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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Jul 03. 2023

지금, 꼭 이 전시를 보셔야 합니다.

<주간화요일> 영국내셔널갤러리 명화전

  영국 내셔널갤러리의 명화들이 한국에 왔다. 가슴 뛰게 하는 진품들이 대거 한국에 온 것이다. 섬세한 붓터치와 실물보다 더 정교한 인물화를 중심으로 멋진 작품들이 우리를 찾아왔다.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 2023.06.02~10.9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았다. 표를 예매하고도 입장하기 위해 번호표를 뽑고 잠시 대기하며 기다려야 할 정도. 그나마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지는 않아 북적이는 느낌은 덜했다. 전시실 내부에 입장했다. 고풍스럽고 우아한 색감의 그림을 마주하니 평소에는 상상도 못 할 6월 비수기에 순간이동을 해서 영국에  착각이 들 정도.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작품을 먼저 감상하거나 역순으로 지그재그로 눈치껏 움직여 여유롭게 감상하니 황홀한 기분마저 든.

 


숨멈, 고귀한 그림에 발걸음을 멈추다.

성모자와 세례요한 15010년경, 라파엘로


우윳빛깔 아기예수와 성모, 원색으로 꽉 채운 밝은 아우라압도되어 발걸음을 멈춘다. 라파엘로의 그림은 평소 성당성물판매소에 가면 자주 봤던 그림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실물을 보게 되니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그림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을 아주하는 같이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고 부드러운 살갗의 촉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생생한 표현에 매료되어 넋 놓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소녀,1490년경, 목판에 템페라, 기를란다요.

 기가 막히게 섬세한 그림 한 점. 티끌하나 없는 완벽한 묘사와 생동감 넘치는 표현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강렬한 붉은 드레스를 입은 소녀를 목판에 템페라로 그린 그림으로 기를란다용의 작품이라고 한다. 템페라 물감은 달걀노른자와 안료를 섞어 만들어진다. 갓 칠한 회벽(프레스코)이나 나무판에 칠한 템페라 물감은 빨리 마르기 때문에 한번 그리면 고치기 어렵다고 한다. 화가들은 처음부터 정확한 계획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야 했고 이렇게 선과 구성을 강조한 기법을 "디세뇨(desegno)라고 한다.


 찰랑이는 금발의 머릿결과 백옥같이 하얀 피부의 표현, 부드러운 드레스의 표현이 정확한 계산을 통해 완성된 그림이라고 하니 화가의 정성과 열정에 한번 더 놀라게 된다.


나를 직면할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63세의 자화상, 캔버스에 유화, 1669,렘브란트

 렘브란트가 죽기 몇 달 전 그린 자화상이라고 한다. 나이 들어가는 얼굴에 집중해 물감을 두껍게 발라 얼룩덜룩한 피부, 숱이 적어진 눈썹 등을 그렸다. 죽음을 앞둔 그의 눈빛에 초연한 듯한 허무함과 모든 걸 내려놓은 것 같은 무심함도 언뜻 보인다. 사람은 나이가 들 수록 비슷한 얼굴에서 다른 빛이 나는 것 같다. 그것을 사람들은 아우라라고도 하고 인상이라고도 한다. 렘브란트의 눈에서 긴 삶과 경험에서 얻은 조언이 흘러나오는 것 같다.


아등바등 살지 말고 현재를 즐기고
중요한 것을 놓치면 안 돼.


옛 성인의 한 마디, 지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늙고 병들고 가난해지고 나서야 얻은 깊은 깨달음이어서 일까. 절절한 눈빛을 내 맘대로 읽고는 한동안 그림 곁을 떠나질 못한다.



명확한 대비를 통한 신선함

안뜰에서 음악 모임, 유화, 1667, 피터르 더 호흐


 안쪽으로 보이는 터키산 카펫과 테이블의 과일 오렌지는 그림 속 인물들의 재력을 상징한다고 한다. 음악연주를 들으며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남녀를 뒤로하고 강렬한 빛을 받으며 아치문에 한 남성이 서있다. 빛의 대조를 그림 한 폭에 나란히 내세우니 신선한 긴장감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꽉 잡아둔다. 이들은 과연 무슨 사연이 있어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게 된 것일까.


따스한 오후, 평화로운 풍경을 맞이한다면

베네치아 카나레조 입구, 유화, 1970년대, 카날레토,

 카날레토는 베네치아 모습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그린 화가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랜드 투어가 유행한 시기, 이탈리아에서 온 영국인들은 오늘날 여행 기념품으로 그림엽서를 사듯 그의 풍경화를 샀다고.


 그곳에 사는 이들에겐 별 볼 일 없는 평화로운 풍경이지만 낯선 곳을 여행하는 여행자의 시선에는 이 또한 하나의 작품처럼 귀하게 보이고 그 장면을 고이 담아 가져오고 싶은 욕심이 든다. 그런 마음에 그때 여행자들도 카날레토의 엽서를 기꺼이 사들고 왔겠지. 우리 집 한편에도 새로운 여행지의 아쉬움을 담아 온 마그네틱, 엽서, 열쇠고리들이 그득하다.



오늘의 주인공을 소개합니다.

찰스 윌리엄 램튼 (Red Boy), 유화, 1825, 토마스로렌스

이 그림은 1967년 영국 우표에 실린 최초의 그림이 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1대 더럼 백작이 자신 아들이 6~7살쯤 주문 제작했는데 소년은 안타깝게도 13살에 결핵으로 죽고 말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그를 추억하는 소중한 그림으로 남게 되었다.


화려한 도금의 액자도 처음부터 그림과 함께 로렌스가 직접 액자 제작가 조지모란트에 의뢰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한다.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질 듯 붉은 벨벳소재의 옷을 입고 뽀얀 얼굴로 먼 곳을 바라보는 소년의 시선은 천진하고 장난스러워 보이기도 하다. 가만히 살펴보면 바위 위에 앉아있는 소년뒤로 은근한 달빛과 달빛이 비친 바다물빛이 더해져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훼손되었던 이 작품을 복원하려고 전문가들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단명한 소년이 그림으로는 이토록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서일까. 고마움을 표시하듯 앳된 소년의 옅은 미소가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잔잔한 여운을 준다.


더운 여름엔 미술관 피서가 최고!


더운 여름 미술관으로의 피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평일 한적한 시간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한 번쯤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색다른 자극을 찾아 떠난다면 어떨까. 전국이 멋진 전시회로 들썩이고 있지만 전시를 딱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단연코 이 전시를 추천한다. 그만큼 멋진 작품들이 왔고 그림들은 어서 오란 듯이 신화, 성경 등 우리가 알만이야기들을 건내며 다정하게 말을 건다.


폭염에 지친 어느 날
뭘 해도 짜증만 나는 힘든 날
집콕에도 질린 어떤 날
과감하게 용산으로 고고씽!!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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