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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Aug 21. 2022

저도 꿈꿔도 될까요?: 중년에 처음 품은 꿈

지금 그대로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입원 13일째.


 다리를 펼 수도 오므릴 수도 없는 심한 고통이 있는 날과 그냥저냥 참을 만한 통증만 있는 날이 번갈아 왔다 갔다 한다. 그냥 그런 날에는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다. 오늘은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을 읽는다. 뭔가에 홀린 듯 이틀 만에 쭉 읽어버렸다. 수채화같이 편안하고 싱그러운 책 표지에 한번 끌리고, '아. 맞다. 나도 이런 적 있어!' 공감하게 만드는 내용 덕분에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내 삶도 괜찮다. 지금 이대로도 좋다'라는 평범한 깨달음과 여운으로 미소 짓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기분 좋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떠오르고 그 생각들을 글로 쓰고 싶다는 벅찬 기분도 든다.  나를 바꾸고 고치고 노력하라고 다그치지 않고 쉬운 말로 잔잔하게 메세지를 그려주고 보여줌으로서 자신을 수용하고 성장하게 만드는 묘한 힘을 뿜어내는 책이다.

책 표지
무심코 한 번쯤 들어오고 싶은 공간


 지나가던 동네 사람들이 힐끔 쳐다보고 슬그머니 들어올 수 있는 서점, 점심 먹고 잠깐 한두 쪽 책을 읽으며 쉬어갈 수 있는 서점, 차 한잔 마시고 몇 시간씩 명상을 해도 눈치 안주는 서점, 저자와의 만남으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서점, 무기력에 빠진 고등학생이 다양한 형님, 누나를 만날 수 있는 서점. 그런 곳이 바로 휴남동 서점이다. 책을 파는 상업적인 공간을 뛰어넘어 동네 사람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커피 한잔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삶의 궁금증을 나눌 수 있는 문화 사랑방이 바로 이곳이다.
'이런 서점이 진짜 있나,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호기심에 인터넷 검색창을 몇 번이나 뒤적이다 이 책이 소설임을 알고 기대했던 마음을 접었다. 그만큼 매력적인 책이다.


내 마음의 처방전, 북 큐레이션


민철이가... 사는 게 재미없대.
사는 게요?

왜요?
나도 모르지. 애는 그냥 말한 것 같은데, 그날 이후로 내 마음이 너무 아프네. 아무것도 할 마음이 안나. 이럴 때 읽을 만한 책 없을까?


어느 날, 고민 가득한 모습으로 서점을 찾은 민철 엄마. 뜻밖의 고민을 영주에게 털어놓는다. 영주는 그녀에게 책 한 권을 소개하고 민철 엄마는 나름의 치유를 얻는다. 이렇게 책 처방이 이루어지는 서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영주는 책을 사람으로 연결하고 사람을 또 책으로 연결한다. 그녀는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책을 좋아하는데 별다른 사건 없이 방황하는 10대의 평범한 이야기라 좋아한다. 그리고 이 책을 무기력에 빠진 민철이에게 소개한다. 서점에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며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연 그는 마지막에 영주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 <호밀밭의 파수꾼> 읽었어요.
 (중략)
재미는 없었는데요. 이상하게 주인공이 저랑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은 다 다르거든요.
(중략)
그래서 걔 보면서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 싶어 조금 마음이 놓였어요.
본문 348쪽


그녀는 편안함이라는 무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하고 그곳에 조용히 선물 같은 책을 심어준다. 그 책은 우연한 기회에 사람들에게 빛이 되고 치유가 되고 때론 용기라는 열매가 된다. 그리고 더 깊은 우정으로 자라난다.


좋은 책, 좋은 공간을 만들고 싶은 꿈
: 저 꿈꿔도 될까요?

책, 힐링, 연대와 우정, 차 한잔, 나눔, 성장, 이야기
모임, 진정한 대화, 자유와 배려... 내 머릿속에 떠다니는 단어들

나도 책을 쓰고 싶다.
그간 내가 했던 그 모든 활동들을 녹여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책 읽기 노하우를 담은 책도 좋고 슬로리딩 실천기도 좋다. 그런데 그 안에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 그냥 육아서나 교육서가 아닌 책 읽기가 우정이 되고 연대가 되고 치유가 되는 그런 기쁨을 담은 책을 쓰고 싶다. 번아웃 증후군과 이혼의 아픔을 겪은 주인공은 작은 서점을 열어 그녀만의 방식으로 서점을 운영한다. 그리고 그녀와 만나는 사람들은 책으로 책을 통해 책에 대해 이야기하며 인생을 이야기하고 삶을 나눈다. 아, 책을 이렇게 쓰면 되겠구나 하는 좋은 모델을 이 책을 통해 발견했다.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머릿속에 떠다니던 생각들이 손에 잡히는 실체로 내 곁에 와있는 느낌이다.

좋은 공간을 만들고 싶은 꿈.
동네 안에 위치한 휴남동 서점. 그 안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서점이라는 공간을 통과하며 서서히 변화하고 또 스며든다. 정서라는 여인은 늘 커피 한잔을 시켜두고 3~6시간씩 명상을 한다. 뜨개질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말을 하고 서점 일에도 참여한다. 정서는 조금씩 영주의 삶  속으로 들어오고 닫혔던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한다. 이렇게 부담 없이 누구나 찾아와 눈치 보지 않고 마음을 열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이곳 휴남동 서점이었다.

나는 그려본다.

내가 꿈꾸는 공간을. 1층 서가에서는 맘에 드는 책을 골라 조용히 읽을 수 있고 2층 카페에서는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아늑한 카페가 있다. 뒤에는 그동안 내가 여행을 다니거나 미술관을 다니면서 모은 그림들이 적당한 간격과 조명으로 보기 좋게 자리 잡고 있다. 3층 문화공간에서는 저자와의 대화, 북&아트 워크숍, 아마추어 밴드나 동네 사람들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음악공연이 한 달에 한두 번쯤 열린다. 누군가는 헛된 망상이라 비웃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겐 생각만 해도 가슴 떨리는 일이다. 머릿속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렸다 지웠다 하며 나만의 즐거운 공상에 빠져 하루하루 나름의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책으로 연대하고 성장하는 즐거움을 나누는 꿈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뜻밖의 속 깊은 만남을 유지해갈 수 있다. 책 한 권을 천천히 읽고 깊이 음미하고 질문하고 생각을 나누게 되면 누구 하나 나쁜 사람이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없다. 그런 모임을 통해 만남이 진한 우정으로 성장한다. 자신 안에 갇혀있던 편협한 생각의 벽이 점점 무너지고 나이, 직업, 성별을 초월한 느슨한 연대로 개방성과 재미가 더해진다. 내가 지난 2년간 20대 제자들과 같이 한 모임후기에서도 그런 느낌은 잘 전달된다.

지난 독서모임 시간을 통해서 내가 발견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제야 비로소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가치나 판단에 휘둘리지 않고 나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달았다.
<Book Talk Friends. 참가 후기. by 신*환>

 (중략)이 연결이 굉장히 다채롭다. 성별, 연령대, 관심 분야, 성격, 취향, 국적, 전공 등이 다양하다. 우린 이렇게 다 달라 마치 100명의 지인이 생긴 효과가 있을 정도로 인간관계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구나. 선생님의 이 모임 취지에 맞게 우린 하나둘씩 성장하고 있었다. 꼭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말이다. 우리가 선정한 책이 꼭 나의 주된 고민에 해답을 주었다.
<Book Talk Friends. 참가 후기. by 최*연>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은 누구나에게 인생 교과서가 되어 서로 나누기만 한다면 보다 넓은 이해와 성장이라는 선물을 준다.

503호 병실 안 작은 침대, 나의 작은 꿈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좋은 치료와 편안한 휴식, 잘 차려진 식사가 나를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꼭 나아서 반드시 내 꿈을 이루고 싶다는 가슴 떨림이 길고 힘든 치료를 버틸 힘을 더해준다. 40대 중반이 넘어 새로 찾은 꿈이 건조해진 나의 마음에 촉촉한 공기를 흩뿌린다. 벌써부터 내 머릿속에는 함께 할 우정 멤버의 리스트가 한없이 길어지고 있다. 그들은 알고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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