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와 꿈 그리고 에바부인

데미안 (7) : B.T.F. 시즌2 예고

by 화요일

멈춰야 하나

작년 8월, 올해 1월 두 번의 북콘서트를 했다. 폭풍같이 몰아치는 큰 행사를 두 번 하고 나니 잠시 공황상태가 되었고 심한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었다. 꿈만 같았고 너무 좋았지만 그만큼의 그림자는 있었다. 준비하는 과정이 짧다 보니 충분한 논의가 부족했고 바쁜 일정을 쪼개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어려움을 어떻게하면 줄이고 편하게 할 수 있을까, 나 때문에 멤버들이 힘들었던 아닐까, 이제 그만 해야하나 괜한 고민과 걱정이 가득한 시간. 화려한 빛 뒤에는 그만큼의 어두움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 나는 안절부절못했다.




지난 금요일

두 번의 북콘서트를 돌아보고 앞으로 B.T.F.(Book, Talk, Friends)를 어떻게 꾸려갈지 다시 모였다. 전국 각지에서 퇴근 후 바쁜 걸음으로 한달음에 달려온 그들. 모이긴 어렵지만 한번 만나면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흐른다.


이번 북콘서트에 대한 솔직한 소감을 얘기해 보자.

그리고
우리 앞으로 모임을 어떻게 꾸려나갈까.
이제 다 성인이 되었고 직장인의 모임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지.



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제 20대 후반, 곧 30대라 한창 바쁜 때다. 결혼, 연예, 직장으로 힘들어서 다들 모임을 쉬고 싶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예전에 모임할때는 나를 제외한 모두는 학생이었고 책 한 귄을 천천히 깊게 읽을 수 있었다. 충분히 느끼고 음미하는 시간이 허락되었다. 하지만 이번 북콘서트를 준비할 때는 모두 직장인이었고 여유가 없었다. 멤버들은 그게 좀 아쉬웠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면서 내린 결론은 책을 더 공들여 읽어야겠다는 것, 그 의견이 주를 이루었고 한 달에 한번 모임을 하자, 그러면서 천천히 책을 읽자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그렇게 하다보면 북콘서트든 다른 어떤 형태로의 워크숍이든 자연스럽게 논의되고 준비되어 재밌는 이벤트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과연 청출어람(靑出於藍)
이다. 걱정만 하는 나와는 달리 이제 다큰 어른답게 <샛길독서>의 취지에 맞게 방향을 설정해냈다. 더이상 학생과 교사의 모임이 아니다. 이제 어엿한 사회인으로, 직장인 모임으로 B.T.F 시즌2를 시작할 준비가 것이다.


다시 초심으로

그들은 포기대신에 심기일전(心機一轉)을 선택했다. 순간, 걱정만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아, 진짜 아이들이 많이 컸다.


중학교 시절을 거쳐 대학생 그리고 지금 사회인이 될 때까지 우리들이 보낸 시간이 허튼 것은 아니었다. 이제는 진짜 책을 제대로 읽는 법이 체득되었는지, 멤버들은 대충, 금방 읽기가 불편해보였다. 그 모습이 얼마나 뿌듯하고 감동스러웠는지, 그간의 노력과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새삼 느꼈다.



시즌1의 마지막 미션

언제나 샛길독서의 마지막은 글쓰기다. 시즌1을 마치며 작은 미션이 있었다.


나에게 <어린 왕자>는?

나에게 <북콘서트>는?

나에게 <샛길독서>는?


정성 들여 쓴 글들이 하나씩 올라온다.

나에게 <어린 왕자>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서로에게 길들여지듯 책과 나, 그리고 우리의 삶도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는 걸 우리 모두 알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 왕자라는 책은 잃어버렸던 초심을 다시 찾아준 책이었다. (병임)

저에게 어린 왕자는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 것 같아요. 북콘서트 전 12월에 모였을 때 차근차근 읽어보긴 했지만 슬로 리딩을 할 때보단 확실히 이해하는 폭이나 얻어가는 게 조금 적었던 것 같거든요. (병호)

『어린 왕자』는 저에게 소중한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해 준 책이었어요.'장미가 원래 특별해서 어린 왕자에게 소중했던 게 아니라, 어린 왕자가 장미에게 쏟은 시간 때문에 그 꽃이 특별해졌다는 이야기가 특히 마음에 남았습니다. (석환)

제게 어린 왕자는 일상 속 작은 휴식 같은 책이었어요.., 어린 왕자는 읽는 과정에서의 느끼는 감정보단 책을 덮고 몰려오는 생각들이 저를 더 성장시켜 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우)

『어린 왕자』가 독서모임 도서로 선정되었을 때 솔직히 기뻤다.'하지만 기쁨과 달리, 나는 이 책이 처음부터 잘 이해되지 않았다. 혼자 읽기엔 어렵게 느껴졌고, 사람들은 모두 명작이라 하고 심지어 철학책이라 말하는데, 나는 왜 이해가 되지 않는지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오히려 다 같이 읽는다는 점이 좋았다. (주연)


나에게 북콘서트는...

모두의 노력으로 꿈꾸던 그것이 현실에 태어났고 마침내 살아있는 무대로 만들어졌지. 정말 달콤한 일이었고 황홀한 경험이었다. 북콘서트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 (병임)

북콘서트를 진행할 때는 사실 화면 넘기는 것과 스피커 조절하는 것에 집중하느라 공연이나 북콘서트를 온전히 즐기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같은 책을 읽은 뒤 내용을 공유하고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어떤 뿌듯함이나 보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병호)

북콘서트는 샛길독서가 가진 힘을 폭발적으로 보여주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콘서트에서도 책을 읽은 사람들은 무대를 통해 더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되고,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마저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는 것을 보면서 콘서트가 가진 힘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석환)

제게 북콘서트는 행복했던 BTF의 추억이자 기대가 있었기에 작은 아쉬움이 남는 추억이었습니다. 저희가 책을 읽고 즐겁게 시간을 보냈던 속도보다는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북콘서트를 준비했기에 다소 미흡했던 과정들이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결과는 아쉽지 않았지만요 : ) (지우)

북콘서트에서는 내 이야기를 말할 수 있다.
그곳에서는 (내 의견을) 존중받았다. 경청받았다. 그래서 감사했다. (주연)

나에게 <샛길독서>는...

이제부터 B.T.F는 똑같지만 다르게 태어날 거다. 제자와 교사가 아니라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동료면서 친구로 만남을 이어가자. 천천히 가지만 제대로 가겠다는 샛길독서의 초심을 다시 붙잡아주어 고맙다. (병임)

데미안을 읽으면서 하게 될 샛길독서가 더 기대되는 것 같아요. 특히 데미안을 읽다가 중도포기한 경험이 있는 저에겐 내용을 이해하는 데 있어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 책 한 권도 잘 안 읽는 요즘 책을 천천히 곱씹으며 오랜만에 BTF 멤버들과 함께 샛길독서를 하게 돼서 정말 반갑고 좋아요! (병호)

제가 경험한 샛길독서는 단순한 독후활동을 넘어서는 것인데 참여자마다 콘서트에 임하는 온도가 다른 것은 아쉬웠어요. 모두가 조금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석환)

제게 샛길독서는 책에 손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길잡이를 해준 고마운 친구입니다.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꼬리생각들을 통해 더 사고의 확장을 연습하게 도와준 책습관입니다. 샛길독서 덕분에 책에 다가가기 어려웠던 주변 친구들도 더 쉽게 책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지우)

샛길독서에서 읽는 책은 늘 내가 가진 고민과 닿아 있었다. 그래서 더 깊이 읽을 수 있었다.
(주연)




연대

데미안은 말한다. 진정한 연대는 개인이 서로를 알게 됨으로써 새롭게 생성될 거라고. 무엇보다 지난 5년간 우리는 책을 읽으며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되었으며 그렇게 서로를 알게 된 힘으로 북콘서트라는 형태로 세상을 바꾸는 작은 시도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다만, 그 과정이 조금 빠르거나 서둘러서 스스로 느끼기에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우리의 시도는 유효했다.



연대란 멋진 일이지. 진정한 연대는, 개개인들이 서로를 앎으로써 새롭게 생성될 것이고, 한 동안 세계의 모습을 바꾸어놓을 거야.
(182쪽)



바깥과 안

데미안과 그의 어머니, 싱클레어는 그들만의 것을 만들어냈다. 데미안집을 드나들면서 싱클레어는 밖에서는 느낄 수 없는 풍요로움과 행복감을 느낀다.


바깥에는 <현실>이 있었다. 바깥에는 거리와 집들, 사랑과 시설들...
그러나 여기 안에는 사랑과 영혼이 있다. 여기에는 동화가, 꿈이 살고 있었다.


독서모임안에서 우리는 꿈과 길, 바람과 소망을 얘기할 수 있었다. 충분히 서로를 기다려주고 경청했으며 때때로 그렇게 얘기했던 꿈이 실현되는 굉장한 순간도 목격할 수 있었다. 데미안과 싱클레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생각과 대화 가운데서 자주 그 세계 한가운데서 살았다.



자신의 꿈을 찾아내야 해요. 그러면 길은 쉬워지지요. 그러나 영원히 지속되는 꿈은 없어요. 어느 꿈이든 새 꿈으로 교체되지요. 그러니 어느 꿈에도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북콘서트는 내게 꿈이었다. 구체적으로 그 꿈을 꾸고 그리게 되자, 갈 수 있는 길을 보였고 여럿이 함께 이뤄낼 수 있었다. 그 꿈을 쥐고 계속 꾸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 꿈은 새로운 꿈으로 교체되고 업그레이드될 시기가 온 것이다. 어느 꿈에도 집착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다시 원래의 모습대로 다시 천천히 돌아가는 그 길을 선택해 같이 가기로 했다.




에바부인


그는 사랑했고 그러면서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면서 자신을 잃어버린다.


싱클레어가 흠모했던 에바부인에 대한 사랑은 조금 달랐다. 친구의 어머니를 사랑한다는 세상의 손가락질에 가리어진 것이 있었다. 그는 말했다. 그의 본질이 이끌려 지향해 가는 것이 그녀라는 인물이 아니고 그녀는 다만 그 자신의 내면의 한 상징이며 그 자신을 더 깊게 그 자신 속에 인도하려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다. 무언가를 진정 사랑하게 되면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더욱 자기다워진다는 것, 우린 그걸 자주 잊는다. 때때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구속하고 희생을 강요하곤 하니까. 진정한 사랑은 상대에게 그 자체로 자유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날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에바부인의 존재는 싱클레어에게 완벽한 안정과 동시에 자유를 선사한다.


에바부인처럼 누군가를 성장하게 하고 또 자유롭게 하는 그곳은 긴 여정의 쉼터, 떠돌던 여행자의 집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임은 정 붙일 곳 없는 지친 영혼의 안식처이고 세상에서는 하찮게 여길까 봐 두려워 꺼내놓기 어려운 나만의 소박한 꿈을 말하고 나누고 또 키울 수 있는 집이고 안식처다. 새로운 꿈을 안고 새로운 안식처가 될 <데미안>과 함께 B.T.F. 시즌2를 그려본다.



#라라크루1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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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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