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 2 역지사지易地思之 - 입장 바꿔 생각하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관리소장이 늘 '하는' 7가지 찐? 소리
1. 저만한 사람 없습니다 2. 저희 수준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3. 너무 큰 기대를 하시네요 4. 저희가 동대표, 부하직원은 아니잖아요 5. 우리는 서면, 기록 좋아하지 않습니다 6. 뭐든 너무 서두르신다! 7. 하루 1가지 이상 업무 처리는 절대 안 합니다 (*대표 회장은 단지의 컨? 어른이시니 언제든지 하문해 주세요?!)
구멍 뚫린 그물: 법의 무력을 비웃는 하이에나들 - [배째라(미납자)], [장식맨(인테리어업자)]
관리사무소 책상 위에 놓인 4년 치 미납 명부를 볼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진다. 배째라의 미납금은 이미 천만 원 단위를 훌쩍 넘겼지만, 단전이나 단수 같은 즉각적인 조치는 법의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소장, 정말 방법이 없나?" 나의 물음에 소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내뱉는다. "회장님, 소송해서 집달관 올 때까지 최소 1년은 잡으셔야 합니다. 그게 이 나라 법입니다." 이 지독한 현실의 변주 속에서 법은 선량한 입주민이 아닌, 무법자들의 방패가 되어주고 있었다.
지하주차장에 폐기물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장식맨 역시 이 구멍 뚫린 그물을 비웃는다. "어이, 장식맨 씨! 이게 벌써 몇 번째요? 공용 공간을 당신 창고로 아는 거요?" 나의 서슬 퍼런 꾸중에 그는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이고, 회장님. 죄송합니다. 당장 치울게요!" 하지만 그의 눈은 웃고 있지 않다. '어차피 벌금 안 내고 버티면 그만인데'라는 독백이 그 비굴한 표정 너머 지층처럼 쌓여 있다. 규약상의 범칙금이 강제력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는 이미 영악하게 간파하고 있었다.
호가호위의 유산: 낡은 권위를 훈장 삼은 무법자 - [철판낯(전임 동대표)]
무법의 서사는 과거의 유착을 훈장 삼는 이들에게서 더욱 기괴하게 나타난다. 전임 동대표를 세 번이나 지냈다는 철판낯은 번호판 없는 차량을 본인의 동이 아닌 타동 주차장에 방치하며 질서를 우롱한다. 그는 과거 소장과의 밀실 협약을 통해 연체이자를 감면받았던 부정한 성공의 기억에 취해 있었다. "철판낯 씨, 이 차 당장 치우시오." 나의 경고에 그는 포효했다. "어이, 이재욱 씨! 내가 단지 어르신들이랑 어떤 사이인지 알아? 어디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려 들어!" 이때만큼은 이 세상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봉사직 아니 감정노동자의 한 사람으로 전락한다. 정말 왜 이 일을 하나? 자괴감마저 든다. 지금까지 욕먹지 않고 잘 살아왔는데...
그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폭언은 물론 폭행까지 일삼는 단지 내 시한폭탄이었다. 이미 업무방해로 벌금형을 받아 동대표 출마가 금지된 전력이 있음에도, 그는 여전히 입대의 와 선관위 회의장에 난입해 훼방을 놓았다. 벌써 경찰이 네 번이나 단지 내로 출동했지만, 그는 "경찰에 신고하라"라고 비웃으며 적반하장의 기세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과거의 부정했던 관행을 '권력'으로 착각하며 호가호위하는, 무너져가는 낡은 세계의 단말마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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