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9주년이 지나갔다. 우리 막내딸과 같은 나이다. 꽃처럼 이쁠 나이에 차가운 물속에 잠긴 아름다운 영혼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목이 멘다. 사랑하는 가족을 허망하게 잃은 사람들의 심정을내가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어제는 막내딸과 수채화를 그렸다. 수강신청해 놓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늦은 저녁이지만 부랴부랴 온라인 강의를 듣고 그림을 그린다. 오늘 그린 그림은 고래. 깊은 바다속에서 길고 깊은숨을 쉬며 느리고 큰 몸짓으로 유유하게 헤엄치는 고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려본다.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데로 연필로 몸체를 스케치하고 푸른 빛깔 플러스펜을 쓱쓱 칠하고 붓에 물을 묻혀 붓질을 하니 마법처럼 그림이 완성된다.
그날 이후 9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길을 잃고 깊은 바다에서 헤매고 있는 아이들이 있지않을까. 아이를 잃은 그리움에 밤잠 설치고 있을 부모님들도 있겠지. 깊은 바닷속에서 지금도 엄마를 찾아 울고 있을 아이들이 있다면 내가 그린 고래등에 태워나오고 싶다. 넓은 고래등에 울다 지친 아이들이 잠시라도 따뜻하게 쉬었다가 뿌우~하고 물을 내뿜을 때 휘익~ 아이를날려 엄마품에 다시 보내주면 얼마나 좋을까. 기분 좋은 상상에 잠시 미소 짓고 먹먹해진 마음을 다잡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