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묵직하게

데미안 (8)

by 화요일

데미안과 싱클레어

싱클레어에겐 데미안은 어떤 존재일까. 그를 괴롭히던 프란츠를 물리쳐주고 심도 깊은 대화를 하면서 편안함을 느끼게 하고 마지막엔 전쟁 속 병상에서 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주었던 데미안. 그에게 크게 의지하고 기대었던 싱클레어는 결국 '그'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누구일까.


굳게 믿으면 결국 이뤄지는

누군가를 열렬히 그리워하면 만나고 무언가를 열렬히 바라면 얻게 되는 건 그 어떤 염원이나 소망을 넘어서는 보이지 않는 이끌림이라는 힘 때문이 아닐까. 싱클레어는 에바부인과 데미안을 집중해서 생각하면 그 마음이 전달되는 신비한 경험을 한다.




열렬히 성장하려는 힘

싱클레어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 자신을 이끌어 줄 대상을 찾는다. 뭔가 채워지지 않는 것을 채우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열망하는 에너지가 스스로에게서 계속 뿜어져 나온다. 그 에너지가 모여 껍질을 깨고 나오게 하는 힘이 되고. 결국 한 단계씩 껍질이 벗겨지고 내면의 성장을 경험한다.



나 자신으로 가는 여행

자신 밖에서 뭔가를 찾았지만 결국 그 자신이 되어 돌아왔다. 위기의 순간에 데미안을 찾고 에바부인을 찾았지만 어느 순간, 그 자신이 그렇게 찾던 대상이 되고 마는 신비로움. 결국 혹자의 말대로 싱클레어 자신 안에 데미안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열렬히 바라고 따르면 결국 그 자신이 그 대상이 되어버리는 마법. 마지막엔 결국, 데미안과 싱클레어는 닮아있었다.


그러면 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그와 완전히 닮아 있었다.
그와, 내 친구이자 나의 인도자인 그와



그 전과 이후의 완전히 다르다. 외면은 같지만 그 안의 소프트웨어는 완전히 바뀐 상태. 인간의 성장이란 이렇게 부지불식간에 이뤄진다. 아이들이 철들었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걸까. 비로소 온전히 혼자 설 수 있는 시기가 되었음을 암시한다.



나를 긍정하는 힘

외부의 인정과 확인을 통한 성장이 아니라 스스로 단단하게 믿고 단호하게 밀고 나가는 힘이 커지면서 그제야 비로소 나를 인정하고 긍정하는 힘이 생긴다. 날 도와줄 누군가, 위기의 순간에 구출해 줄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그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고, 그것은 결국 나 자신을 믿고 인정하는 힘에서 나온다. 싱클레어가 성장하는 것을 보면 자기 긍정과 자신감도 같이 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홀로 당당히 설 수 있게 하는 내면의 단단함은 우리에게 오는 어려움과 고난을 없애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떤 어려움이 몰려오더라도 의연하게 대처하고 묵묵히 헤쳐나갈 수 있는 묵직함이 된다. 어른의 성장은 이렇게도 고독하고 또 조용하다.




P.S. 화요일엔 샛길독서 시즌2, <데미안>이 이번 편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어린 싱클레어가 성장하고 다시 태어나는 기나긴 여정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좀 쉬었다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로 다시 만나요.




#8-1

#라라크루14기

#데미안

#화요일엔샛길독서


화요일 연재
이전 16화연대와 꿈 그리고 에바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