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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Dec 17. 2021

천사장사 만만세~

으랏차차 씨름부(3)

 대회 참가가 결정된 이후, 또다시 마음이 급해졌다. 연습 양이 부족하니 대회 출전하는 아이들과 씨름을 더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모아 토요일 방과 후 씨름 수업이 개설하였다. 그리고 대회에 출전하는 아이들은 원하면 주말마다 시흥시 씨름판에 가서 추가 연습을 하도록 협회장님과 협의를 해두었다. 4명의 아이들은 새로운 도전에 최선을 다해 연습을 했고 대회 참가하지 않는 친구들도 그들의 지원자가 되어 연습을 함께 해 주었다.

 8월 말, 드디어 대회 참가하는 날이다. 멀고 먼 용인에서 경기가 있었다. 모두 긴장된 얼굴로 대회 순서를 기다렸다. 우리 학교에서 힘 꽤나 쓴다는 아이들이 모여 갔지만 다른 학교 참가자들을 보니 정말 겉모습만 보아도 주눅이 들 정도로 등치도 크고 다부져 보였다. 처음 참가한 두 친구는 아쉽게도 패배. 그러고 나서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나머지 2명이 이긴 것이다. 그중 한 명은 경기도 중학생 3위를 수상하였으며  전국대회까지 나갈 기회도 얻게 되었다.


친구들 없이 혼자 연습하고 준비한 과정이 힘들어서였을까? 아쉽게도 전국대회에서는 수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이 모든 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역량을 끝까지 최대한 뽑아내 노력하고 도전했던 아이들의 모습이 아주 멋지고 자랑스러웠다.


 가끔 나는 학교라는 공간이 너무 제한된 영역에서만 아이들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공간이 아니었나 생각했다. 돌출된 행동을 하거나 모양이 다른 아이들을 문제아 취급하기도 했었으니까. 달리 생각해보면 아이들 각자가 원하는 혹은 그들에게 맞는 무대가 따로 있는 게 아닐까. 아이들이 가진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적당한 무대를 찾아주거나 만들어주면 자연스럽게 문제아도 반항아도 없어질 수도.  어떤 아이들은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육상트랙이 맞는 무대고, 어떤 아이들은 춤추고 노래하며 조명을 받을 수 있는 곳이 그에 맞는 무대고, 또 어떤 아이들은 부드러운 모래밭 이 그에게 맞는 무대인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성향이 있는데 편하고 관리하기 쉽다는 이유로 교실 속에 가두어 둔 것은 아닐까. 자기에게 맞지 않은 공간에서 어떤 아이들은 문제아가 되거나 돌발행동을 할 수밖에. 똑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공부만 시키려고 했던 어른들이 참으로 나빴다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요즘엔 코로나로 각자 따로 집에만 머물러 있으니 아이들의 답답함은 더 이상 말해 무엇하랴.

 씨름부 동아리 담당교사로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모한 도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아이들의 요구에 응하고 아이들이 가진 숨겨진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좋은 경험으로 연결되도록 길을 찾아주는 의미 있는 일이 되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 교실 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이들의 빛나는 의욕과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하려는 열정을 발견했다. 아이들의 요구에 답하는 교육은 늘 유효하다. 막막한 상황에서도 앞을 막는 벽을 계단으로 만드는 치열한 노력과 선입견으로 아이들은 보거나 포기하지 않았고 끝까지 아이들을 믿는 긍정의 기운이 어려움을 뚫고 나가는 주효한 비법이었다.


모래판 위에서 땀을 흘리며 몸을 움직이고 친구의 도전에 너나 할 것 없이 응원했던 순수한 얼굴을 잊을 수 없다. 그들은 비록 전국대회에는 실패했지만 그곳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내겐 늘 '천하장사'였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천하장사.


'애들아, 언제 어디서나 그 열정과 의지 잊지 않길. 천하장사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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