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계속된 질병과의 싸움은 잊을만하면 한 번씩 기습적으로 들이닥친다. 올해 들어 벌써세 번이나 수술을 하게 됐다.
1월에는 갑상선암 수술.
3월에는 신장결석 수술.
5월에도 또 신장결석 수술.
50년 가까이 몸을 썼으니 아픈 건 당연하겠지만 이젠 조금 당황스럽다. 엊그제 갑작스러운 통증에 부랴부랴 응급실엘갔다.통증이 아무래도 수상했다. 신장결석이 재발한 것 같은 예감이 엄습해서 주저하지 않고 병원에 달려간 것이다. 역시나 신장에 있던 결석이 두 개나 내려와 있다고 돌을 깨는 수술을 또해야 한다고 의사는말했다. 대대적으로 몸전체를점검이라도 하려는듯순서대로 고장 난 곳이 빨간색 경고음을 울리는 것일까. 그동안 열심히 쓴 내 몸이 고장 난 곳을 얼른 살펴보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만 같다.
내 몸에서 사리가?
깨져나온 결석 조각
2시간 정도 수술을 마치고 나왔다. 마취 기운에 몽롱한 가운데 내 주변에서 간호사들이 호들갑스럽게 떠드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빨이 깨졌어요. 라이네이트 두 개가" 그리곤 작은 봉투 하나를 건넨다. 깨진 이빨이 들어있다. '아니. 왜?' 정신이 없는 와중에 이게 웬일인가 싶다. 병실에 올라오니간호사가 작은 봉투를 또 내민다. 이번에는 신장에서 나온 돌조각이 담긴 봉투다. 이런 것들이 몸속에서 왜 나오는 걸까? 이 작은 돌들이 엄청난 통증을 만들어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그동안분노도 참고 아픔도 견디며 도를 많이 닦았더니 내 몸에서 사리가 나오는 것일까. 어이없는 상상에 찬물이라도 끼얹는 듯 마취가조금씩 풀리고 수술한 자리가 아려온다. 아~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몸을 살짝 돌려눕는다.
병실 끝 창가자리뷰
아~날이 참 좋다.
이 와중에 바깥 풍경이 눈부시다. 6인 병실, 창가자리를 얻게 된 행운에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자리를고쳐 누워 하늘을 보고 있으려니 스르르 복부통증도 가라앉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언제 또 나올지 모르는 결석과 이빨 두 개를 다시 해 넣어야 하는 짜증 나는 현실도 눈부신 햇살 속으로 희미하게 사라진다.
어떤 상황에든 돌파구는 있다.
다만 찾기 힘들 때가 있을 뿐... 이것저것 아픈 와중에 쉴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아이들도 스스로 자기 일을 한 만큼 큰 건 정말 다행이다. 다만 언제 어떻게 신장에 있는 돌이 내려와 통증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 답답하고 멀쩡했던 라미네이트가 깨져 생돈이 또 들게 되었지만...
오늘 오후 회진 온 담당 의사는 자기도 이렇게 빨리 또 돌이 내려올지는 몰랐다며 결석이 안 생기는 약을 처방해준다고 한다. 그리고 라미네이트 치아가 깨진 것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다. 충분한 설명과 안내가 없었음을 지적하고 비용을 환자인 내가 다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병원 원무과 직원은 동의서에 치아손상관련해서 내가 사인을 했으니 해줄 게 없다고 죄송하다고 했다. 나는 그 동의서를 읽어본 적도 없는데... 내일 또 찾아가서 억울함을 얘기할 예정이다. 희망의 문이 열릴 때까지.두드리고 또 두드리는 수밖에. 사방이 막힌 방에도 밖으로 통하는 방문이 또는 창문이 있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그 창은 언제든 열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