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 고전 읽기] 월든 (6) : 7. 콩밭
콩은 나를 대지에 연결시켜 주었으며
나는 안타이오스처럼
대지로부터 힘을 얻었다.
그러나 내가 왜 콩을 길러야 하는가?
오직 하늘만이 알 것이다.
(p.234)
나의 일과는 풀들을 뽑아버리고 콧대 주위에 새 흙을 덮어 격려하며, 이 황색의 흙이 자신의 여름 생각을 쑥이나 개밀이나 피 같은 잡초가 아니라 콩잎으로 나타내도록 설득하고, 그리하여 대지가 '풀!'하고 외치는 대신 '콩!'하고 외치도록 만드는 일이었다.
이 콩의 결실을 내가 다
거둬들이는 것은 아니다.
이 콩들의 일부는 우드척을 위해서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중략)
잡초들의 씨앗이 새들의 주식일진대, 잡초가 무성한 것도 실은 내가 기뻐해야 할 일이 아닌가? (251p.)
밭농사가 잘되어 농부의 광을
가득 채우느냐 아니냐는 비교적 중요한 일이 아니다.
금년에 숲에 밤이 열릴 것인지 아닌지 다람쥐가 걱정을 않듯 참다운 농부는 걱정에서 벗어나 자기 밭의 생산물에 대한 독점권을 포기하고, 자신의 최초의 소출뿐만 아니라 최종의 소출도 제물로 바칠 마음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251p.)
탐욕과 이기심 때문에 그리고 토지를 재산으로 보거나 재산 획득의 주요 수단으로 보는 누구나 벗어나지 못하는 천한 습성 때문에 자연의 경관은 불구가 되고 농사일은 품위를 잃었으며, 농부는 그 누구보다도 비천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p.250)
인간의 경작지는 태양이
매일 지나다니는 길에 내려다보는 멋진 풍경의 작은 부분일 뿐이다.
태양의 눈에 이 지구는 두루두루 잘 가꾸어진 하나의 정원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태양의 빛과 열의 혜택을 이에 상응하는 믿음과 아량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250p.)
내가 이 종자 콩들을 소중히 여겨
가을에 수확한다고 한들 그것이 무슨 대수이겠는가?
내가 그토록 오래 보살펴온 이 넓은 밭은 나를 진짜 경작자로 보지 않고 밭에 물을 주고 밭을 푸르게 만드는,
보다 친절한 자연의 어떤 힘을 더 따르는 것이다. (25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