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집을 허물지 않고 새 창문을 낼 수는 없다"

CH 3 방관약화傍觀若火 - 나를 넘어 ‘우리’의 시각으로 본다

by 관계학 서설 II

공동주택 동대표 등 주체들의 7가지 불문율

1. 의결정족수가 안되면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는 그냥 노는 거다 2. 입대의에서 의결하고 시행까지 3개월 걸린다 3. 동대표는 ‘욕먹는’ 감정노동 봉사직이다 4. 선관위는 입대의의 하부기관은 아니다 5. 관리실은 구정•추석 등 명절연휴 전후 2일 동안은 개점휴업이다 6. 관리소장은 정치적인 자리가 아니다 7. 고용승계는 ‘고인 물’이다!


"주변은 다 하는데 왜 우리만 안 됩니까?" - 원리(입주민, 민원 주도자)

"회장님, 벌써 8개월째입니다. 주차 차단기 모바일 사전등록, 이게 그렇게 대단한 우주 공학 기술입니까?" 리원의 목소리는 회의실 천장을 찌를 듯 날카로웠다. 그는 주변 단지들의 '스마트 홈' 홍보 리플릿을 마치 선전포고문처럼 테이블 위에 내동댕이쳤다. "옆 단지 동생네는 스마트폰 클릭 한 번으로 방문객 주차를 해결한다는데, 우리 단지는 왜 아직도 경비실에 전화를 걸고 수동으로 확인해야 합니까? 이게 입주민 개인정보보호 때문이라고요? 아니, 남들 다 하는 서비스를 우리만 못 하는 게 보호입니까, 아니면 무능입니까!"


이원의 도발에 옆에 앉은 말꼬리 입주민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띠며 거들었다. "회장님, 이전 회장님 때는 이런 거 건의하면 일주일도 안 걸렸어요. 지금은 소장 한 명한테 휘둘려서 단지 전체가 퇴보하는 거 아닙니까?" 말꼬리 입주민의 부인도 옆에서 다리 꼬고 앉아 팔짱을 낀 채 서늘한 눈빛으로 동대표들의 반응을 살폈다. '어디 한 번 논리적으로 대답해 보시지'라는 무언의 압박은 회의장의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전임 임원들은 비난의 화살을 피하려는 듯 슬금슬금 고개를 끄덕이며 나 소장을 쏘아보기 시작했다. 회의장은 순식간에 '무능한 관리'를 성토하는 성지가 되어버렸다. [1]

"불안은 무지에서 오고, 거부는 책임에 대한 공포에서 시작됩니다" - 임영(선관위원장)

나옳음 소장이 개인정보보호법의 위엄을 내세우며 "형사 처벌을 누가 지느냐"고 핏대를 세울 때, 뒤편에 앉아 있던 임영 선관위원장이 안경을 고쳐 쓰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 "나 소장님, 불안하신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법이 요구하는 본질을 놓치고 계신 것 같군요." 나 소장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임 위원장은 말을 이었다. "외부 업체 서버를 쓰는 것이 곧 위법이라는 논리는 비약입니다. 법이 요구하는 것은 딱 두 가지예요. 첫째, 입주민에게 개인정보 위탁 및 재위탁에 대한 명확한 '동의'를 얻었는가. 둘째, 그 관리에 대한 '책임과 절차'가 매뉴얼화되어 있는가입니다.


지금 소장님이 반대하시는 진짜 이유는 시스템의 부재가 아니라, 변화된 환경에 대한 지식의 부재와 그에 따른 막연한 책임 공포 아닙니까?" 나 소장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서류 끝만 만지작거렸다. 모름에 대한 방어기제가 '법적 근거'라는 가면을 쓰고 있었음을 임 위원장이 예리하게 꿰뚫어 본 순간이었다. 그러나 임 위원장은 곧이어 입주민들을 향해 돌아섰다. "하지만 오해하지 마십시오. 소장의 정보 범위에 흠결이 있다고 해서 당장 내일 시스템을 깔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통합의 효율성, 중복 투자 방지를 위한 예산 설정, 장기수선충당금 집행 일정과 입주민 수수료 산정 같은 현실적 변수는 여전히 단단한 벽으로 존재하니까요." [2]


"그럼 지금 하는 단지들은 다 범법자란 말입니까?" - 호호마(입주민 1, 2, 3의 대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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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속에서 '여유와 감성'을 잊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 35여년간 홍보, 마케팅, 브랜딩 분야에서 일을 했습니다. 말.글 그리고 그림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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