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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Jan 31. 2023

[북리뷰]더하기 말고 빼기 : 비워냄의 지혜

<고스톱 고전 읽기> 월든 (1)

 

 만약 우리가 무인도에 혼자 살게 된다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상상하기도 싫지만 전쟁이나 사고로 모든 것이 파괴된 세상에 산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가끔 이런 상상을 하곤 다.


<인간의 조건> KBS. 2012


 예전에 인기예능프로그램 중에 <인간의 조건>이라고 인간이 살아갈 때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뺐거나 하지 않고 살아가는 미션을 수행하는 예능이 있었다. 휴대폰 없이 살기, 자동차 없이 살기, 쓰레기 없이 살기, 화학제품 없이 살기, 최소한의 물로 살아보기, 옥상텃밭 가꾸기, 아르바이트로만 해서 살아보기 등등 5~6명의 개그맨들이 현대인들이 하기 힘든 미션을 하며 분투하는 장면을 리얼하게 그리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이런 일을 예능이 아니라 진짜 다큐로 한 사람이 있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그는 1845년 월든 호숫가의 숲 속에 들어가 통나무 집을 짓고 밭을 일구면서 모든 점에서 소박하고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2년에 걸쳐 시도했다. 책 <월든> 그 경험의 기록이며 자본주의와 물질주의에 대한 비판도 담아냈다. 이 이야기는 미국판 "인간의 조건" 내지는 "나는 자연인이다." 정도 될 것 같다.


지금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내가 말하는 '생활필수품'이란 인간이 자기 노력으로 얻는 모든 것 중에서
처음부터 또는 오랜 사용으로 인하여
인간 생활에 너무나도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나머지, 어떤 사람도 빈곤이나 야만성 또는 인생관 등의 이유에서라도
그것 없이는 살아가려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들을 통틀어 가리킨다.
이런 의미에서 많은 동물들에게는
단 한 가지의 생활필수품, 즉 먹을 것이 있을 따름이다.

 

 지금 내가 만약 급한 일이 있어 나간다면  가지고 나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휴대폰 하나만 들고나가지 않을까. 그만큼 휴대폰은 우리 삶에 밀착되어 있다. 인터넷 검색, 이메일, 전자상거래, 신용카드, 은행업무, 문서편집, 사진기, 음악 듣기, 영상 보기 등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편리하고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아마도 휴대폰이 없다면 굉장히 불편한 생활을 각오해야만 할 것이다. 도시에선 휴대폰이 꼭 필요한 그 무엇, 필수품인 것이다.


그런데 소로우처럼 아무도 없는 섬에 혼자 들어가 산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어떻게 먹고살지? 상상해 본다.


일단, 눈을 뜨고 일어나면 먹는 것을 찾으러 나가봐야겠지. 지천에 깔린 열매나 풀들을 따와 먹으면 되겠네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도시촌놈이라  독초, 잡초, 약초, 나물 뭐가 뭔지 전혀 구분이 안된다. 작물을 키우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허망하게도 그런 기술도 지식조차 없다. 그렇다면 동물을 사냥해 볼까? 그런데 일단 날 짐승을 따라잡을 체력이 안된다. 도구를 만들 기술도 없다. 휴대폰만 있으면 될까? 아니다. 순간 나는 바보 멍청이가 되어버린다.


도시인들은 도시를 벗어나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살고 먹고 즐긴다는 것이 돈을 쓰는 소비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뿐 인간이라는 동물로서 자급자족 능력은 거의 상실해 버린 것만 다. 작은 것 하나라도 남의 손을 빌리거나 구입해서 취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될 정도. 도시라는 환경에 길들여진 문명화된 인간의 무력해진 모습의 단면이다. 그래서 더 많은 것을 사고 수집하는 것에 열광하게 되는 것일까? 일종의 불안감에서 나온 심리일 수도.


너무 많은 것을 가진 빈곤함


대부분의 사치품들과 이른바 생활 편의품들 중의 많은 것들은 꼭 필요한 물건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인간향상에도 방해가 되고 있다. (p.32)

왜 사람은 몰락하는 것일까? 왜 가문들이 결국 끝장을 보는가? 여러 민족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멸망시키는 사치의 본질은 무엇인가? 우리의 생활에는 그것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33p.)


 현대 사회의 인간들은 과거에 비해 삶에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 사치품들을 사고 모으느라 애를 쓰고 있다. 그렇게 산 물건들을 넣어두기 위해 더 큰 집을 사야 하고 더 많이 대출받아야고 더 많이 일해야고 더 많이 몸이 망가지고 마음은 더 피폐해지고 있다. 만약에 인간이 필요한 만큼만 것만 사고 최소한 것만 소유하고 작은 집에서 산다면 더 많은 대출을 할 필요가 있을까? 애써 더 많은 이자와 대출금을 벌기 위해 더 일하지 않고 쉬고 논다면 더 행복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널찍한 방들, 깨끗한 칠과 도배,... 구리 펌프, 벽난로, 베니스식 차양, 넓은 지하실...(중략)
이런 모든 것을 누리는 사람이 흔히 '가난한 문명인'이고 이런 것들을 갖지 못한 미개인은 미개인일지언정 유복한 것은 어찌 된 일일까?
(p.55)


아이 셋을 키우기 위해 더 큰 집을 마련한 나는 30년 상환대출을 받았다. 남은 여생을 대출과 이자의 굴레에 저당 잡혀 살지만 현재 육신은 넓은 집에서 편하게 누워있다. 계속 돈을 벌어야 하는 목적이 대출금을 갚기 위함은 아니다. 하지만 월급의 많은 부분이 편의를 위한 비용으로 정기적으로 지출된다. 보다 나은 것들의 대가는 보다 많은 일, 건강을 담보로 한 노동력으로 충당되는 악마의 고리가 되어 우리 삶의 질을 위협한다. 



덜 소유할 권리


소로우의 눈으로 보면 우리 집에 있는 물건의 대부분은 생각 없이 산 사치품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내가 소유한 것들을 그리고 소유하고 싶은 것들을 다시 돌아본다.


예전에 캠페인처럼 유행한 "Buy Nothing Day"라는 것이 있었다. 일주일에 하루정도는 아무것도 사지 않고 살기라는 미션을 실천하는 것이다. 하루를 정해 소비를 하지 말자고 얘기할 만큼 그만큼 소비는 없어서는 안 될 활동이 되어버렸다. 습관적으로 더 살 것이 없나 돌아보고 확인하고 미리 사서 쟁여두는 일이 현대인의 중요한 일상이 된 것이다.  


 소로우는 당연하게 요구되는 자본주의의 소비문화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간소한 삶으로 불복한다. 아, 나는 왜 그 물건을 갖고 싶어 하지? 새로운 명품백이 없다고 나는 왜 우울해하지? 더 넓은 집이 없으면 나는 살 수가 없나? 더 멋진 옷이 없으면 입을 옷이 없나?라는 질문을 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 충실한 삶을 살면서 불필요한 소비에 우울감을 더한 물건들의 수집에 '그만!'을 외치고 있.


덜 소유하고 덜 먹고 덜 버리는 문화는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습관적으로 더 사고 더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물건들이 버려지고 더 많이 자연을 훼손하고 그로 인해 지구의 환경은 척박해지고 파괴되고 오염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소비는 기후위기를 자처하는 악마 굴레로 우리 삶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더하기 말고 빼기가 필요한 다. 더 많이 갖느라 빼앗긴 내 공간의 자유, 내 시간의 자유, 내 환경의 상쾌함을 덜 소유함으로써 다시 찾아와야 와야 하지 않을까. 



*출처: <월든> 헨리 데이비드소로우,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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