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번 토요일 오전, 강남역엘 간다. 영어선생님들과 하는 연구동아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작년 하반기에는 <Animal Farm:동물농장>을 읽었다. 디스토피아 이야기로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가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제대로 풍자한 소설이다.실은 나에게도 작은 농장이 하나 있다. 주말농장이 아니라 월말농장, 새로운 생각이 샘솟는 연구동아리의 또 다른 애칭이다.
2018 열정과 시작
교사 슬로리딩모임 S.R.G.T. 는 "Slow Readers, Great Teachers"의 약자로 교사들이 슬로리딩을 실천하고 다양한 교수법을 나누는 교사연구동아리이다. 2018년 슬로리딩 교수법에 심취해 있던 터에 영어선생님들과슬로리딩을 해보면 어떨까 하고 몇몇 선생님들과 의기투합해서 모임을 시작했다.올해로 어느덧 6년 차, 처음에는 무턱대고 시작했던 열정과 배움과 나눔의 즐거움으로 모임을 이끌었고,코로나를 지나며 유지하고 지켜내기 위한 고된 노력의 시간을 거쳐이제는 리더의 자리를 내려놓고 모임에 참여하고 앞장선 사람들을 응원하고 도와주는 역할로 돌아왔다.
S.R.G.T. Farm : 교사행복을 키우는 농장
진정 책을 읽고 즐길 수 있는 교사가 되어야 그 순수한 즐거움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교육활동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영어교사로 단지 문장해석만 가르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감능력, 문제해결능력, 삶에 대한 고민, 인성과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의 전환, 진화를 도모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두 가지의 수업기술, 자료의 공유만으로는 되지않고 선생님들이 편안하게 책을 읽고 나누고 자연스럽게 사고가 열리고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는 말랑말랑한 수용적인 태도로 전환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슬로리딩은 이것을 가능케 했다. 천천히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시간들 속에서 교사들이 편안해졌고 공감하고힐링하는 순간이 모여 교육적상상을 자유자재로 할 수는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다. 이 에너지는 자발적인 것이었고 강력했다. 모임이 거듭될수록 각 학교 각 교실에서 팔딱팔딱 생생한 수업활동의 에피소드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생각의 유연함과 다양한 생각과 활동을 연결하는 창의력이 우리 교사들 스스로에게도 자라나 어떤 다양한 주제를 만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아이들의 호기심을 이용하여 생동감있는 수업으로 풀어내기시작한 것이다. 이런저런 생생한 수업이야기가 모임에서 전해지고 서로 영감을 받고자신의 수업활동으로 연결하고 활용하는선순환이 계속되었다.서로다른 환경과 학생들 속에서 만들어낸 작은 시도와 노력들은 교사성장과 행복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고 이것은 지속적인 참여로 이어졌다. 실로 마법 같은 놀라운 일이었다.
백.백.백일잔치를 겸한 워크샵
책을 나누는 아나바다 활동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영어수업
아이들이 영어시간이 아니고 도덕시간 같다고 해요.
지난번 모임에서 한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영어 수업이 삶에 대한 고민을 다루는 수업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는 증언이었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환경위기에 대한 읽기 자료를 공감 없이 해석하기에 급급했었다면 이제는 그 단계를 넘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공감하며 뭔가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생각과 행동에 자극을 주는 영어수업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뀌는 순간만큼이나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한 달에 한번, 모임을 앞두고늘 설렘이 앞선다. 이번에는 같은 책을 읽고 어떤 다른 느낌과 이야기가 오고 갈까. 어떤 재밌는 샛길활동으로 연결될까. 궁금하고 기대된다. 교실 속에서 선생님들의 상상력이 실현되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생각을 풀어내는 살아있는 현장텃밭을 만들어내는 슬로리딩 농장에서는 한 달에 한번 3시간 동안 건강한 생각 나눔과 싱싱한 아이디어 모종 나눔이 오고 가는 왁자지껄한 장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