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 3 방관약화傍觀若火 - 나를 넘어 ‘우리’의 시각으로 본다
공동주택 동대표 등 주체들의 7가지 불문율
1. 의결정족수가 안되면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는 그냥 노는 거다 2. 입대의에서 의결하고 시행까지 3개월 걸린다 3. 동대표는 ‘욕먹는’ 감정노동 봉사직이다 4. 선관위는 입대의의 하부기관은 아니다 5. 관리실은 구정•추석 등 명절연휴 전후 2일 동안은 개점휴업이다 6. 관리소장은 정치적인 자리가 아니다 7. 고용승계는 ‘고인 물’이다!
"풍경이라는 환상, 그 뿌리의 역습" (또파열 반장 / 기전실)
28년 된 고목들이 선사하는 전원주택 같은 정취는 사실 거대한 착각이었고, 관리 부재가 만들어낸 위험한 풍경이었다. 지하 주차장 배관 누수 현장에서 만난 또파열 반장은 흙먼지와 물기에 젖은 작업복을 입고 처참하게 파손된 파이프를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회장님, 이것 좀 보세요. 이 두꺼운 배관이 수압 때문이 아니라, 저기 위쪽 느티나무 뿌리에 조여서 터진 겁니다. 뿌리가 암세포처럼 배관을 감고 파고들었어요. 겉으론 울창해 보이죠? 속은 이미 비명이 가득합니다."
그의 목소리엔 수십 번 반복된 임시방편식 수리에 대한 피로감과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조직에 대한 원망이 섞여 있었다. 나는 흙 묻은 장갑을 벗으며 터진 배관을 허망하게 바라보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배관뿐만이 아니에요. 전면 주차장 쪽 관목들은 배기가스에 타 죽어가고 있고, 저층 세대는 낮에도 불을 켜야 할 만큼 나무가 창을 다 가렸습니다. 보안등 조도요? 나뭇잎에 가려져서 CCTV도 무용지물이에요." 또파열 반장의 고충 섞인 토로는 나의 무지를 사정없이 채찍질했다. 내가 '아름답다'라고 방치한 시간이 단지의 혈관을 막고, 누군가의 일상을 어둠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모르는 게 죄라는 사실을, 나는 터진 배관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뼈저리게 체감했다. [1]
"나무를 자르는 건 살생이다?" (뭔조경 & 절대NO 어르신 / 입주민)
조경 공사 추진 소식에, 예상대로 어르신들의 반발은 완강했고 분위기는 험악했다. 평소 인자하시던 절대NO 어르신이 지팡이를 바닥에 쾅쾅 쿵쿵 찧으며 목소리를 높이셨다. "이보게 한 소장직대! 이 나무들이 우리 단지의 역사야! 우리랑 같이 늙어온 동료라구! 어디 감히 톱을 대? 자연을 건드리는 건 천벌 받을 짓이야! 난 절대 반대일세, 절대!"
그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옆에 있던 뭔조경 입주민도 얼굴을 붉히며 거들었다. "맞아요. 자연은 건드리는 게 아니라고 배웠습니다. 전지 작업? 그게 다 나무 죽이는 짓이지 뭐예요. 그냥 두면 알아서 잘 자랄 것을, 왜 돈을 들여서 난리입니까?"
"회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저 울창한 나무가 좋잖아요!"라는 그들의 질문에 나는 입을 뗄 수 없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속으로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라며 그들을 지지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쑥스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지식이 없으면 판단의 핀트가 나갈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나는 그들의 분노 어린 시선 속에서 체감하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르신, 제가 잠시 착각했습니다. 나무가 울창한 것과 관리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라는 짤막한 사과뿐이었다. 몰입되지 않은 지식은 판단을 어긋나게 만드는 독이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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