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 3 방관약화傍觀若火 - 나를 넘어 ‘우리’의 시각으로 본다
공동주택 동대표 등 주체들의 7가지 불문율
1. 의결정족수가 안되면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는 그냥 노는 거다 2. 입대의에서 의결하고 시행까지 3개월 걸린다 3. 동대표는 ‘욕먹는’ 감정노동 봉사직이다 4. 선관위는 입대의의 하부기관은 아니다 5. 관리실은 구정•추석 등 명절연휴 전후 2일 동안은 개점휴업이다 6. 관리소장은 정치적인 자리가 아니다 7. 고용승계는 ‘고인 물’이다!
맹점의 발견 - 숫자가 비웃는 무지의 안락함 (한정 관리부장 / 최규 기술이사)
관리사무소의 공기는 오래된 종이 냄새와 눅눅한 긴장감이 뒤섞여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한정 관리부장은 구청 공문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회장님, 이건 단순한 민원 수준이 아닙니다. 우리가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미뤄뒀던 수치들이 실은 우리 단지를 옥죄는 실질적인 족쇄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옆에서 태블릿 PC를 켜던 최규 기술이사가 굳은 표정으로 화면을 돌렸다. “보십시오. 1대당 연간 과태료와 미이행 부담금이 130만 원을 훌쩍 넘습니다. 법정 의무 대수 23대를 곱하면 매년 3,000만 원이 넘는 돈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셈입니다. 일회성 벌금이 아닙니다.”
나는 뒷덜미가 서늘해지는 소름을 느꼈다. (방백: 아, 얼마나 안일한 자기기만이었던가. 냉각기를 가지며 주민들 정서를 살핀다는 명분 뒤에 숨어, 3,000만 원이라는 숫자를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내 안의 비겁함을 마주한다.) “회장님, 지금 판단을 멈추시면 안 됩니다.” 한 부장이 서류 한 장을 더 내밀었다. “이번 달을 넘기면 정부 보조금 지원 자격도 박탈됩니다. 그렇게 되면 설치비 수억 원까지 입주민들이 온전히 떠안아야 해요. 위치 선정에만 매달려 시간을 버리는 사이, 우리는 이미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었던 겁니다.” 특정 정보에 매몰되어 전체 흐름을 놓치는 인지적 오류[1]는 ‘합리적 신중함’이라는 가면을 쓴 채 우리 단지의 판단력을 서서히 마비시키고 있었다.
지하의 수기 - 명분이라는 옷을 입은 비겁한 사익] (겉냉속딱 전 동대표)
“안 된다고 몇 번을 말합니까!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10*동 앞은 안 돼요. 절대 못 바꿉니다!” 관리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겉냉속딱 전 동대표의 목소리에는 서슬 퍼런 고집이 서려 있었다. 60대 중반의 단호한 눈매를 가진 그녀는 자식 세대에게 물려줄 아파트의 가치를 사수하겠다는 결연한 표정이었다. “전기차 화재 나면 우리 집 값 떨어지는 건 누가 책임질 거예요? 한전 선로가 가깝다는 건 관리소 사정이지, 우리 동 사람들 재산권을 이렇게 함부로 다뤄도 되는 거냐고!” 그녀의 항의는 논리보다는 본능적인 방어에 가까웠다.
(독백: 화재는 명분일 뿐, 사실은 당신 집 거실에서 내려다보이는 그 쾌적한 전용 주차 공간을 지키고 싶은 것이겠지. 자산 가치라는 우상이 이성을 잠식한 게로구나.) “대표님, 이건 선택이 아니라 법적 의무입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단지 전체가 매년 거액을 낭비하게 됩니다.” 내가 차분히 설득하려 하자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쏘아붙였다. “단지 손해? 그건 회의실에서나 하는 소리고! 내 집 앞 주차장 뺏기는 건 당장 내 손해야! 3,000만 원? 그거 주민들이 조금씩 나눠 내면 되지, 왜 우리 동만 희생양으로 삼아요!” 그녀는 스스로를 ‘주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투사’로 여기는 듯했으나, 그 내면에는 합리성을 거부하는 뒤틀린 고집[2]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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