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롤모델 : <순례 주택> 북리뷰
먼저 작업 걸 수 있는 용기 : 여자라는 편견에서 탈피
할아버지는 거북 마을에서
오랫동안 전파사를 했다.
순례씨는 성실하고 수줍은
전파사 주인이 마음에 들었다.
홀아비라는 걸 알고 작업을 걸었다.
둘은 이십 년을 함께 했다.
내가 아는 최장수 연애 커플이다.
단일 메뉴로 장수하는 살림왕 : 살림 강박에서 해방
순례 씨는 십 분 내로 할 수 있는
요리를 좋아한다.
육수를 내는 건 본 적이 없다.
겨울엔 된장을 물에 풀어서
미역을 넣고 끓인다.
(중략) 달걀은 언제나 프라이, 두부도 잘라서 구우면 끝이다.
나물 반찬은 아예 안 한다.
노동력을 착취하는 음식이라고 주장하며.
설거지는 적게, 시간은 빨리.
이게 모토니까.
(32쪽)
절제미의 상징, 잔고 999만원
순례 씨에겐 거의 매달 '잔고 시즌'이 온다.
새마을금고 입출금통장에 999만 9,999원이 있는 괜찮지만,
1,000만원이 넘으면 안 된다.
'내가 번 게 내 돈이 아니야. 내가 벌어서 내가 쓴 것만 내 돈이지.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못 쓰고 죽으면 어떡하지?(36쪽)
순례어를 아시나요? : 배움에 대한 열정과 창조성
독립언을 많이 쓸 거야. 감탄을 많이 하는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어.
반전의 취미, 뒷담화의 위력
엄마 아빠는 서로에게 존댓말을 한다.
존중하며 살려고 그런다나.
서로 존중하면서 남에겐 막말을 하는,
남 보기 부끄러운 금실이다.
(p.69)
어, 너 지금 반말하니? 서로에 대한 존중을 잊었어?
(중략)
타인이 아닌 서로를 공격할 수 있는
엄마 아빠가,
우리 집의 낯선 불화가,
십육 년을 헤매다 찾은 줄자 끄트머리처럼, 나는 눈물 나게 반가웠다.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 어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