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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May 19. 2023

창가 자리에서 얻은 의외의 깨달음

<중년의 진로수업>

작년에 이어 계속된 질병과의 싸움은 잊을만하면 한 번씩 기습적으로 들이닥친다. 올해 들어 벌써  번이나 수술을 하게 됐.


1월에는 갑상선암 수술.

3월에는 신장결석 수술.

5월에도 또 신장결석 수술.


50년 가까이 몸을 썼으니 아픈 건 당연하겠지만 이젠 조금 당황스럽다. 엊그제 갑작스러운 통증에 부랴부랴 응급실엘 다. 통증이 아무래도 수상했다. 신장결석이 재발한 것 같은 예감이 엄습해서 주저하지 않고 병원에 달려간 것이다. 역시나 신장에 있던 결석이 두 개나 내려와 있다고 돌을 깨는 수술을 또 해야 한다고 의사는 말했. 대대적으로  전체를 점검이라도 하려는  순서대로 고장 난 곳이 빨간색 경고음을 울리는 것일까. 그동안 열심히 쓴 내 몸이 고장 난 을 얼른 살펴보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만 같.


내 몸에서 사리가?

깨져나온 결석 조각

 

 2시간 정도 수술을 마치고 나왔다. 마취 기운에 몽롱한 가운데 내 주변에서 간호사들이 호들갑스럽게 떠드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빨이 깨졌어요. 라이네이트 두 개가" 그리곤 작은 봉투 하나를 건넨다. 깨진 이빨이 들어있다. '아니. 왜?' 정신이 없는 와중에 이게 웬일인가 싶다. 병실에 올라오니 간호사가 작은 봉투를 내민다. 이번에는 신장에서 나온 돌조각이 담긴 봉투다. 이런 것들이 몸속에서 왜 나오는 걸까?  작은 돌들이 엄청난 통증을 만들어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동안 분노도 참고 아픔도 견디며 도를 많이 닦았더니 내 몸에서 사리가 나오는 것일까. 어이없는 상상에 찬물이라도 끼얹는 듯 마취가 조금씩 풀리고 수술한 자리가 아려온다. 아~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몸을 살짝 돌려눕는다.


병실 끝 창가자리뷰

아~날이 참 좋다.

이 와중에 바깥 풍경이 눈부시다. 6인 병실, 창가자리를 얻게 된 행운에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자리를 고쳐 누워 하늘을 보고 있으려니 스르르 복부통증도 가라앉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언제 또 나올지 모르는 결석과 이빨 두 개를 다시 해 넣어야 하는 짜증 나는 현실도 눈부신 햇살 속으로 희미하게 사라진다. 


어떤 상황에든 돌파구는 있다.

다만 찾기 힘들 때가 있을 뿐... 이것저것 아픈 와중에 쉴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아이들도 스스로 자기 일을 한 만큼 큰 건 정말 다행이다. 다만 언제 어떻게 신장에 있는 돌이 내려와 통증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 답답하고 멀쩡했던 미네이트가 깨져 생돈이 또 들게 되었지만...


 오늘 오후 회진 온 담당 의사는 자기도 이렇게 빨리 또 돌이 내려올지는 몰랐다며 결석이 안 생기는 약을 처방해준다고 한다. 그리고 미네이트 치아가 깨진 것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다. 충분한 설명과 안내가 없었음을 지적하고 비용을 환자인 내가 다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병원 원무과 직원은 동의서에 치아손상관련해서 내가 사인을 했으니 해줄 게 없다고 죄송하다고 했다. 나는 그 동의서를 읽어본 적도 없는데... 내일 또 찾아가서 억울함을 얘기할 예정이다. 희망의 문이 열릴 때까지. 두드리고 또 두드리는 수밖에. 사방이 막힌 방에도 밖으로 통하는 방문이 또는 창문이 있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그 창은 언제든 열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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