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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Apr 10. 2024

방콕 말고 집콕

슬기로운 휴일 사용설명서

덤으로 얻은 휴일

오늘은 국회의원 선거일. 늦잠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원 없이 늘어져 있다 배가 고파 스르르 일어나 볼까. 어제 먹다 남은 재활용 순두부 찌개에 시장표 코다리 조림으로 한 그릇 뚝딱! 해치운다.


악~오늘 쉬는 날이다.



다시 생각해 봐도 좋다. 사전선거를 미리 해둔 덕분에 한 주의 중간, 수요일에 온종일 쉴 수 있게 되었다. 찐 행복하다~~!!



반신욕 타임

새로운 직업병이 생겼다. 긴 시간 서있어서 그럴까. 다리 뒤가 당기고 뭉쳐서 긴급조치가 필요한 상황. 뜨끈한 온천이라도 가고 싶지만 아쉬운 데로 미리 공수해 둔 입욕제가 생각났다.  반신욕을 준비한다. 뜨거운 물을 욕조에 채우고 입욕제 한번 뿌리니 노란빛으로 물색이 변하며 은은한 향기가 욕실 가득 퍼진다. 따뜻한 온기와 습기가 공간을 채울  때쯤 피로몸을 물속에  담근다.


아. 세상 부러울 것 없는데.



막내랑 물놀이도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며 오랜만에 작은 욕조에서 편안한 휴식시간을 갖는다. 막내가 꼬꼬마 아기였을 때는 어른 팔에 온몸이 푹 안길 만큼 작았는데 이제 그 작은 아이는 어느새 엄마 가슴까지 키가 커버린 초4 꼬마숙녀가 되었다.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때가 불어 슬슬 밀려 나올 때쯤 씻는다. 반신욕 한 물은 버리기 아까우니 오랜만에 욕실청소까지 야무지게 하고.


캬. 상쾌해진 아침 공기가 좋다.




빌딩 숲, 빼꼼히 삐져나온 봄

우리 집 베란다에 마련한 의자 두 개, 작은 탁자로 소박하게 만든 카페는 휴일 오픈하여 영업 중이다. 최근 주인장이 이문세 공연 관람 이후 줄곧 이문세 노래만 틀지만 누구 하나 컴플레인하는 하는 사람은 없다. 눈앞에 보이는 건 아파트와 공사 중인 아파트가 전부, 그래도 자세히 보면 건물 사이사이 꽃나무도 보이고 푸른 하늘도 흘러간다. 베란다에는  죽어가는 화초와 제자가 준 인조꽃이 카페의 분위기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지만 엄연한 카페다. 머리 위에는 빨래가 주렁주렁 한 건 비밀, 현대기술의 힘으로 편집하고 삭제하고 그럴싸한  분위기를 즐기며 커피 한 잔에 친구네 빵집서 주문한 휘낭시에 한 조각을 베어문다. 유명카페 저리 가라다. 같이 앉아있던 막내마저 친구호출로 놀이터로 뛰어나가고 혼자 남았다. 이젠 이름 모를 새소리, 무한히 반복되는 이문세 노래, 산뜻한 아침 공기만 호젓하니 딱 좋다. 다리를 쭉 펴고 눈을 감는다.



봄바람처럼 살랑
날 꽃잎처럼 흔들던 사람
꿈처럼 지난 날들
이제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봄바람처럼 살랑
또 하루하루 멀어지지만
어느새 또다시 눈부신 봄이야.

                          이문세 <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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