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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Jan 11. 2023

[책리뷰]산비탈에 선 나무의 비밀

(고스톱 고전 읽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

나는 왜 이 책을?
엄마, 나 이 책 읽었어.
분명히 읽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래서 우리 가족이
모두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


 중2 첫 째딸이 1월에 읽을 가족 책으로 호기롭게 <차라트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추천했다. 자신이 한번 읽어보았는데 글은 글이고 글자는 글자고 읽긴 읽었는데 도대체 하나도 이해는 안 된다고 하면서. 실은 나도 몇 번 도전했다 포기한 책인데 중2짜리 딸이 읽었다는 사실 그 자체에 매우 놀랐다. 그 도전을 많이 칭찬했고 나도 다시 이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불과 몇 장을 읽고 딸의 느낌을 순도 100%로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주 겸손한 자세로 교과서를 읽듯 하루에 정해진 작은 분량만 반복해 읽고 이해되는 데 까지만 정도까지만 욕심내지 읽고 글로 쓰면서 천천히 독파하기로 새로운 읽기 전략을 세웠다.


Go! 일단 고전을 읽습니다.
Stop! 글감이 혹은 영감이 떠오르는 곳에서 딱 멈추고 글을 씁니다.

이름하여 'GoStop고전 읽기'를 시작합니다.


산비탈의 나무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어느 날 산속을 걸어가다 어떤 젊은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높이 오르면 나는 언제나 혼자입니다.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으며 고독이라는 냉기만이 나를 떨게 합니다.
나는 도대체 이 높은 곳에서
무엇을 바라는 걸까요?
(p.68)


 때때로 나는 고독을 느낀다. 때때로 나는 외로움도 느낀다. 그런데 고독과 외로움은 어떻게 다를까. 혼자 있는 것에 대해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고독이라면 반대로 홀로 있는 것에 대해 고통을 느낀다면 외로움이라고 한다.


책임 있는 자리, 높은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남들과 나누지 못하는 외로움을 종종 느끼곤 한다. 쉽게 상사 흉을 보거나 시스템에 항의를 하고 구시렁거리며 자잘한 불평 또한 늘어놓을 수 없는 입장에 서게 되는 것이다. 당사자는 자주 외로움을 느끼지만 곁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고독이라고 해석하기도 하는 것 같다.

 

학교에서는 교장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이 그랬을까. 학생 앞에선 교사가 그랬을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똑같은 일상에 지쳐 일탈을 꿈꾸는 아이들을 보며 이해하면서도 동조할 수 없고 나설 수 없는 교사인 내가 종종 무기력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실은 나도 답답한 학교 시스템이 숨 막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끼지만 아이들의 편에 설 수도 학교 편에도 설 수 없다고 느낄 때는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곤 한다.


인간은 높은 곳으로 그리고 밝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하면 할수록
그 뿌리는 더욱더 강인하게 땅 속으로 파고들어 가려한다네.
아래쪽으로, 어둠 속으로, 심연 속으로,
악(惡) 속으로 뻗어나가려 하는 거지.
(p.68)

 

 빛과 어둠이 함께 존재하는 것처럼 뭔가 위로 향하는 것은 동시에 아래로 뻗어나가는 것이, 땅속으로 단단히 버티어내는 어떤 것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피터팬이야기에서 그렇게 열심히 그림자를 찾아 꿰매 주었을까. 음과 양이 뗄 수 없는 하나의 세트로 존재하여 지나친 즐거움에 오만해지지 않고 지나친 절망에 무기력해지지 않도록 만드안전장치라도 되는 것처럼.


그렇다. 나는 그대가 처한 위험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나의 사랑과 희망을 걸고 그대에게 간절히 바라노니, 그대의 사랑과 희망을 던져버리지 마라!
(p.70)



그래도 희망을 놓지 말기를 차라투스라는 조언하고 있다. 무척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어조로 젊은이에게 말했던 그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빛나는 것과 어두운 것은 같이 존재해서 우리 자신을 힘들게 해도 그 어두운 것을 밀어내지 말고 인정해야 한다는 말일까. "그래. 그 힘든 과정을 다 끝내고 내려왔는데 내 곁에 아무도 없어서 무척 외로웠어." 그런데 그 그림자에 나를 맡기지 말고 그랬던 자신을 인정하고 나를 스스로 칭찬해야 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바라지 말고. 내가 스스로를 다독이지 못 한 비정함이 외로움의 그림자를 더 깊게 드리우게 했을 수도 있겠다.


그래. 이렇게 멋지게 끝내다니
아주 잘했어.
 혼자지만 맛있는 밥 먹고 즐겁게 자축하자!



그림자를 인정하고 온전히 자신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에 대한 사랑과 인정에 야박하지 말기를 라투스트라는 젊은이에게 조언하지 않았을까. 산비탈에 우뚝 선  나무가 흔드는 바람에 꺾이지 않는 것은 온 힘으로 버티는 땅 속 뿌리의 힘과 유연하게 움직이는 가지의 부드러움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설픈 해석을 해본다.

출처: <차라트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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