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하고 새학교로 옮겼다. 꼬꼬마 중1 담임을 맡게 되었다. 집에 있는 사춘기 아이들과 동갑내기 친구들과 1년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사뭇 기분이 다르다. 엄마 말은 뒷등으로도 안 듣는 사춘기에 불만과 억울함으로 가득 차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임을 알기에 쉽고 또 어려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3월 2일 개학, 올망졸망 이쁜 눈들이 투명한 칸막이 사이로 빛난다. 코로나로 이것저것 제약이 많은 중학교 첫 일 년을 보낼 아이들을 생각하니 안타깝고 불쌍하다는 생각에마음이짠하다. 짝꿍도 없이 한 줄로쭉 맞추어진 책상 줄에 띄엄띄엄 아이들이 앉아있다.
내 어린 시절,좁은 책상을 맞대고 앉아짝꿍이랑 티격태격하며 놀던 기억이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선생님 몰래 책상 사이에 모눈종이를 두고 오목 두던 즐거움, 발표하려고 일어선 짝꿍의 의자를 뒤로 살짝 밀어 엉덩방아 찧게 하던 장난, 책상 사이의 선을 넘어온 지우개 따먹는 재미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다. 이 아이들은 지금의학교에서어떤 즐거움을 찾으며 지낼까.
교탁위에 게시할아이들 자리표를 만든다. 표를 이용해만들다보니 한 줄로 쪼르륵 앉아 있는 아이들 모습이 검은 김을 깔고 하얀밥위로 얌전히 놓인 김밥속 같다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다양한 맛과 개성이 있는 아이들을 하얀 밥을 깔고 김을 붙여 돌돌 만 맛난 김밥이 우리 반 로고가 되면 어떨까. 내친김에 애용하는 미리 캔버스에 적합한 이미지를찾아본다. 마침 딱 맞는 그림을 선택해이것저것 편집을 더해 로고를 완성한다.
내 맘대로 우리반 로고 완성
다음 날, 조회시간 김밥처럼 꽉 찬 우리 반을 생각해서 로고를 완성했다고 말한다. 카톡에 이미지도 공개한다. 다들 귀엽다고 난리. 기분이 좋아 코로나 끝나면 우리 반 친구들 함께 모여 김밥싸 먹자며 야심 찬 약속도 한다.
실은 세월호참사 이후, 학교에서는 수련회나 수학여행 같은 숙박형 체험이 사라졌다. 그나마 당일 체험이라도 할 수 있었던 소풍도 코로나 감염의 염려속에 사라진 지 오래다. 학교에서 지지고 볶는 즐거움도 즐거움이지만 친구끼리 삼삼오오 버스에 나눠 타고 가까운 곳이라도 소풍을 갈 때의 즐거움을 지금 아이들은 누리기 힘들게 된 것이다.물론, 인솔해야 하는 선생님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때 그 즐거운 소풍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김밥이었다. 지금처럼 필요하면 언제든지 사 먹을 수 있는 "김밥천*"이 없었을 때의 일이다. 너무 오래된 나때(라테) 이야기지만 소풍을 간다 하면 너나 할거 없이 새벽부터 부지런히 엄마가 싸주신 김밥을 도시락에 꾹꾹 눌러 담아 싸오곤 했다. 비슷한 재료와 방법으로 김밥을 쌌지만 어쩜 그리 모양도 크기도 맛도 색깔도 제각각인지. 친구들 김밥을 하나씩 맛만 봐도 금방 배가 부르곤 했다. 헌데 우리 집 김밥은 속이 너무 많이 그런지 김이 부실해 그런지 늘 옆구리가 터졌다. 도시락 뚜껑을 열면 여기저기 옆구리 터진 김밥들이민망하게 펼쳐져 있었다. 엉망진창이 되어있던 비주얼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그 김밥을 안 먹은 건 아니다. 게다가 엄청 맛있게 싹싹 비워가며먹은 것도 같다.
인터넷 사진 캡쳐
지금 2022년, 그 흔했던 김밥 한번 싸 먹는 게 일 년을 두고 기다려야 할 큰 이벤트가 되어버렸다. 현실이 야속하면서도 김밥속처럼 다양한 성격과 개성이 있는 아이들이 잘 뭉쳐서 김밥이라는 새로운 음식으로 탄생하듯 새로운 배움과성장으로올 일 년을 즐겁게 보냈으면 좋겠다고 바래본다.
자두의 <김밥> 노래도 생각나고.
< 윤여사 김밥집> 놀러 오세요~~^^
잘 말아줘~잘 눌러죠. 밥알이 김에 달라붙는 것처럼 우리 똘똘 뭉쳐 잘 지내자. 옆구리는 터지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