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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Dec 16. 2021

유난히도 부드러웠던 모래판의 추억

으랏차차 씨름부(2)

 엉겁결에 시작한 씨름부는 '빅 히어로' 강사님의 도움으로 한 학기 동안 순항하였다. 1학기 말 전일 체험으로 동아리 진로체험다가왔다. 씨름과 관련된 의미 있는 체험을 찾았다. 수소문 끝에 마침 시흥에 진짜 선수들이 연습하는 씨름판이 있어 찾아가기로 했다. 20명 남짓 중2  남자아이들을 대중교통으로 버스에 태우고 산 넘고 물 건너 1시간여 기나긴 여행 끝에 씨름판에 드디어 도착. 다들 힘들어서 잠깐 쉬고 있으려나 했더니 어느새 모래판 위에 올라가 맨발로 모래를 느껴보고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말한다. "선생님. 씨름판 모래가 너무 부드러워요." 그러고 보니 이곳 씨름판은 덥고 추울 때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실내 씨름판에 고운 모래에 한여름인데도 에어컨까지 있어 몸싸움하며 뒤엉켜있어도 끈적이지 않고 쾌적하고 뽀송뽀송할 수 있었다. 이 씨름판을 호텔방으로 비유한다면 로열 스위트룸 정도. 늘 연습했었던 학교 운동장 한 귀퉁이에 철봉대 곁에 조그마한 씨름판은 우리가 씨름부를 만들기 전까지는 거의 방치했던 수준이라 모래는 아무리 뒤집어엎어도 딱딱하고 거칠고 쓰레기까지 박혀있고 좁고 열악해서 거의 도미토리 침대 한칸 정도의 수준이었다. 

물 만난 고기처럼 아이들은 신이 나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출신초등학교 별 팀 대항전을 하느라 열중이다. 한참 즐겁게 아이들지켜보고 있는데 강사님이 어떤 분을 시흥시 씨름협회장님이시라고 소개해주신다.
"제가 오늘 애들 연습하는 걸 봤는데요. 경기도 청소년 씨름대회에 출전시킬만한 아이들이 있서서요. 혹시 출전이 가능할까요?"라고 물으신다. "아. 네?"  내가 잘못들은 건가.  '우아. 말이 씨가 됐나. 장난처럼 우리 씨름부가 백두장사, 천하장사 갈 거라고 큰소리쳤었는데. 진짜 가는 건가? 드디어 기회가 왔나!' 왠지 모를 설렘과 기대감에 반신반의하며 기분이 좋아진다.

"아. 네. 일단 부모님들과 학교장님께 여쭤보고 말씀드릴게요"라고 대답을 하고 관련된 분들께 모두 전화를 드렸다. 다행히도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주셨고 실제로 경기도 씨름대회에 나갈 기회를 얻게 되었다. 


'아, 우리 아이들이 진짜 천사장사가 될 수도 있는 걸까.' 갑자기 심장이 쿵쾅쿵쾅 나대기 시작한다.


다음 이야기는 3부에서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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