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국회의원 선거일. 늦잠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원 없이 늘어져 있다 배가 고파 스르르 일어나 볼까. 어제 먹다 남은 재활용 순두부 찌개에 시장표 코다리 조림으로 한 그릇 뚝딱! 해치운다.
악~오늘 쉬는 날이다.
다시 생각해 봐도 좋다. 사전선거를 미리 해둔 덕분에 한 주의 중간, 수요일에 온종일 쉴 수 있게 되었다.찐 행복하다~~!!
반신욕 타임
새로운 직업병이 생겼다. 긴 시간 서있어서 그럴까. 다리 뒤가 당기고 뭉쳐서 긴급조치가 필요한 상황. 뜨끈한 온천이라도 가고 싶지만 아쉬운 데로 미리 공수해 둔 입욕제가생각났다. 반신욕을 준비한다. 뜨거운 물을 욕조에채우고 입욕제 한번 뿌리니노란빛으로물색이 변하며 은은한 향기가 욕실 가득 퍼진다. 따뜻한 온기와 습기가 공간을꽉 채울 때쯤 피로한 몸을물속에 푹담근다.
아. 세상 부러울 것 없는데.
막내랑 물놀이도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며 오랜만에 작은 욕조에서 편안한 휴식시간을 갖는다. 막내가 꼬꼬마 아기였을 때는 어른 팔에 온몸이 푹 안길 만큼 작았는데 이제 그 작은 아이는 어느새엄마 가슴까지 키가 커버린 초4 꼬마숙녀가 되었다.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때가 불어 슬슬 밀려 나올 때쯤 씻는다. 반신욕 한 물은 버리기 아까우니 오랜만에 욕실청소까지 야무지게 하고.
캬. 상쾌해진 아침 공기가 좋다.
빌딩 숲, 빼꼼히 삐져나온 봄
우리 집 베란다에 마련한 의자 두 개, 작은 탁자로 소박하게 만든 카페는 휴일 오픈하여 영업 중이다. 최근 주인장이 이문세 공연 관람 이후 줄곧 이문세 노래만 틀지만 누구 하나 컴플레인하는 하는 사람은 없다. 눈앞에 보이는 건 아파트와 공사 중인 아파트가 전부, 그래도 자세히 보면 건물 사이사이 꽃나무도 보이고 푸른 하늘도 흘러간다. 베란다에는 다죽어가는 화초와 제자가 준 인조꽃이 카페의 분위기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지만 엄연한 카페다. 머리 위에는빨래가 주렁주렁한 건 비밀, 현대기술의 힘으로 편집하고 삭제하고그럴싸한 분위기를 즐기며 커피 한 잔에 친구네 빵집서 주문한 휘낭시에 한 조각을 베어문다. 유명카페 저리 가라다. 같이 앉아있던 막내마저 친구호출로 놀이터로 뛰어나가고 혼자 남았다. 이젠이름 모를 새소리, 무한히 반복되는 이문세 노래, 산뜻한 아침 공기만 호젓하니 딱 좋다. 다리를 쭉 펴고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