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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좋은 친구, 언제나 너 '라면'

라라크루: 화요갑분 글감 (면)

by 화요일


넌 말이야.

마음이 헛헛할 때 생각나.

늦은 저녁, 출출한 느낌.

하이에나처럼 너를 찾는다.

찬장 끝 끄트머리 드디어 보이는 너의 자태.

냉큼 꺼내와 가스불에 물을 올리고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보글보글 끓는 물에 너를 담근다.

냉장고 안 조연들도 찾아볼까.

달걀, 콩나물, 꽃게다리,

오늘은 너희들이다.

출격준비!

어느새 탱글탱글한 자태로 날 유혹하는 너,

젓가락에 냉큼 감아올려 천천히 음미한다.


음~~

탱탱한 면발에 완벽하게 스며든 짭조름한

혀끝에 터지는 만족스러움

어떻게 널 잊겠니. 요물이다. 너~


해물라면 주연, 김밥 조연 합작 한상


기나긴 여행 끝,

하루 종일 걸어 발끝까지 지친 날,

간절히 너를 만나고 싶다.


느끼한 버터맛

텁텁한 단맛은 이제 그만

더부룩한 뱃속은 지금

칼칼한 긴급수혈이 필요해.

작은 캐리어에 꼭꼭 구겨 넣은 비장의 무기

너를 찾는다.


숙소 안 금고 위, 작은 포트를 발견했다.

코드 꽂고 스위치를 켜고

보글보글 물을 끓인다.

뚜껑을 열고 수프를 넣고

너를 기다리는 3분

침샘의 침은 일찌감치 너를 마중 나와있는걸~

길고 긴 3분의 기억



으악~

예고도 없이

꼬마손님들이 들이닥쳤다.

까다로운 그분들을 위한 특급요리

휘리릭 준비해볼까.


멸치육수 우려내고

매콤 달콤 고추장과 설탕 팍팍

꾸덕꾸덕한 떡볶이 떡과

쫄깃한 어묵도 잘라 넣고

살포시 너를 얹는다.

묵직한 떡살에 경쾌한 너의 몸을 휘감아넣으면

엄지척! 최고의 음식이 된다.


떡도리탕 라면사리의 자태


매일은 안돼.

일주일에 한 번만 아껴 만날거야.

그래야 중독성 있는 감칠맛 너를

오래 만날 수 있거든.


오늘은 참을 거야.

네가 필요한 그때까지.


나를 잊지 마.

나의 오랜 친구, 너 ~, 라면!

곧 찾아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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