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 3 방관약화傍觀若火 - 나를 넘어 ‘우리’의 시각으로 본다
공동주택 동대표 등 주체들의 7가지 불문율
1. 의결정족수가 안되면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는 그냥 노는 거다 2. 입대의에서 의결하고 시행까지 3개월 걸린다 3. 동대표는 ‘욕먹는’ 감정노동 봉사직이다 4. 선관위는 입대의의 하부기관은 아니다 5. 관리실은 구정•추석 등 명절연휴 전후 2일 동안은 개점휴업이다 6. 관리소장은 정치적인 자리가 아니다 7. 고용승계는 ‘고인 물’이다!
"95%의 복불복, 우리는 공정이라는 이름의 도박을 하고 있다" (사익킹 / 난몰라)
아파트의 1년은 계약으로 시작해 계약으로 끝난다. 100여 가지가 넘는 계약서 뭉치 중 내가 직접 인감을 찍는 것은 관리업체 게약 등 단 4가지뿐이지만, 그 무게는 단지 전체의 혈관을 타고 흐른다. 입대의 회의실, '사익킹' 동대표가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서류를 뒤적이며 입을 열었다. "회장님, 요새 세상이 어느 때인데 제한경쟁을 합니까? 무조건 일반경쟁에 최저가로 가야 뒷말이 없어요. 우리 단지 입주민들 무서운 거 모르십니까?" 그의 말에 '난몰라' 동대표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요. 품질이야 나중에 따지더라도 일단 가격이 제일 싸야 우리가 욕을 안 먹죠. 좋은 게 좋은 거 아닙니까?"
그들의 목소리에는 공익에 대한 고민 대신, 책임 회피라는 비겁한 안일함이 깔려 있었다. 최저가 입찰은 겉보기에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해 보이지만, 사실은 95%의 부실 업체들 사이에서 운 좋게 정상을 고르는 '복불복 게임'에 불과하다. 나는 터져 나오는 한숨을 삼키며 생각했다. '공정이라는 가면을 쓴 이 무책임한 방치가 결국 단지의 자산을 갉아먹는 독이 될 텐데.' 수치상으로만 완벽한 데이터가 어떻게 우리를 기만하는지, 나는 알렉스 에드먼스의 경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1]
"안 믿는 게 아니라, 못 믿는 척하는 빅마우스들의 오케스트라" (의심왕 / 안믿어)
회의실 밖 복도에는 이미 '의심왕'과 '안믿어' 입주민이 진을 치고 있었다. "거 봐, 이번에 도색 공사 업체 선정할 때 뭔가 구린 구석이 있으니까 저렇게 복잡하게 절차를 만드는 거 아냐? 그냥 싼 데 하면 되지, 무슨 감리니 자문이니 돈을 더 써!" 안믿어 씨의 목소리가 톤을 높이자, 의심왕이 추임새를 넣는다. "입대의나 소장이나 다 한통속이지. 도둑놈들! 우리가 낸 관리비로 자기들 생색만 내고 말이야." 그들에게 사실관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비난할 대상이 필요했고, 자신들이 단지의 비리를 감시하는 정의로운 투사라는 프레임에 도취되어 있었다.
"아니, 회장님. 저 사람들 저러는 거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냥 조용히 최저가로 가시죠. 소란 피워서 득 될 거 없잖아요." '눈치짱' 관리소장이 내 옆으로 다가와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그의 눈은 이미 대세와 '사소한 번거로움으로부터 탈피'라는 흐름을 좇아 흔들리고 있었다. 논리가 실종된 자리에는 마타도어와 유언비어만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팩트(Fact, 사실)'가 세상을 바꾼다고 믿지만, 한스 로슬링이 지적했듯 인간의 본능적인 공포와 확증 편향은 진실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과 같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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