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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May 24. 2023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도 끝까지 합니다.

<중년의 진로수업>

작년, 올해 크고 작은 질병과 싸우면서 힘들었다. 헌데 그 보다 힘든 건 따로 있었다. 질병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보험사, 병원과 싸우는 일이었다. 이들은 현대인들의 질병치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뒷목 잡는 분노를 유발하기도 한다.


요즘엔 서울의 한 대학병원과 줄다리기 중이다. 실은 누가 봐도 분리한 싸움이지만 계란으로라도 바위를 치기라고 할지언정 계속 민원제기를 하고 있다. 그래야 쳐다볼 것이고 그래야 관심을 가질 것이고 그래야 조금이라도 고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볼 생각이다.


설명할 의무를 저버린 의료인

결석수술을 하기 위해 입원하기 하루 전 코로나 검사를 하기 위해 병원에 갔다. 인턴으로 보이는 의사가 수술에 대해 설명을 하고 패드를 휙휙 넘기며 나에게 서명을 몇 개 받아갔다. 수술에 대한 설명은 있었고 마취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수술 전까지 그 누구도 나에게 마취에 대한 부작용을 설명한 이는 없었다. 그저 "알레르기, 액세서리, 틀니 있어요?"라는 단답형 질문만 3~4번 들었을 뿐.


마취 후, 깨진 앞니 두 개

마취가 깨면서 정신없는 가운데 간호사들이 우왕좌왕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빨이 깨졌어. 래미네이트 한 이빨 두 개. 어떡해" 그리곤 작은 봉지에 깨진 이빨 조각을 나에게 준다. 추후 처치나 치료도 없었고 괜찮냐고 묻는 사람도 왜 이렇게 됐는지 설명한 사람도 없었다. 물론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


도대체 왜요? 앞니는 왜 깨진 거예요?

수술이 끝나고 정신없는 와중에 깨진 이빨을 또 수습해야 했다. 나는 마취 부작용에 대해 아무 설명을 들은 게 없다고 근데 이빨이 깨졌다고 보상관련해서 간호사에게 묻고 민원을 제기했다. 간호사는 담당의사에게 물으라고 한다. 물었다. 의사는 인턴에게 알아보라 한다. 인턴이 왔다. 머쓱한 표정으로 패드에 내가 신체손상이 있을 수 있다는 항목에 사인을 했다며 보여준다. 나는 전혀 기억이 안 난다. 그 동의서를 보여준 그 인턴이 나에게 서명을 받아간 그 사람이었는데 마취에 대한 설명은 없었기에 그 사람이 마취동의서를 받았을 거란 생각은 추호도 생각지 못했다. 나중에서야 그 사람이 모든 동의서 서명을 받았구나를 깨닫고 민원을 또 제기했으나 자긴 할 말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대답만 간호사를 통해 들었을 뿐이다. 그때 깨달았다면 단박에 따지고 확인을 받았을 텐데 때늦은 후회를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않았다. 다시 따져 물었고 원무과 직원 한 명이 올라왔으나 병원 측에선 보상은 못 해준다 죄송하다는 변명만 하고 갔다. 동의할 수 없다.


의료인의 설명 없이 받아간 동의서의 책임은 100% 환자 몫인가?

아직도 나는 납득이 안된다. 아파서 간 환자는 의료적 전문인에게 절대적 약자다. 그들이 제공해 주는 의료적 처치 이외에 그들의 설명, 안내에 따라 환자는 선택하고 동의한다. 설명도 안 한 내용에 서명하라고 한 의사가 잘 못한 것인가. 의사의 안내에 따라 서명한 환자의 잘못인가? 나는 그저 의사를 믿고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다. 설명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 내가 무엇을 알겠으며 무엇을 책임진단 말인가? 수긍할 수 없다.


조목조목 따져 민원/불편사항을 접수했다.

마취전후의 처치미숙으로 인한 의료진의 책임은 명백하다.

첫째, 의료인이 '설명의 의무'를 다하지 못해서 환자에게 정신적, 신체적, 경제적 손해를 입혔다. 아래의 의료법에 따르면 설명 없이 받아간 동의서의 서명은 무효하다고 볼 수 있다.

<의료인의 설명의 의무>
의료인은 환자에게 행하는 의료행위 전 과정(검사. 진단. 수술. 치료 등)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환자 및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고 서면(전자문서를 포함)으로 그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의료인의 설명의 의무는 바로 환자의 동의를 위한 것입니다.

출처)

https://www.lawtalk.co.kr/posts/29587

둘째, 앞니가 깨진 것을 발견한 이후 의료진의 처치와 대응이 미숙했다. 수술 시 전신마취에 의한 치아손상이 있었음을 환자에게 즉시 알리고 그에 맞는 치료나 처치를 해주어야 하는데 깨진 치아만 수거해 주었을 뿐 이후 성의 있는 설명이나 대처를 보이지 않아 환자의 심리적, 정서적 부담을 가중시켰다.


셋째, 설명 없는 동의서의 서명을 앞세워 모든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의료진의 설명의 의무는 무시한 채, 설명도 못 들은 환자가 동의한 동의서로 모든 잘못을 무마하려 했다. 병원 측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으니 억울하면 소비자 보호원에 민원 넣으라는 원무과 직원의 말과 이후 먼저 사건을 설명하거나 사과하지 않은 의료진이 그 증거다.


깨진 계란이라도 명목은 있다.

동시에 다음과 같은 요청사항도 첨부했다. 첫째, 마취와 부작용을 설명을 하지 않은 무책임한 의료진의 실수인 것이 명백한데 환자가 깨진 치아의 치료비를 모두 부담할 수는 없다. 경제적 보상과 의료진 실수에 대한 정중한 사과를 요청한다.

두 번째, 의료진 재교육을 요구한다. 환자의 생명과 신체를 다루는 의료진의 설명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를 무시하고 의료행위를 했을 때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책임과 정신적, 신체적, 경제적 손상은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명심하고 동의서 작성 시 충분한 설명과 시간을 들여 환자의 동의를 구하는 교육을 전 의료진에게 제대로 다시  것을 촉구한다.

셋째, 종교의 이름을 걸고 의료행위를 하는 만큼 그에 합당한 윤리적 책임감과 성의 있는 처리와 답변을 요구한다.


무조건 참는 것만이 세상을 더 낫게 하진 않는다는 믿음으로 또박또박 대응하려고 한다. 의료진을 믿고 환자는 생명과 몸을 맡기는데 자칫하면 생길 수 있는 작은 실수라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변화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힘없는 한 개인이고 절대적 약자인 환자일 뿐이지만 이 사회의 구성원이고 체계의 일부분을 차지하는 어른으로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 조금이라도 건강한 사회구조를 의료시스템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 나태한 시스템과 관료적, 습관적 편리함으로 누군가가 더 아프고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임감 있고 성의 있는 병원의 답변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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