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막내] 하나만 투어다. 아이 셋은 각각 자신이 원하는 방식의 엄마와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한다. 방학을 맞이해서 미뤄두었던 그 요구들을 하나씩 들어준다. 기차표를 예매하고 캐리어 하나만 단출하게챙겨해운대에 도착.
거침없이 바다로 직진
도착하자마자 바다로 달려든다. 제법 높은 파도가 일렁이는 데도 아이는 거침없다. 다짜고짜 물에 뛰어드는 무모한 짓을 하지는 않지만 해변가에서 발만 담그고참방참방 놀기만해도 너무좋아하는 11세 꼬마숙녀. 이런 해맑은 아이모습이 이뻐서 속절없이딸의 요구를 들어주고 마는 나는 영락없는 딸바보다.
파도따라잡기놀이
하얀 거품을 품은파도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가 반짝이는 모래를 드러내며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그 파도의 꽁무니를 쪼르르 따라갔다가 다다다 뛰며 도망쳐 나오는 것이 뭐가 그리 좋다고 아이는 소리 지르며 깔깔 거리고뛰고 달리고 도망치고 또 밝게 웃는다.
엄마, 조개껍질 주웠어요!
파도 속에 발을 담갔다가 빠져나가는 파도의 틈사이로 반짝이는 것들을 모아 두 손 가득 들고 나를 보며 웃는다. 그녀의 환한 얼굴에 쨍한 여름 이 한창이다.
모래놀이는 즐거워요.
가는 모래를 모아 높은 모래성을 짓는다. 우르르 쏟아지는 가는 모래알이 아이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려가면 간질간질 부드러운 기분에 노곤하고 평화로운 바닷가 오후 시간은 흐드둑 후드둑느리게만 흘러간다.
오로지 너만 바라보았던 시간
엄마의 시간은 온종일 햇살아래 그대로
그렇게 원 없이 하루 종일 놀았다. 그 어떤 제한도 요구도 하지 않았다. 그저아이가 원하는 만큼 놀고먹고 쉬게 했다. 아이는 분신처럼 여기던 휴대폰 한번 보지 않았는데도즐거워했다.
실은 아이보다 더 편했던 건 나였다. 즐겁게 노는 아이를 붙잡아 학원가라, 공부해라, 무엇을 하라고 힘겨운요구를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헤벌쭉 무방비상태로 아이를지켜보던 엄마의 몸은 결국 뻘겋게 달구어져 후끈후끈 타고 말았다. 그 흔한 선크림 하나 챙겨 바를 생각도 못했던미련하고도 충만했던 시간, 그저 아이에게만 흠뻑 젖어있던 시간. 이런 시간을 아이도 나도원했던 걸까. 가만 생각해 보니, 집안일도 아니고 휴대폰도 아니고 빨랫감도 아니고 오직 자기 자신만을 바라봐주는 엄마를아이는 간절히 원했었다. 아이는 가끔 "엄마. 나 안 보지?" 따져 묻곤 했으니까. [아이] 하나만 투어는 뜨거운 화상을 내게 남기고 말았다. 그러나 아이는반짝이는 눈빛으로 여름 햇살만큼이나 강렬한 행복도내게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