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얻은 뜻밖의 위로, <불편한 편의점>
옥수수수염차 한 잔에 무장해제된 외로운 사람
아, 우리 모두 참 힘들고 외로웠구나.
힘드시죠?
(중략)
예. 힘듭니다.
유도 신문인 줄 알면서도 당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마치 둑이 무너진 듯, 경만의 입에 모터가 달린 듯, 온갖 말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중략) 경만은 신들린 듯 고해성사하듯 마구 침을 튀겨가며 사내에게 이야기했다.
내가 말이 너무 많았죠? 너무 힘들어서...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독고 씨가 들어줘서 좀 풀린 거 같아요. 고마워요.
아들 말도 들어줘요. 그러면... 풀릴 거예요. 조금이라도.
돌고 돌아 십시일반 나누는 위로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252쪽)
역지사지(易地思之) : 잃고 나면 얻는 깨달음
역지사지, 나 역시 궤도에서 이탈하고 나서야 깨우치게 된 단어다. 내 삶은 대체로 일방통행이었다. 내 말을 경청하는 사람들이 널려 있었고, 남의 감정보다는 내 감정이 우선이었으며,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내치면 그만이었다. 가족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237쪽)
손님한테 ...친절하게 하시던데...가족한테도...손님한테 하듯 하세요. 그럼...될 겁니다.
(251쪽)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해본다.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가는 곳임을.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살기로 했다.
(26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