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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마주친 그대
강남역은 지금 꽃이 한창입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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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Jul 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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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 강남역엘 간다.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도 아니고
명품샵 아이쇼핑을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성형외과, 피부과를 가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한의원에 들르기 위해서다.
즐비한 성형외과 간판사이에 낀 왠지 어색한 한의원 문을 열고 들어간다.
세련되게 손님을 맞이하는 예쁜 직원들은
더도 덜도 아닌 딱 맞는 중간사이즈의 친절함을 보인다. 돈만 내면 왕이 된 것 같은 기분은 더 큰 도시, 더 큰 건물에 오면 더욱 업된다.
침 맞고 물리치료하고 추나까지 야무지게 받고
약도 한봉다리 받아 들고 달랑달랑 봉지를 흔들며 또다시 도시의 복잡함 속으로 합류한다.
꺼져가는 체력을
가까스로 수혈하고
새 사람처럼 가벼워진 것 같은 느낌으로
경쾌하게 강남역 지하상가 한복판을 걷다
보면,
'앗 이건 뭐지?!'
답답한 지하공기에
싱그러운 꽃향기가 느닷없이 공격한다.
발걸음을 멈춘다.
빌딩숲 딱딱한 도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생경한 아름다움.
몇 번을 고민하다
기어이 한 다발을 손에 쥐고 만다.
팔팔했던 청춘이 생각나서일까.
피고 지고 시드는 생명력이 애잔해서일까.
새삼스레 꽃 한 다발 사들고 마는 내 마음은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청춘의 모호함을 붙잡고 싶은 미련함일 수도 있겠다.
그나저나 꽃은 참 곱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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