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새해가 밝았다. 헐레벌떡 달려온 일 년이 어느새 종료되고 새로운 시작점에 닿았다. 지난 일 년을 돌아본다.
쉼 없이 달린 일과 육아, 잠시 쉬었다 가실게요~
내 속에 하고 싶은 말들이 쌓여 답답한 마음이 들 때쯤이었다. 막내가 초1이 될 무렵 진짜 이제는일과 육아를 잠시 쉬고 내 자신을 돌보고 싶은 마음이 차올랐었다. 연년생 큰애 둘을 키우고 그 아이들이 초1이 되어 휴직했을 때 태어난 막내, 아기는 너무 이뻤지만 일과 아이 셋의 육아는 쉼표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정신없는 일상으로 몰아갔다. 다행히도2021년 과감히 육아휴직을 던지고 잠시 쉰다. 그것도 1년을 꼬박.
어느 날 내 눈에 들어온 도서관 현수막 '우리들의 에세이 산책, 우리 삶에도 우산을 씌어줄까요?' 거리 현수막의 글귀가 마음에 훅 들어온다.
글쓰기가 우산이 된다고요?
동화작가 리하님과 하는 10주간의 글쓰기 수업, 매달 주어진 주제로 글을 쓰고 같이 수업을 듣는 글 벗님들의 글도 꼼꼼히 읽어보고 댓글도 단다. 선생님께서 주신 주제로 글을 쭉 따라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를 돌아볼 시간이 많아진다. 어린 시절의 나, 젊은시절 겁 없을 때의 나, 지금 중년이 된 모습도. 글을 쓰니 마구 쏟아지는 감정의 쓰나미를 글 쓰는 과정이라는 우산을 통해 멀리보고내려놓을여유가 생긴다. 단어라는 재료로 내 생각을 다시 요리해 새로운 글이라는 맛난 음식으로 태어나게하는 과정. 글쓰기 우산이라는 작은 공간 속에서거친 생각과 울퉁불퉁한 마음이 차분히 정리되고 새로운 것을 시작할 힘도 더불어얻는다.
일주일에 하루, 그림이 있는 35주간의 글쓰기 <주간 화요일>
10주간의 수업은 끝났다.글쓰기는 멈추지 않는다. 나에겐 다 계획이 있다. 일 년 동안 미술관을 매주 한 곳씩 가기로 한 것. <방구석 미술관 2>를 읽고 책 속 화가의 작품을 보러 제주도고 부산이고 광주고 일정과 시간이 맞는 다면 달려갔다. 때론 가족과 때론 친구와.혼자 갈 때도 있지만 차 한잔과 그림이 있으니 감상과 느낌을 정리하기에는 딱 좋았다. 매주 그림과 글이 있는 내 멋대로 잡지 <주간 화요일>을 블로그에 발행했다. 보고 들은 것을 매주 한 번씩 나만의 감상과 연결하여 에세이로 적고 기록한다. 조회수가 올라가고 댓글이 달리고 '좋아요'스티커를 보며 뿌듯하고 소소한 재미를 느낀다.
글쓰기 프로그램이 끝나고 마지막 날, 글쓰기를 함께 할 동지를 모아 동아리를 만든다. "앞으로 글을 같이 쓰실 분들 계실까요?"그래서 모인 5인방. 매주 월요일 한편씩 글을 올리고 서로 감상과 조언을 한다. 내 안을 표현하기엔 부족한 글들이라 때론 아프고 때론 따뜻했던 시간들. 각자의 희로애락을 글로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읽고 나누다 보니 우린 서로에게 편한 동지로 서서히 물들어갔다.
2021년은 '글 쓰는 나'를 발견한 소중한 한 해였다. 어린 시절 숙제로 꾹꾹 눌러쓰던 일기장 속의 순수함, 질풍노도 10대 때는 은밀히 친구에게만 속마음을 전하던 손편지 시절을 지나, 새벽녘 컴퓨터 앞에서 쓰고 지우며 고민해 보낸 이메일까지 길고 긴 글쓰기의 역사는 계속되었다. 지금은 브런치 혹은 블로그를 통해 얼굴도 모르는 글벗님들과 소통하는 호세월을 누리게 되었다. 누군가는 내 글을 보며 웃고 공감하고 또 누군가는 휘리릭 넘기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지난 일 년간 쪼그리고 앉아 썼던 진지했던 시간의 흔적들이 참 소중하다. 이 글들은 나만의 역사로 또 내 글을 읽는 이들의 역사로 계속 태어나게 될 것이다. 가늘고 긴 글쓰기의 역사는 앞으로도 계속된다.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