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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천개의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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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Aug 30. 2023

한 끗 차이 영업비밀

All Right English Class

{한 끗 차이 영어수업, 영업비밀을 공개합니다.}


바쁘다. 바빠~


 1차 고사, 중간고사가 코앞이다. 평가문항을 만들고 고치고 편집 중이다. 동시에 6개 반에 똑같이 가르치고 활동하고 학습지도 클래스카드(앱을 이용한 영어학습)까지 챙긴다. 반마다 진도가 다 달라서 표에 진도표를 적어두고 꼼꼼히 챙긴다.


찰떡같은 상황설정, 잊지 못할 문장하나.


오늘은 대화문을 배우는 날, 아이들의 일상 속에 아이들의 이름을 넣어 예문을 만들고 약간의 연기를 더해 가장 적합한 문장을 만들도록 유도한다.


나: 어제 학교 앞을 지나가는 데 가은이를 봤잖아.
근데 그 옆에 어떤 남자애가 있더라.
혹시 그 남자애 누군지 아니?

애들:  오~~ 가은~~

나: 이 문장을 영어로 하면?
"그 남자애가 누군지 아니?"

애들: 뭐예요. 샘~ ㅋ ㅋ

나:
Do you know~ 그다음이 중요하거든.
who is he 일까? 아니면 who he is일까?


 지루한 문법을 규칙만 주르륵 나열하기보다 있을 법한 상황을 연상시켜 꼭 필요한 문장을 영어로 만들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엮다 보면 별 것 아닌 연기에도 애들이 집중하고 머리에 중요한 표현이 확 꽂히게 된다. 눈에 보이듯, 영화 속 한 장면머릿속에 그려내듯 상상하며 문장을 만드는 것은 훨씬 재밌다.


이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나: 아니. 이게 뭐야.
슬리퍼에 걸레 달린 거. 이런 거 써본 사람?
이거 용도가 뭐야?

애들:  신고 청소하는 거요.

나: 어때. 쓸만해?

애들: 아뇨~

나: 영어로 이거 "뭐에 쓰는 거야? 용도가 뭐야?"뭐라고 할까?
What is it + <    >?
딱 한 단어 중요한 말 뭘까?
그렇지. For!!
붙어서 "What is it for?"

두산동아 중2영어 교과서, 이병민 저, 103쪽


심심한 문장에 숨을 불어넣는 한 끗 차이


수업을 하기 전에 대본을 쓰거나 정해진 형식을 연습하지는 않는다. 단 한 가지 하는 것이 있다면 이 문장이 필요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아이들을 대화의 중심으로 초대하는 것. 게임을 하거나 발표를 해도 누구나 한 번쯤은 참여하도록 활동을 구성한다. 아이들의 성격이나 평소 습관등도 눈여겨 두었다가 예문에 활용하면 참 좋다. 지각동사+목적어+목적보어(동사원형, 현재분사)를 써 볼 찬스를 포착. 교실 구석에서 졸고 있는 한 아이를 발견하고는 문장하나를 투척한다. 아이들과 영작하면서 한 단어씩 칠판에 적어내려가면 공부도 되고 자는 아이도 깨는 전문용어로 일타쌍피의 기적이 일어난다.


I saw 승민 sleeping.
I heard him snoring, too.


이 한 마디에 자던 승민이가 부스스 일어난다. 주변이 소란스러워지자 본인도 뭔가 수상함을 감지한 것이다. 여기서 한 문장 더. 


I watch 승민 wake up.


승민이도 수업에 참여한다. 이쯤 되면 인간승리!^^


배경음악이 되는 팝송  곡의 기적


아이들이 학습지를 풀거나 조용히 활동을 할 때 팝송을 틀어준다. 근데 그냥 팝송이 아니라 이번 과에서 배울 중요표현이 들어있는 팝송을 골라 배경음악으로 잔잔히 들려준다. 이번과의 신청음악은 "I believe I can fly" 그리고 "Dance Monkey" 두 곡이다. 지각동사와 목적보어를 보여주는 가사가 있어 교과서자료로 얻어온 곡인데 진도에 쫓기느라 같이 불러 볼 시간도 없고 팝송은 들려주고 싶었던 차에 하는 수 없이 배경음악으로 영어시간마다 틀어주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효과가 좋았다. 한 과가 다 끝나고 마지막 시간에 노래 가사를 띄워주며 따라 부르기 해보자고 하니 아이들이 떼창으로 노래를 따라 부른다. 의외의 효과에 올레~만세를 외친다.

"I believe I can fly"의 가사
"Dance monkey"가사



나는 살아있는 수업을 원한다.


팔딱팔딱 살아있는 수업은 대화가 있고 삶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비록 지필시험이라는 딱딱한 임무가 눈앞에 있어도 밑줄치고 외우고 시험 보고 그리고 잊어버리는 그런 수업은 원치 않는다. 아이들은  다*소에서 걸러달 린 슬리퍼를 볼 때 "what is it for?"를 생각해 낼 수도 있고, 길거리에서 마주친 친구옆에 모르는 사람이 있을 때, 옆에 있는 친구에게 "Do you know who he is?"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연히 들린 카페에서 나오는 팝송에 "나 이 노래 알아"하면서 흥얼거리며 영어가사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말이다. 나는 종종 이모습의 아이들을 상상하며 영어를 가르친다. 먼 훗날 외국인친구를 만나면 "I believe I can fly"를 같이 부르며 그들만의 공감대와 친근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김칫국을 마신다. 그래서 오늘도 더 재밌는 상황을 상상하고 더 딱 맞는 팝송을 찾아 서핑삼매경이다. 참으로 쓸데없어 보이지만 난 이런 오지랖이 참 좋다.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는 살아있는 영어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더 많은 이야기와 상황과 노래가 하나의 영어표현과 연결될수록 더 오래 기억되는 건 나만 아는 영업비밀이다.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전매특허 내 수업의 비장의 무기라고나 할까. 신나게 수업을 하고 나오는 데 맨 앞자리 가은이가 한 마디 한다.


선생님, 영어수업 정말 재밌어요.~

                  나도 그래. 내일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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