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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Jan 02. 2022

가늘고 긴 글쓰기의 추억

육아휴직 사용설명서

2022년 새해가 밝았다. 헐레벌떡 달려온 일 년이 어느새 종료되고 새로운 시작점에 닿았다. 지난 일 년을 돌아본다.

쉼 없이 달린 일과 육아,
 잠시 쉬었다 가실게요~


 속에 하고 싶은 말들이 쌓여 답답한 마음이 들 때쯤이었다. 막내가 초1이 될 무렵 진짜 이제는 일과 육아를 잠시 쉬고 내 자신을 돌보고 싶은 마음이 차올랐었다. 연년생 큰애 둘을 키우고 그 아이들이 초1이 되어 휴직했을  태어난 막내, 아기는 너무 이뻤지만 일과 아이 셋의 육아는 쉼표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정신없는 일상으로 몰아갔다. 다행히도 2021년 과감히 육아휴직을 던지고 잠시 쉰다. 그것도 1년을 꼬박.

어느 날 내 눈에 들어온 도서관 현수막 '우리들의 에세이 산책, 우리 삶에도 우산을 씌어줄까요?' 거리 현수막의 글귀가 마음에 훅 들어온다.


글쓰기가 우산이 된다고요?


동화작가 리하님과 하는 10주간의 글쓰기 수업, 매달 주어진 주제로 글을 쓰고 같이 수업을 듣는 글 벗님들의 글도 꼼꼼히 읽어보고 댓글도 단다. 선생님께서 주신 주제로 글을 쭉 따라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를 돌아볼 시간이 많아진다. 어린 시절의 나, 젊은 시절 겁 없을 때의 나, 지금 중년이 된 모습도. 글을 쓰니 마구 쏟아지는 감정의 쓰나미를 글 쓰는 과정이라는 우산을 통해 멀리보고 내려놓을 여유가 생긴다. 단어라는 재료로 내 생각을 다시 요리해 새로운 글이라는 맛난 음식으로 태어나게 하는 과정. 글쓰기 우산이라는 작은 공간 속에서 거친 생각과 울퉁불퉁한 마음이 차분히 정리되고 새로운 것을 시작할 힘도 더불어 얻는다.


일주일에 하루, 그림이 있는
35주간의 글쓰기 <주간 화요일>


10주간의 수업은 끝났다. 글쓰기는 멈추지 않는다. 나에겐 다 계획이 있다. 일 년 동안 미술관을 매주 한 곳씩 가기로 한 것. <방구석 미술관 2>를 읽고 책 속 화가의 작품을 보러 제주도고 부산이고 광주고 일정과 시간이 맞는 다면 달려갔다. 때론 가족과 때론 친구와. 혼자 갈 때도 있지만 차 한잔과 그림이 있으니 감상과 느낌을 정리하기에는 딱 좋았다. 매주 그림과 글이 있는 내 멋대로 잡지 <주간 화요일>을 블로그에 발행했다. 보고 들은 것을 매주 한 번씩 나만의 감상과 연결하여 에세이로 적고 기록한. 조회수가 올라가고 댓글이 달리고 '좋아요'스티커를 보며 뿌듯하고 소소한 재미를 느낀다.

<주간화요일>표지들

https://m.blog.naver.com/blume9506


함께 쓰는 즐거움.
글벗이 있는 길고 긴 여정


글쓰기 프로그램이 끝나고 마지막 날, 글쓰기를 함께 할 동지를 모아 동아리를 만든다. "앞으로 글을 같이 쓰실 분들 계실까요?" 그래서 모인 5인방. 매주 월요일 한편씩 글을 올리고 서로 감상과 조언을 한다. 내 안을 표현하기엔 부족한 글들이라 때론 아프고 때론 따뜻했던 시간들. 각자의 희로애락을 글로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읽고 나누다 보니 우린 서로에게 편한 동지로 서서히 물들어갔다.


2021년은 '글 쓰는 나'를 발견한 소중한 한 해였다. 어린 시절 숙제로 꾹꾹 눌러쓰던 일기장 속의 순수함, 질풍노도 10대 때는 은밀히 친구에게만 속마음을 전하던 손편지 시절을 지나, 새벽녘 컴퓨터 앞에서 쓰고 지우며 고민해 보낸 이메일까지 길고 긴 글쓰기의 역사는 계속되었다. 지금은 브런치 혹은 블로그를 통해 얼굴도 모르는 글벗님들과 소통하는 호세월을 누리게 되었다. 누군가는  글을 보며 웃고 공감하고 또 누군가는 휘리릭 넘기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지난 일 년간 쪼그리고 앉아 썼던 진지했던 시간의 흔적들이 참 소중하다. 이 글들은 나만의 역사로 또 내 글을 읽는 이들의 역사로 계속 태어나게 될 것이다. 가늘고 긴 글쓰기의 역사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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