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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Jul 24. 2023

내게도 <이상한 엄마>가 있었으면...

하루  한 킷, 독서보따리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동화책<구름빵>으로 유명한 백희나 작가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2020년에는 세계적인 아동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함으로써 그 유명세는 더 커졌다.


최근 여름방학을 맞이해서일까. 백희나작가의 작품을 소재로 한 아동극과 전시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막내딸의 방학과 내 복직시기가 정확히 빗겨 난 안타까운 상황이라 방학 내내 집-학원만 오갈 딸을 위한 뭔가가 필요했다. 여기저기 기웃하는 와중에 "백희나"가 눈에 들어왔다.



막내야. 우리 백희나 작가 공연 보러 갈까?  
"알사탕, 장수탕 선녀님, 이상한 엄마"
뭐가 좋을까?



책 속 인물들이 살아난다면~
 : 뮤지컬 <이상한 엄마> 공연, 나루아트센터
뮤지컬 <이상한 엄마> 포스터


 딸은 고민 없이 "이상한 엄마"를 선택했다. 내 속으론 "알사탕"을 선택했으면 했는데 이상한 엄마의 각시탈 같은 모습이 정말로 내 눈엔 정말 이상해 보였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딸의 선택을 믿고 예매를 하고 공연장을 찾아간다.


<이상한 엄마>워크북 하기

예매한 표를 받으러 가니 오리고 붙이는 워크북을 덤으로 준다. " 와! 좋다~"를 외치며 꺼내놓고 바로 뚝딱뚝딱 만들고 공연장 앞에 도장도 찍으며 워크북을 채운다. 백희나 작가를 만나면 사인받을 거라고 책까지 챙겨 온 딸은 작가를 못 만난다는 걸 알잠깐 속상해했지만 공연 속 캐릭터들이 얼마나 실감 나게 표현되었는지 찾아보고 비교하는데 책을 요긴하게 사용하고는 아주 뿌듯해했다.


공연시작 전 설레는 마음
책에서 살아나온 것 같은 주인공들

공연<이상한 엄마>는 몸이 아파 조퇴한 8살 아들, 호호와 엄마, 그리고 선녀모습을 한 이상한 엄마 세 명이 주인공이다. 빗속을 뚫고 아등바등 출근하는 엄마의 모습과 빗길을 혼자 등교하는 아들의 모습이 겹치며 이어지는 아침풍경이 맞벌이 가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장면으로 마음이 뭉클했다.


 산더미 같은 일을 앞두고 아이가 아파서 집으로 조퇴했다는 연락을 받은 엄마, 집에 홀로 남겨진 아이를 어찌해야 하나 여기저기 전화를 하다가 우연히 연결된 이상한 엄마와의 통화, 친정엄마인 줄 알고 바쁜 마음에 아이를 부탁하고 전화를 끊은 엄마는 맘 놓고 일을 마무리한다. 아픈 아이가 집에 혼자 있는 건 일하는 엄마이라면 한 번쯤은 겪었을 가장 위급한 순간이다. 이런 때는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염치 불구하고 냉큼 부탁할 만큼 다급해진다. 아이만을 위한 공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중간중간 엄마의 절절한 나레이션에 감정이입하며 주책없이 내가 더 빠져든다. 찔끔찔금 눈물이 나는 걸 가까스로 감추며 즐겁게 감상하고 나왔.

호호의 달걀후라이 키링을 만드는 즐거운 손놀림


우아. 실감 나는 책 속 인형들을 한눈에~
: <백희나 그림책> 전시, 예술의 전당
책 속 그림을 구경하는 재미

https://naver.me/5QGBNFHl


"백희나 그림책"전시는 예술의 전당에서 10월 8일까지 한다.  백희나작가의 공연을 보고 표를 가져가면 2,000원 정도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한권마다 하나의 전시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책의 한 장면을 실제로 작은 미니어처로 만들고 클레이 인형 책 속 주인공들 모두 전시되어 있다. 촬영은 금지되어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제법 섬세하고 실감 나는 장면 묘사에 "신기하다"를 연발하며 자세히 관찰하고 구경하며 친근함과 신기함을 동시에 느꼈다.


돌아오는 길에는 마침 "달셔벳"음악공연도 상영중이라 외부에 보이는 모니터로 잠깐이지만 감상하는 호사까지 누렸다. 오늘 하루 백희나 작가 체험으로 꽉 찬 하루를 보내니 막내딸은 너무 좋았다며 손하트를 날린다. 긴긴 하루를 마감하며 침대에 누워 백희나의 <이상한 엄마>를 다시 한번 꺼내 읽는다. 오늘 본 뮤지컬 안의 주인공들의 디테일한 묘사와 표현에 다시금 감탄하며 요즘 아이답게 동영상으로 하루 경험을 정리해 본다. 


https://youtu.be/3H4NreQiXrs



우리 애들에게도 "이상한 엄마"가 와 준다면


긴긴 방학, 더운 날씨에 우리 아이들은 뭘 하며 보낼까. 무더위에 출퇴근할 내 걱정보다도 집에서 지낼 아이들이 더 마음이 쓰인다. 물론 다 큰 중학생 아이들에겐 꿀 같은 자유시간이겠지만. 엄마는 다르다. 집안일이며 먹거리며 챙길 사람이 없으니 마음이 편치않다. 이럴 때는 내게도 이상한 엄마가 있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퇴근하는 시간까지 선녀든 우렁각시 누구라도 잠깐 와서 아이들 간식이라도 챙겨주고 갔으면. 아이들이 아플 때는 뜨끈한 국물도 끓여주고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도 물어봐주며 말동무도 해주 저녁에는 지친 엄마와 아이들이 먹을 대왕 오므라이스 해놓고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해도 든든하다.


 혹시, 이상한 엄마 전화번호 아는
사람 없나요?
아니면 날개옷 대여하는
곳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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