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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Feb 15. 2022

청춘포차 : B.T.F (feat. 동해바다)

20대 청춘과 함께 하는 Book. Talk. Friends

20대 청춘 여섯, 40대 중년 하나.
 이상한 조합이라고요? 아닙니다.
인생을 먹고 씹고 나누는
청춘포차 B.T.F입니다.

안목해변의 해맑은 청춘들

계속된 코로나로 확진자 수 증가.

그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수시 변경.

밀접접촉자로 격리.

이 같은 이유로 워크숍은 몇 번의 취소와 변경을 거듭하다 드디어 이곳 강릉바다에 도착했다. 이번엔 줌 회의방이 아닌 바다를 배경으로.


6명의 청춘들은 나를 선생님, 이모, 혹은 숙모라고 부른다. 서로 관련이 없지만 같이 책을 같이 읽으며 생각을 나눈다. 이제 이들은 느슨한 관계를 즐기며 인생을 이야기하는 친구가 되었다. 모임을 만들기 전 나는 생각했었다. 나의 20대를. 뭔가를 하고 싶지만 할 수 있는 용기도 방법도 몰랐던 그때를. 부모님이 아닌 누군가에게 부담 없이 내 삶의 문제나 고민을 얘기하고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바람을 내 주변의 20대들에게 전하고 함께 책을 읽고 우리 삶의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제안했다. 한 명씩 인원이 더해져 이제는 미국 친구 한 명 까지 총 6명의 청춘이 모였다. 아쉽게도 여행에는 두 명이 같이 못했다.


이번에는 <Animal Farm>을 원서로 읽는다. 우리나라 대선이 맞물려 리더란 무엇인지 책을 읽는 내내 같이 고민한다. 헌신적인 리더로 동물농장의 혁명을 주도했던 스노볼과 잔인하고 폭력적인 리더가 됐던 나폴레옹, 무진장 열심히 일하는 박서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어떻게 사는 게 맞는 것일지 주야장천 얘기하고 토론했었더랬다. 이런 진지한 책을 읽다가 머리도 식힐 겸 개학하기 전 재빠르게 강릉에 다.


하늘은 맑고 바다는 파란색. 그냥 파랑이 아니라 파란색이라고 수 있는 모든 색을 스펙트럼으로 주루룩 펼쳐서 한눈에 보여준다. 파도는 겨울바다의 깊은 맛을 과시하듯 더욱 차게  철썩철썩 소리를 내며 바위에 부딪힌다. 이런 풍경 '아. 진짜 바다에 왔구나!' 새삼 깨닫는다. 게다가 20대 감성으로 찾은 뷰와 맛을 가진 카페에서 온전히 풍경을 따뜻하게 오랫동안 감상할 시간까지 덤으로  얻게 되다니, "완.벽.하.다." 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소돌해변. 작은 흰 점같은 물체는 귀여운 갈매기새끼들

 코로나 속에서 조마조마하며 나선 여행이라 더욱 좋았을까. 음식, 바다, 풍경 모든 선택지가 안성맞춤으로 딱이었다. 갇힌 일상속에서 작은 숨구멍이라도 트인 것처럼 우린 열심히  찾아보고 멍하니 바라보고 말없이 걸으며 천천히 즐겼다.

안목해변의 브런치 카페, 롱브레드

느긋하고 편하게 자연을 보고 걱정 없이 있는 그대로 푹 빠져 머물러 있다 보면 새로운 에너지가 쏟아다. 분위기에 흠뻑 취해서였을까. 코로나로 경직된 몸이 풀려서일까. 인심 좋은 횟집 사장님이  무심하게 뚝뚝 썬 신선한 회 한 점에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즐거운 술자리가 시작된다. 베이징 올림픽을 단체로 관전하고 진지한 스터디 시간을 거쳐 매운탕에 청하 한잔을 걸치기까지 열심히 달릴 용기까지 샘솟는다.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 새벽 찬공기는 슬그머니 물러나고 이런저런 인생의 고민을 안주로 방 안의 공기는 뜨뜻해진다. 결국 이튿날부터 술병으로 한동안 속앓이를 했지만 그날의 파도소리는 아직도 선명하고 투명한 백색소음으로 내 귓가에 남아있다.

 책을 읽고 깊숙히 빠져 이야기하는 시간도 좋지만 바다를 배경으로 느릿느릿 가고 싶은 데로 발걸음을 옮겨도 머릿속이 청량감으로 채워지며 새로운 배움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나이도 사는 곳도 관계도 제 각각인 모임이지만 우린 자연을 배경으로 인생을 주제로 매달 새로운 깨달음의 챕터를 하나씩 완성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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