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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Jan 27. 2022

앗! 콧바람 충전할 시간입니다~

푸른 바다가 날 부를 때.

 속초에 사는 친구가 있다.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때부터 친구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하다 보면 뭐가 그리 바쁜지 잠깐 만나 얼굴 보기도 꽤나 힘들다. 아이 셋의 일정을 맞추고 남편 쉬는 날까지 기다리며 움직이긴 더 어려운 일.  바다가 보고 싶었다. 늘 통화만 하는 친구도 궁금했고, 코에 바람을 넣을 때가 되었다고 신호가 온 그날,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막내딸과 함께 속초행 버스를 탔다. 고작해야 1박이지만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은 내게 늘 설렘을 준다.

엄마와 딸

 도착한 첫날은 집에서 뒹굴뒹굴, 애들도 뒹굴뒹굴. 5살 꼬맹이와 8살 언니가 제법 잘 노는 것을 보니 엄마들 맘도 편하다. 둘째 날, 친절한 친구 남편 찬스로 비로소 바다 구경을 간다. 겨울바람이 차다. 그래서 인가. 물은 더욱 푸르다. 청량한 바람이 다행히도 kf94 마스크 미세한 틈 사이에도 스미어 들어온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누구에게나  푸르고 맑다.

조개껍질줍는 어린이들

 느지막이 결혼해 또 느지막이 딸을 낳은 내 친구는 또래보다 말을 잘하는 이쁜 딸을 키운다. "엄마, 이제 부끄럼병 없어졌어. 언니 오니까 좋다"라고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또렷이 말하는 5세 아이가 정겹다. 친구는 아이가 말이 많아 시끄럽고 귀찮다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대답해주고 반응한다. 그간의 정성과 노력오롯이 이쁜 아이를 키워냈음을 알 수 있다. '고생 많았다. 친구야!'

 

 아이들은 참 신기하다. 어떤 때는 태어난 데로, 타고난 대로 크는 것 같지만, 어떤 때는 부모의 행동과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 말이다. 바쁜 삶 속에서 순간순간 생각 없이 아이들을 대했던 조각들이 모여 아이의 성격이 되고 습관이 되고 인격이 되기도 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 하는 것이  쉽지 않고 어렵기만 하다.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먹고 클까?


소나무 숲과 해변

 짧았지만 푸른 바다와 만나고 나니 눈이 정화되고 마음도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천방지축 까불고 웃고 떠들며 몇 시간씩 먹고 또 먹던 10대 친구들은 없고 4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는 아줌마 둘이 육아의 고충을 나누는 벗이 되어 다시 만났다. 홀로 있는 나무가  바람을 막아내고 태풍을 견디긴 힘들다. 빽빽이 모여 같이 자라며 숲이 되고 벗이 되면 모진 바람도 같이 이겨낼 힘이 생겨나지 않을까. 짧고 굵은 돌발 콧바람 여행이었다. 오랜 친구 둘이 모여 거친 바람 이기는 빽빽한 숲이 된  든든한 기분을 모처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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