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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Feb 10. 2023

[북리뷰] 빼고 빼고 또 빼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고스톱 고전 읽기) 월든 2


불안한 미래가 만든 불안정한 지금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시도 때도 없이 일을 했었다. 쉬면서도 다음 일을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하고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면 연결하고 잇고 구상하며 쉼 없이 머리를 굴리며 살았다. 그렇게 머릿속에서 만든 일이 실제로 짜짠~하고 실현시키는 이 재밌었다. 그렇게 즐기며 신나게 일하면 아프지 않을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었다. 비단 나만 그럴까. 대한민국에서 일하고 제대로 편히 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일하고 돌아오면 가사와 육아는 일이라는 정당한 대우도 받지 못하고 누군가의 수고를 빌어 24시간 365일 계속  하루도 쉬지 않고 돌아가곤 했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책임감은 사랑을 넘어 부담과 피로가 되기도 하고. 돌아서면 금방 더러워져 티도 나지 않는 집안일을 하고 또 하고 아빠 가게일까지 돕던 친정엄마는 쉬는 날이면 여지없이 자리를 펴고 누워 허리가 아프고 힘들다고 하셨다. 아플 시간도 쉴 시간도 없이 엄마의 시계도 아빠의 시간도 돌고 또 돌았다.



나라고 다르지 다. 지금은 배가 고픈 시절도 아니고, 심각하게 가난한 것도 아니고, 돈이 급히 필요한 일도 없는데 습관처럼 늘 불안하고 쫓기듯 . 우리의 성실함과 열심의 이면에는 미래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는 건 아닌지. 점점 척박해지는 환경 속에서 삼 남매가 편히 잘 살 수 있을까, 퇴직하고 난  약해진 몸과 변변한 벌이가 없어도 잘 살 수 있을까.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은 가불해 온 걱정들로 스스로를 태움 하듯 전전긍긍하는 나 자신을 본다. 어느 날, <월든>의 한 구절이 도끼가 되어 머리를 때린다.


왜 우리들은 이렇게 쫓기듯이 인생을 낭비해 가면서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배가 고프기도 전에 굶어 죽을 각오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제때의 한 바늘이 나중에  아홉 바늘의 수고를 막아준다고 하면서, 내일의 아홉 바늘 수고를 막기 위해 오늘 천 바늘을 꿰매고 있다. 일, 일, 하지만 우리는 이렇다 할 중요한 일 하나 하고 있지 않다. 단지 무도병(舞蹈病)에 걸려 머리를 가만히 놔둘 수가 없을 뿐이다. (p.143)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


책 <월든>에서는 불필요한 것들에 얽매어 삶을 복잡하고 피곤하게 만들어 버리는 실수를 경계하고 있다.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정리하는 비결은 '무엇을 중요하게 볼 것인가'라는 질문에 의해서다. 세상이 주는 기준은 더 많이 더 화려하게 더 소비하도록 우리의 눈을 현혹시키곤 한다. 지나친 물질주의에 오염된 영혼을 샤워시키고 제대로 된 눈을 가질 나만의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는 다시 깨어나야 하며
그 깨어난 상태에 계속 머물러 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은 어떤 기계적인 방법에 의해서가 아니고, 가장 깊은 잠에 빠졌을 때도 우리를 버리지 않는 새벽을 한없이 기대함으로써 그렇게 할 수 있다.
 (p.138)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휘둘리지 않기


매일매일 정신없이 바쁜 하루 일상에서 중심을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잠시 잠깐 내 삶을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보는 나만의 정신샤워방법을 소개해 본다.


하루의 본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
그것이야 말로 최고의 예술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사소한 부분까지도 숭고하고 소중한 시간에 음미해 볼 가치가 있도록 만들 의무가 있다.
(p.138)



1. 멈추고 질문하기


"나는 왜 돈을 벌지?  나는 무엇 때문에 바쁘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려고 하는 거지"  바쁜 와중에 잠깐이라도 질문하고 답을 찾아보는 것. 그 질문에 대한 나만의 괜찮은 답을 적고 공유해 보는 것도 좋겠다. 책을 읽고 질문이 생긴 그곳에서 멈춰 이렇게 글을 적는 <고스톱 고전 읽기>도 좋은 방법이다.

  

2. 같은 것을 보고 다른 생각 들어보기


 같은 영화나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의 다른 이야기를 들어본다. 같은 미술전시회를 보고 각자 최고의 작품이 무엇이었는지 말해보고 나누어보기도 하고, 같은 곳을 여행하고 서로 어떤 다른 느낌을 받았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다. 이런 다른 관점들을 이야기하다 보면 보다 더 중요한 것을 찾고 나 자신이 어디쯤 왔는지, 어떤 사람인지 알아나가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3. 멍 때리기



 가끔 먼 곳을 응시해 본다. 붉그스름하게 지는 해를 감상한다던가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기도 한다. 눈을 감고 바람의 살랑거림을 몸소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가끔 개미가 줄지어 한 곳을 향해 부지런히 걷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높은 곳에 있는 하느님이 바둥거리며 늘 같은 곳을 향해 왔다 갔다 하며 살고 있는 우리를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일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멍하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미쳐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소로우는 원했다. 그의 생을 깊게 살기를, 그의 인생의 모든 골수를 빼먹기를 원했으며, 강인하고 엄격하게 살아, 삶이 아닌 것은 모두 때려 엎기를 진정으로 원했다. (p.139) 그래서 그는 최소한의 것을 들고 월든에 가서 간소한 삶을 실천해 나갔다. 그는 세상사람들에게 타이르듯 진심 어린 조언을 한다.


우리의 인생은 사소한 일들로 흐지부지 헛되이 쓰이고 있다.
정직한 사람은 셈을 할 때 열 손가락 이상을 쓸 필요가 거의 없으며, 극단의 경우에는 발가락 열 개를 더 쓰면 될 것이고 그 이상은 하나로 묶어버리면 될 것이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제발 바라건대, 여러분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도록 하지 말라.(p.141)



내 삶을 미니멀하게 심플하게


언제 어디부터 이렇게 복잡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곰곰이 생각하건대 인간의 삶이 자동화기기에 의해 편해지면서 그 빈 여백에 더 많은 것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게 아닐까 싶다. 여가시간을 그대로 두지 못하고 더 많은 일과 더 많은 모임과 더 많은 볼거리로 공백채워버린 건 아닌지.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한 그 모든 것들의 빈자리는 또다시  무언가로 채워지고 복잡해졌다. 그 빈자리를 다시 여백으로 되돌린다면 어떨까. 세탁기와 건조기가 빨래를 하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산책을 하거나 노래를 듣는 다면 어떨까. 식기세척기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아이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면 어떨까. 현대인들의 간소화된 삶의 여백은 중요한 무엇을 잊지 않는 노력에서 비롯된다.



  곁에서 덜 중요한 것들을 빼고 빼고 더 빼고 무엇이 남았을까. 나에겐 건강, 사람 혹은 가족, 그리고 행복한 대화가 남았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 번아웃과 피로감, 내 몸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살핀다. 간식과 여분의 음식들을 사지 않고 즉시 처리 한다. 중요한 사람들을 위해 마음에 남지 않는 만남, 불필요한 모임들을 정리 하고. 행복한 대화가 이루어지려면 영혼 없는 칭찬이나 마음에도 없는 말들, 헛된 약속들도 줄여야겠다. 짧지만 중요한 메시지가 있는 말과 글로 소통의 언어를 다듬어야 하겠다. 덜고 비워내니 중요한 것들이 보이고 그 중요한 것들을 지키기 위한 삶으로 심플하게 정리되어 좋다.


 여러분들의 삶에서도 덜 중요한 것들을 빼고 또 빼고 면 무엇이 남을까요?



*출처: <월든> 헨리 데이비드소로우,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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