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요일 Mar 27. 2022

새 수업 론칭쇼~

All Right English

 수업이 브랜드가 된다면 어떨까. 영어라는 과목에 의미와 철학을 담아 모토를 정하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담아 내 수업의 브랜드로 만든다면, 쉽게 이해하고 빠르게 전달되는 메시지로 영어라는 딱딱한 과목의 긴장을 풀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다. 궁리 끝에 나온 것은 "All Right English". 모든 도전과 시도가 허용되는 영어 수업. 단어를 외우고, 대화문 듣고 지문을 해석하는 수동적인 것에만 익숙한 아이들이 배운 것을 부담 없이 쓰고 말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


 3월 설렘과 긴장이 뒤섞인 가운데 첫 수업을 시작한다.  우리가 왜 영어를 배우는지 천천히 생각해본다.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모든 언어를 번역해주는 최첨단 21세기에 언어교육이 무슨 필요가 있겠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단순히 말을 번역하고 지문을 해석하는 단계를 넘어 텍스트 너머의 문화 그리고 그들의 삶의 체계라는 것은 어떨까. 언어를 넘어 사람이 사는 세상에 담긴 문화와 생각이라는 것, 그들의 삶에 대한 이해에 다가갈 수 있도록 나는 영어라는 과목을 가르친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 'I can speak'에서 나오는 옥분 할머니가 단지 한국어로만 위안부의 절절한 사연을 전했다면 어땠을까. 단어와 단어 사이의 숨소리, 작은 떨림과 쉼, 몇 번이나 고심해 고른 단어로 힘주어 영어로 말하는 할머니의 표정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있다. 절실함과 진정성의 바탕 위에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영어라는 언어를 얻는 다면 그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 된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 정도가 되면 어수룩한 발음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안될 수도.


내 생각을, 내 마음을 나의 음성으로 전할 수 있는 언어교육의 목적, 그 시작점에 있는 아이들이 두려움이라는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새 학기 긴장된 아이들의 눈 속에 따뜻한 온도를 실어 전한다.


실수해도 all right.
오버해도 all right.
그냥 해보는 거야.
All Right~!


구글이미지 캡쳐


큰 뜻을 담았지만 가볍게 다가가 영어를 쓸 수 있도록 재밌는 캐릭터도 만들고 학습지에 로고와 모토를 추가하여 인쇄한다. 별 볼 일없는 내 말을 찰떡같이 믿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아이들의 모습에  신이 난 나는 결국 '미리 캔버스'라는 툴을 이용해 귀여운 캐릭터를 담아 편집을 해서 쿠폰도 만든다. 거금 2만 원을 들여 전문 인쇄주문도 한다. 수업시간에 자발적으로 발표를 하거나 소리 내어 읽는 친구들에게 도장을 찍어주고 열심히 모으면 응원의 의미로 달달한 간식도 챙겨주겠다고 야심차게 약속도 하고. 아이들 얼굴에 미소와 기대가 번진다.

 

수제 영어수업 쿠폰 앞면
영어수업 쿠폰 뒷면

 일 년 내내 수업을 하다 보면 지치고 아이들도 나도 힘들 때가 있을 것이다. 별거 아니지만 달달한 사탕 하나에  졸린 눈이 번쩍 뜨이는 날도 있을 것이고 선생님이 손에 쥐어주며 칭찬해주시는 그 삼삼한 기분에 한번 더 영어책을 펴볼 기운도 나지 않을까.  단조로운 수업에 모토를 정해 활기를 주고 작은 쿠폰 아이템으로 재미를 더해 보는 것으로 나만의 수업 브랜드 론칭쇼를 대신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딱 나의 숨만큼 살아갈 용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