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줄다리기

<라라크루 합평회> 미션

by 화요일

팽팽했던 끈이

지금도 기억나는 중학교 체육대회의 한 장면은 두꺼운 동아줄을 양 팀이 모두 두 손에 꽉 쥐고 끌어당기다가 그만 그 줄이 툭! 하고 끊어져버린 사건이다. 그 당시 힘깨나 쓰던 믿음직한 선수들은 모두 동네서 한 덩치 하던 나와 내 친구들. 그녀들은 줄다리기에서도 물러섬이 없었다. 몸을 뒤로젓혀 땅바닥에 거의 닿을 만큼 줄에 몸무게를 실어 당기고 또 당겼었다. 이게 뭐라고 완전 혼신의 힘을 실어 젖 먹던 힘까지 다 써서 하느라 애썼지만 어느 순간, 각자 반대방향으로 도미노처럼 와르르 쓰러지고 말았다. 그때의 웃픈 에피소드는 지금도 생생하다. 이렇게 반대의 힘이 서로 맞닥뜨려 강력하게 힘겨루기 하는 순간은 삶의 곳곳에 있다.




나아가려는 힘 vs. 주저앉히는 힘

일상에도 줄다리기는 있었다. 50:50이었다가 결국 49:51로 아슬아슬한 승부를 내고 마는, 엎치락뒤치락하는 팽팽한 싸움. 자꾸 아래로만 당기는 힘과 나아가려는 힘이 그렇다. 음쓰(음식물쓰레기)를 버려야 하는데 밖이 너무 추워서 주저앉고 싶은 마음, 나가서 뛰어야 하는데 무거운 몸은 현관문 밖을 나가지 못할 때. 해야 할 일이 많아 자꾸만 컴퓨터 화면 속에 고개를 처박을 때는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기란 쉽지 않다. 내 안에서는 언제나 나아가려는 자와 주저앉으려는 자가 싸우고 있다.





아래로 숙이는 자 vs. 위로 보는 자

하루에 두 번 하늘을 보고 자연의 거대한 힘을 느낀다. 아침에는 뜨는 해를 저녁에는 어슴푸레 빛나는 을. 새벽녘, 아침식사를 준비하느라 들락거리다 문득, 좁디좁은 아파트 베란다사이, 어느새 떠오른 붉은빛 태양을 본다. 오묘한 색으로 세상을 넓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빛에 왠지 모를 영험한 기운을 느끼고 나도 모르게 성호를 긋고 감사기도를 드리곤 한다.


오늘 하루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과를 마친 여유로운 저녁,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매일 다른 얼굴로 빛나는 이 기다렸다는 듯 나를 맞이한다. 따스한 빛으로 토닥거리며 오늘 하루도 애썼다고 나를 위로해 주면서. 자연은 이렇게 크다. 세상사에 찌든 나를 언제든 변함없이 맞아주는 어머니의 품처럼. 일에 지칠 때는 휴대폰 보느라 컴퓨터 작업하느라 TV 보느라 아래로만 향하던 서선을 위로 올려본다. 가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것. 그 속에 있는 존재들을 바라보는 것, 달, 별, 태양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사소한 행위만으로도 우리를 지켜주는 묵직한 힘을 기억하고 버틸 힘을 다시금 얻을 수 있다. 게다가 디스크 예방에도 너무 좋다는 사실!^^


시선을 위로:
늘 존재하는 것들의
거대한 힘을 느낄 수 있는
아주 단순한 행위




걷는 자 vs. 타는 자

차를 타기보다는 걷는다. 걷는 나는 무거운 잡념으로 시작했다가 가벼운 걸음으로 끝난다. 하루의 걱정, 분노, 기쁨과 실망 꽉 차오른 생각에 푹 빠져 끝도 없이 이어지는 잡념의 꼬리. 뚜벅뚜벅 걷는 발걸음 속에 그 모든 것이 옅어진다. 흔들리는 나뭇잎, 계절마다 색깔을 달리하는 꽃나무, 퍼득퍼득 날아오르는 새들의 움직임 속에서 깊었던 잡념은 푸였게 후려지다 이내 사라지고 만다. 괜한 걱정을 떨치고 잊을 수 있는 것, 딴생각으로 정화시킬 수 있는 단 하나의 비법은 신발을 신고 나가는 것, 그 작은 행동으로 충분하다. 꽉 찬 쓰레기봉투를 들고 집밖으로 잠깐 나오기만 해도 새삼 상쾌해진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은 가벼워진다.


그저 무작정 걷기 :
잡념의 끈을 놓고 건강한
비움으로 가는
아주 쉽고 사소한 행위



책을 펴는 자 vs. 휴대폰을 드는

휴대폰을 보는 나에게 늘 지기만 하는 책 펴는 나는, 하루 두 번 정도 이길 때가 있다. 이른 아침, 그리고 잠들기 전. 단 한 가지를 똑똑히 기억하고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내가 지금 이 소중한 시간을
뭘 하며 보내고 있는 거지?



이 작은 질문 하나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하다. 하릴없이 릴스를 보거나 무의식적으로 스크롤을 내려 쇼핑몰을 뒤지거나 연락도 안 하는 친구들의 카톡 프로필을 염탐하는 행동은 바로 멈출 수 있다.


어느새, 책상 위에 쌓여있는 들에 손을 뻗어 어제 읽었던 페이지를 더듬거리며 찾아 펼친다. 끊겼던 이야기를 이어 붙이며 한 발짝씩 책 속 세상으로 다가가는 시간. 그 소중한 시간은 길지 않지만 갑자기 쏟아지는 졸음에 금세 책장을 덮고 에 빠져들곤 하지만 휴대폰 화면이 주는 묘한 각성에 속절없이 이끌려 목적 없이 소중한 밤을 지새우는 일은 없다. 나에게 책이란 포근한 잠의 세계로 고요히 빠져들게 만드는 조용한 동반자다.



일상의 줄다리기

일상의 줄다리기는 건강한 선택으로 가는 조금 더 나은 나로 가는 사소한 선택의 과정이다. 하루가 힘겨울 때는 게으른 선택이 이길 때도 종종 있긴 하지만 시나브로 좋은 습관이 이기도록 나를 단련한다. 그저 휴대폰을 내려두고 밖으로 나가서 하늘 위를 쳐다보기만 해도 삶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오늘도 건강한 힘이 굳건히 승리하길 빌어본다. 아니 싸우지 않아도 몸이 먼저 좋은 것을 향해 움직이는 루틴을 만들어 내길 바란다. 일상의 줄다리기는 어느 순간에나 존재하지만 힘겨루기 없이 편안하게 나에게 맞는 선택을 하는 평화협정이 이뤄지는 것이 정신건강에 훨씬 이롭다는 걸 안다. 사소한 고민들과 싸우느라 지친 한 주 끝, 오늘 토요일 아침에는 힘겨루기, 줄다리기 없이 느낌가는데로 하고 싶은데로 프리스타일 모닝을 맞이하길~~ (저는 늦잠으로 시작합니다^^)


매일 줄다리기하다 줄이 탁!
끊어지면 곤란하잖아요.
고민 없고 경쟁 없는
평화로운 주말이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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