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의 기록 - 03.14.

Prologue: 달콤한 초콜릿 대신,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두 줄

by 블루퍼
※ 본 글은 아직 공식적인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자가진단키트 양성 반응 후 작성하였으며, PCR 검사 이후 결과를 지켜보아야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


309,769명. 3월 13일 기준 일일 확진자 통계다. 매일 오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확진자 통계를 바라보며 한숨을 쉰다. 이미 학교에서는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확진되었고, 심지어는 내 룸메이트까지 확진된 바가 있는지라 코로나가 나를 향해 점점 다가오는 듯한 느낌은 들었다. 하지만 '설마 내가 걸리겠어?'라는 물음은 기저에 깔려있었다. 몸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아 자가진단키트를 해봐도, 계속 붙어있던 친구가 확진이 되어 자가진단키트를 해봐도 음성이 나온 전적이 있을뿐더러, 정부의 지침을 충실히 따름과 동시에 개인적 찝찝함을 이겨내기 위해 빠르게 3차 백신 접종까지 마친 터라 나 자신에 대한 나름의 확신이 존재했다. 그동안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수차례의 전염병 확산 사태에서도 버텨왔고, 독감 백신 한 번 맞지 않고도 멀쩡히 버텨온 나는 이번에도 그렇게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헛된 생각이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 으레 월요일이 그렇듯이 침대에서 최대한 밍기적거리며 '학교 가기 싫어...'를 중얼대고 있었다. 학교에 있는 낮 동안은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오히려 근 세 달 만에 하게 된 운동에 근육이 당기고 피로함을 느꼈을 뿐, 일반적인 코로나 증상에 해당되는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매일 아침 진행되는 체온 측정도 36.5'c로 완벽한 정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문제는 밤이 되며 찾아왔다. 운동으로 인한 약간의 근육통과 피곤함이 겹쳐 침대에 누웠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는 새에 잠이 들었고, 일어나니 목이 유난히 칼칼했다. 학교 기숙사가 원래 건조해서 종종 자고 일어나면 칼칼함을 느끼기도 했고, 마침 창문을 열어놓고 잔 터라 가벼운 목감기겠거니... 하고 따뜻한 물을 가지러 나섰다. 마침 그 길에 코로나 완치 후 복귀한 친구를 만났고, 농담처럼 "야, 나도 코로나 같음. 목이 좀 칼칼하고 그래ㅋㅋㅋ"라고 말하자 오미크론 증세가 딱 그렇다고 어서 자가진단키트를 해보라고 권유받았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해보라는 학교의 권고도 있었고, 정말 확진이라면 빠르게 나오는 게 상책이었기 때문에 설마 하는 마음으로 키트를 사용했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자가진단키트는 T 줄과 C 줄이 있고, C 줄만 나오면 음성, T와 C가 함께 나오면 양성, 둘 다 나오지 않으면, 검사 오류이다. 그리고 검사 용액을 떨어트리면 T 줄의 위치를 거쳐 C 줄로 가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T 줄이 나오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면 음성이다.
SSI_20220106152957_V.jpg ▲ 일반적인 자가진단키트의 모습


하지만, 검사 용액이 T 줄을 지나자, 그동안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회색 줄이 희미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상당히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잠시 뒤 C 줄을 지난 용액이 붉은 줄을 그려냈다. 틀림없는 양성이었다. 내 눈앞에 놓인 두 줄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 모든 사고가 정지되는 듯했다. 검사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은 해봤지만, 오늘의 증상을 되돌아보니 그럴 확률은 0에 수렴했다. 하지만 빠르게 정신을 차려보려고 노력했다. 기숙사 사무실에 확진 사실을 알리고, 하루 종일 붙어있던 친구들에게 혹시 모르니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하여 확인해보라는 연락을 남긴 후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짐을 모두 챙기고 침대에 앉아있으니 왜인지 모를 허탈함이 느껴졌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왜 하필 나일까.', '당장 다음 주 모의고사는 어떻게 될까.', '가족들한테 미안하다.'와 같은 온갖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친구들에게는 애써 담담한 척했지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는 쉽지 않았다.

KakaoTalk_20220315_011333623.jpg ▲ 양성 반응이 나온 실제 자가진단키트. 이 모습은 알고 싶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걱정이 태산과 같다. 확실한 건 내일 PCR 검사를 받고, 모레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자가진단키트에서 양성이 나오면 대부분 확진이기에 요행을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크게 아프지 않고 빠르게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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