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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Feb 17. 2023

[북리뷰] 입에 착착 감기는 입말음식

< 입말 음식 제주 우영팟> 하미현


제주여행의 새로운 맛


 코로나로 해외여행의 문이 닫힌 지난 몇 년간 국내여행은 오히려 새로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중 제주는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중 하나가 되었다. 제주를 여행하는 방법도 테마도 많이 진화하고 있음을 갈 때마다 느낀다. 올레길 여행, 한라산 등반, 카페 투어, 한 달 살기 등등. 여행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코스와 테마들이 줄줄이 생겨났다. 여행 중 내가 즐겨 찾는 곳 중하나는 서점과 도서관인데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을 때  좋고 가끔 각 지역의 지방색을 보여주는 보석 같은 책을 만나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입말음식이 뭔가요?


지난 제주여행, 카페서 우연히 발견한 책 한 권이 너무 사랑스럽다. 그것은 하미현 작가가 쓴 <입말 음식 제주 우영팟>.


<입말음식 제주 우영팟> 책 커버

 압도적인 빨간색에 더 압도적인 제주 해녀할머니의 사진을 전면으로 내세운 독특한 책표지가 시선을 한번 더 압도한다. 뭔가에 끌리듯 책을 집어 들어 내용을 훑어본다. 입말음식은 무엇이며 우영팟은 뭔지 간단하고 직관적으로 초입에 잘 설명되어 있다.


입말 : 글에서만 쓰는 말이 아닌, 일상 대화에서 쓰는 말.

입말음식 : 입에서 입으로 이어지는 토박이와 농부의 음식, 우리 고유의 식재료로 만든 농부의 음식을 이르는 말.

우영팟 : 텃밭의 제주 입말
제주 우영팟, 책사진 캡쳐


사진이 기가 막혀


 작가 하미현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총 60곳에서 1,600명 이상의 토박이 생산자를 만나 350여 가지 입말음식을 기록하고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세밀하고 깔끔한 사진과 선명하게 찍은 색감의 그림들이 시선을 압도하는 퀄리티를 제공한다. 글에 집중하기는 힘든 여행자들에게는 책장을 넘기며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게다가 더욱 신기한 것은 제주 방언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맛깔나는 제주 입말들
제주방언 요리법


 토박이들이 직접 쓰신 제주방언을 그대로 살려 과감하게 양면에 배치하고 뒷페이지에는 표준어로 자세한 설명과 안내를 해서 정보를 제공한다. 우영팟에서 기른 채소와 바다에서 잡은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로 빠르게 만든 음식이 대부분이다. 소개된 방법은 쉬워 보여도 정성 들여 키워낸 재료며 감으로 하는 손계량 노하우가 만만해 보이진 않는다.


자세히 소개된 입말음식


 챕터마다 입말음식의 권위자이신 각 제주마을의 토박이 어머님들의 사진이 전면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표정이나 분위기가 너무 밝고 자연스러워서 프로모델 뺨칠 정도의 완성도를 보인다. 해녀할머니들의 바쁜 일상 속에서 손에 잡히는 데로 해냈을 음식들이 어머님들의 밝은 표정과 함께 싱싱한 자태를 뽐내며 책 속에 자리 잡고 있으니 생생함이 두 배다. 책을 통해 제주음식투어를 다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우리 집 입말음식


집집마다 정형화되지 않고 빠른 시간에 맛나게  해내는 입말음식이 있다. 우리 집엔 제주해녀 할머니들처럼 지역 특산물을 재료로 한 입말음식은 아니지만 마트표 스파게티 소스에 냉장고에 쟁여둔 야채자투리를 활용한 인스턴트 입말음식이 있다. 비법은 있는 집에 있는 재료를 충분히 활용하고 설명서에 적힌 데로 요리할 것.


한 냄비 스파게티


한 냄비 스파게티

 추억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손이 크기로 소문난 라미란이 한 냄비 가득 스파게티를 해서 동네방네 나눠먹던 그 장면이 떠오르는 대용량 스파게티가 우리 집 특별메뉴다. 기술도 없어 이쁘게 사진도 못 찍었지만 누가 뭐래도 양은 푸짐하다.


재료준비 : 스파게티면 한봉다리, 마트표소스, 야채 있는 거 모두 (양파, 당근만 있어서 그것만), 해물이나 고기 있는 거 아무거나 (닭가슴살, 새우 투척)


면 익히기 :  물이 끓으면 올리브유(식용유도 오케) 조금, 소금 조금 넣고 스파게티 면 삶기. (보통 9분 정도)


소스 만들기 : 야채 볶기, 해물과 고기 넣기, 소금 후추 조금 추가. 소스 넣고 끓이기. 면의 양이 많으므로 면수를 소스통에 넣어 쉐이킷해서 추가. 간이 싱거우면 케첩이나 소금첨가할 것.


섞기 : 면이 익으면 찬물에 헹구지 않고 소스가 있는 웍에 면을 넣어 적당히 간이 벨 정도로 더 끓여 내면 완성!


각종 소스 추가 : 피자배달에 함께 오는 핫소스, 파마산 치즈가루, 피클 등을 꺼내 곁들이면 부족했던 2%가 알맞게 채워진다.


 음식이란 배고플 때 휘리릭 빠르게 조리해서 식구들이랑 옹기종기 모여 맛나게 나눠먹는 것이 최고다. 애셋 엄마가 잔꾀로 만든 스파게티지만 30분 만에 완성해서 신나게 먹었다. 양이 적은 막내도 두 그릇이나 뚝딱해치우다니 매우 뿌듯하다. 싱싱하고 정성스러운 재료로 만들어낸 제주 입말음식이 우리 집 입말음식과 콜라보로 실려 살짝 기분 상할 수도 있겠지만 식구들에게 빠르게 맛있는 음식 먹이고 싶은 엄마마음만은 동일하다고 믿어주길 바라며 짧은 북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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