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하나만 투어 (2)
파리시간으로 오후 5시
샤를 드 골 공항에 도착했다. 밀려 나오는 사람들 틈에서 막내와 나는 단 하나뿐인 생명줄처럼 손을 꼭 붙잡고 있다. 이제 막 파리에 도착한 것이다. 짐을 찾으러 컨베이너벨트가 돌아가는 수하물 찾는 곳에 선다. 잊어버릴만하면 한 두 개씩 짐을 토해내는 늦은 속도에 빠름을 추구하는 한국사람은 지쳐 쓰러질 지경, 6시에 예약한 픽업차량이 도망갈까 노심초사다. 게다가 그는 어디서 우릴 기다리고 있는지 연락조차 없다. 불길한 예감이 덮친다.
오후 5시 40분
겨우 짐을 찾았다. 그런데 열심히 만든 수제 네임택이 없다. 바로 분실물 확인요청을 해야하는데 시간이 없어 눈물을 머금고 포기. 인포메이션을 찾는다. 택시기사 전화번호를 주고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할 요량으로 빛의 속도로 넓은 공항을 스캔한다. 빨간 조끼에 "Information "을 써붙인 도우미가 보인다. 다짜고짜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니 선뜻 도와주신다. 기사가 있는 곳은 7층 주차장 파란색구역에서 기다린단다. "Merci"를 외친다. 시간은 벌써 5시 50분. 한 손에는 전국을 누벼 수명을 다했는지 바퀴가 헛도는 캐리어, 다른 한 손은 나의 생명줄, 막내의 손을 잡고 뛴다.
5시 55분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뮤지엄패스까지 야무지게 구입하니 5시 55분. 엘리베이터로 간다. '헉. 7층이 없다.' 다시 직원에게 묻는다. 저 뒤의 엘베를 타라고 가리킨다. 바쁜 마음에 영어인지 불어인지모를 말을 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엘베를 탔다. 7층에 도착. 출입문 양옆으로 즐비한 차들. 도대체 내가 예약한 차는 어디 있다는 것인가. 또다시 뛴다. 헛도는 바퀴를 끌어당기며 주차장 곳곳을 누빈다. 아무리 찾아도 그가 준 차번호는 보이지 않는다. '아, 어쩌지. 프랑스인이 필요하다.'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침침한 공간에 형형색색의 차들만 즐비하다. 아, 저기, 주차장 한쪽, 짐을 싣는 프랑스인 가족이 보인다.
익스큐즈 무아~
아무나 붙잡고 사정을 설명한다. 딸정도로 보이는 여자는 아빠를 부른다. 남자분에게 다시 상황을 설명하니 친절하게도 택시기사에게 전화를 걸어주신다. 불어로 우리가 있는 위치를 열심히 설명하는 눈치. 전화를 끊고 내게 말한다. 운전기사가 곧 여기로 올 거라고. 휴, 한숨 돌린다.
저 멀리 그가 준 번호의 차가 들어온다. 두 손을 들어 흔들며 나를 태워달라고 열심히 또 뛰어간다.
Hi. I don't know where you are.
You should have gave me your location.
I already sent you emails twice.
What happened?
허겁지겁 짐을 싣고 차에 타고 기사에게 따져 묻는다. 어디 있었냐고 왜 두 번이나 메일을 보냈는데 왜 답이 없었냐고, 무슨 일이냐고. 그는 말한다. "메일? 무슨 메일. 네 전화 번화로 내가 전화한 거 안 보이냐. 나 저녁도 못 먹었다." 나는 로밍을 안 해서 내 전화번호로 연락이 안 되었다고 하고 그래도 어쨌든 만나서 다행이라고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도 내가 처음 전화했을 때 어디 있는지 말해줬어야 하는데 잘못했다고 말한다. 그래도 지금 출발해서 다행히 차가 안 막힌다고 40분이면 도착할 거라고 덧붙인다. 시계를 보니 6시를 조금 넘는 시각. 정말 숨 막히는 60분이었다.
이제야 찻 창 밖을 내다본다.
부드러운 석양빛이 나를 맞이한다. 강 위에 비치는 은은한 노란빛이 왠지 따스하다. 그리고 내게 말을 건다.'고생했어. 파리에서 푹 쉬다가'라고. 파리의 첫날이 이렇게 저문다. '나 잘할 수 있겠지?'
어서 와~환영해!
Bienvenue!
(비에베뉴~)
#라라크루 10기
#6-2 미션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