절,

단칸방 냉장고의 벽 사이에 넣어두었던 아부지어머니의 동전 지갑에서 500원짜리 동전 하나씩

빼내 동네 오락실에서 기량을 갈고 닦길 1주 정도.

결국은 들통이 나서 비가 많이도 오던 그날

2층 주인집 성재네를 거쳐 옥상에 식재료를 쌓아두었던 천막 속으로 들어가 오들오들 떨던 그날이며,


학교에서 학예회 연습을 위해 연극 연습이 한창이던 그날,

그날도 비가 많이도 왔고, 가끔은 천둥번개도 치던 날이었는데

드르륵 소리와 함께 검은 회색으로 보이는 실루엣이 아부지임을 알고는

책상 뒤로 뛰어들어 숨어서 책상다리 사이로 두리번거리던 아비를 몰래 보던 그날이며,


몇 번의 이사를 거쳐

처음으로 아파트다운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었던 날,

이사가 며칠 남았는데도, 부모님 만두 가게 늦게까지 하고서도 늦었던 그 시간에

온 식구들이 이사갈 집에 가서 뜯다 남은 벽지를 마저 뜯어내고

빗자루질을 하며 웃음 속에 눈물을 조금은 머금었던 그날이며,


술 한 잔 거하게 취했던 그날,

다음날 장사할 반죽에 들어갈 무말랭이를 기계에 밀어넣어 갈아내다가

당신의 손가락이 딸려 들어가 왼쪽 중지 한 마디가 날아가고,

그 한 마디는 기계 속에서 갈려버려 접합 수술도 할 수 없었던

그 통증에 아부지 고통스러운 비명 질렀던 그날이며,


나와 동생이 함께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내가 3학년이고 동생이 1학년이라 어머니가 아침마다 도시락 네 개 싸던 그 때,

그 술 좋아하는 양반이 나와 동생 태우고 집에 오겠다고

3-4년 간의 시간을 저녁에 술 한 잔 하지 않고서 야자 이후 심야야자 끝난 아들들을

자랑스레 데리러 왔던 그날이며,

-데리러 온 사람들 대부분 어미들이었는데, 그 가운데 울 아부지 부끄럼을 느끼면서도 뿌듯했다 한다.


서울 사립대학 비싼 등록금 내고 다니면서도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용돈 받아 쓰던 그 시절,

학점관리라곤 생각도 못하고 마시고 놀러다니고, 밤새 인생이야기나 하던 그때

그때가 지나고 군대 다녀와서 복학했던 그 학기.

등록금 240만원 주에 1/3 장학금 받아 80만원 장학금이 찍힌 등록금고지서 들고

수협 가서 창구 직원에게 자랑스레 이야기하며 등록금 납부하던 그날이며,


내 동생 결혼하던 날,

세상에 하나뿐인 당신 친동생 부부로부터 생각치 못한 모욕을 듣고서

이미 뿔뿔이 콩가루가 된 집안에서 그나마도 서로 의지하가 살던(산다고 생각했던)

삼촌네와도 의절하고 살아야 하는 세월도 견뎌내야 하는 그날이며,


평생 당신을 일방적으로 챙겨주기만 할 줄 알았을 울 어머니

뇌혈관이 터져 의식이 사라져가던 때,

그날따라 술 드시고 일찍 주무시지 않아 119 신고며 병원에 함께 가서

40년 가까운 세월 어머니로부터 받기만 했던 은혜들을

한 방에 갚아버리고는

변하지 못하고 다시 또...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버린 그날이며,


박정희, 이승만 이야기 하다가 서로 얼굴이 붉어지던 그 때,

고래고래 소리까지 지르며 날을 세웠던 그 때

세월호 이야기를 빈정거리며 꺼낸 고모에게 소리 질렀던 그날,

차례 지낸 명절 날 식사 자리에서 정치 이야기가 화제로 떠올라

친척들 모인 자리에서 크게 화를 내고 내 아비를 쏘아붙였던 그날들.


을 기억해보며,

지난 수십년 간의 아부지의 말과 행동이 왜 그러했는지 생각해보는 것.

내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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