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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디에 살고 있나요?

라라크루 : 화요갑분 글감 (화면)

by 화요일

카메라 앞에서

화면 안에서

프로필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나


인스타피드에 폭죽처럼 터지는

행복의 허상은

오늘내일이 멀다 하고

조급하게 다그치는

헛된 다짐의 아우성.

'나는 행복해야 해'


디지털 아바타에 내 모든 친절함을 바치고

텅 빈 방구석에 껍질같이 웅크리고 앉아

거친 목소리로 곁에 있는 사람을

몰아세운다.

'지금 건들지 마.'


무심한 스크롤을 멈추게 할

허망한 미소가 담긴 가짜 행복을 만드느라

손바닥만 한 화면 안에 나를 가두고

지금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현실의 궁핍함을 잊고

화려한 화면 속 세상에 빠져

늘 곁에 있는

소소한 기적을

줄줄 흘려보내고 있다.


머리 위로 펼쳐진 하늘도

사시사철 색을 바꾸는 가로수도

자기를 한번 봐달라는 애절한 아이의 눈빛도

가볍게 머리칼을 흔드는 바람도

보고 느낄 겨를이 없는 걸


꺼지지 않는 화면 속에

쉴 새 없이 깜박이는 카톡 알림

읽지 않고 남겨둔 글은 없다.


불러도 불러도 답이 없는

무심한 뒤통수에

참다못해

천둥처럼 폭풍 같은 고함을 지르고 만다.


여길보라고, 지금 여기라고

애원하듯 외치는 말에

슬로모션처럼

힘겹게 들어올리는 얼굴


멍한 눈을 꿈벅이는 처량한 모습으로

건조한 눈빛 한 줄 떨구고는

또다시 고개를 숙이고 만다.


차라리 눈을 감고 싶다.

차가운 외로움

함께 있어도 따로

따로 있어도 같이

뒤죽박죽 혼돈스러운 이곳에서

나는 묻는다.


화면 안 세상,

화면 밖 세상,

당신은 어디에 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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