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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Oct 27. 2024

코스모스와 네잎 클로버

어쩌다 마주친 그대




아침 산책길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 너풀거린다.


뚜벅뚜벅 걸어가는 내 발걸음이 무거워서였을까.

활짝 웃는 꽃잎 뒤로

숨어있는 인내의 시간이 읽힌다.


흩뿌려진 씨앗으로 땅속에 힘겹게 뿌리내렸을 테고

작은 새싹으로 긴 여름을 이겨냈을 테고

흔들리는 줄기와 잎으로 거센 바람을 버텨냈을 테고

그렇게 흔들리고 견디어낸 수십일을 지나

비로소 꽃망울을 터트렸을 것이다.


꽃으로 아름답게 피어난 그 짧은 시간에만

인간은 바라보고 감탄하고 관심을 갖는다.

그나마 꽃을 틔우지 못하는 들풀들은

무관심 속에 피고 지고 살고 시들고 죽는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어떤 것은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

그 엄청난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인정받고

뽐내는 존재도 있지만

길가에 핀 들풀이나 이름 모를 작은 꽃처럼

그저 그렇게 살고 죽고 버텨가는 삶도 있다.


나도 빛나는 꽃이 되고 싶었었

주목받는 화려함을 원했던 건가.

문득 초라한 내 삶이 빈약하게 느껴질 때면

바닥으로 침잠해 

어두운 곳에 가만히 머물고 만다.


화려한 꽃이 아니면 어떠랴

가늘고 긴 잎으로 나고 지는 풀잎이면 어떠랴

생명이란 그렇게 각자의 몫으로 살게 되어있으니

서글퍼 말자.

외로워도 말자.

가끔 전하는 일상의 웃음으로

나만의 꽃을 틔우자.



엄마, 네잎클로버 만들었어요~^^

막내딸의 시리얼 네잎클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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