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저 아직 살아있어요. (feat.연탄의 꿈)

라라크루 포토 에세이 공모전

by 화요일


뜨거웠었다.

모든 걸 태워버릴 만큼

따뜻했었다.

시린 겨울날은 없을 만큼

빨간색이었다.

시들지 않을 것처럼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고

빛은 사라지고

열은 식어버리고

색은 희미해졌다.


지난 시절 뜨거웠던 열기는

덜 익은 고기를 빠르게 익혀내고

차가운 물을 화라락 끓여내고

붉은빛으로 매운맛을 뽐내다가


어느새

꺼질 듯 말 듯 흐린 빛으로

타닥타닥 작은 숨소리로

들릴 듯 말 듯

린 존재가 되었다.


타오르던 색은 잿빛이 되고

뜨거웠던 열은 뭉근함이 되고

이글거리던 빛은 희미해졌지만

아직 사라지진 않았다.


때때로

번개탄의 힘을 빌어 빛을 내고

가끔은

일상 속 소소한 불소시개로

작은 불꽃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지만

아직 꺼지진 않았다.


희미한 연탄의 온기는

가느다랗고

옅은

중년의 빛으로

한결같이

그대곁을 비추고 있을 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