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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Apr 17. 2022

숨겨진 철쭉의 발견

나를 칭찬할 용기

아니, 그걸 몰랐어?
**이가 너 좋아하잖아. 나는 딱 알겠더구먼~


 가끔 지인들로부터 듣는 말 중에 하나다. 두루 사람들과 지내길 좋아하는 나는 사람들을 쉽게 평가하지도 쉽게 선을 긋지도 않는 편이다. 일종의 직업병처럼 다른 사람 말을 듣고 평가하기보다는 그 사람과 개인적으로 겪고 지내기 전엔 쉽사리 사람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애쓴다. 관계를 맺을 때는 조심스럽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알아가는 스탈이라고나 할까. 특히나, 내가 속한 부서나 팀 안의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래서 그런지 종종 사람들 사이에서 불편하고 힘들다고 소문난 사람들과도 잘 지내는 편이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나를 좋아해 주길 바란다거나 인기를 얻기 위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도 누군가가 천천히 알아봐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한 행동 같다. 그런데 가끔 이런 말을 들으면 칭찬인 거 같아 기분이 좋기도 하고 내가 뭔가 사심을 품고 관계를 맺는 것은 아닌데, 오해받는 것 같아 당황스럽기도 하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고 어색하기도 하다. 내가 그 정도의 사람인가라는 생각에.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제 자신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 같아요.


친한 지인들과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다가 이런 고민을 던진 적이 있다.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잘하고 있어. 남한테 말고 스스로도 자신을 인정하고 칭찬해봐."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방법을 모르겠다. '나 자신을 인정하고 칭찬하기'. 내가 뭔가를 성취하고 잘 해내도 자칫 오만하고 잘난 척이 되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까 봐 최대한 작게 표현하고 어쩔 줄 몰라하며 빠르게 행복한 그 시기를 넘기곤 한다. 막상 그러고 나면 나의 노력이 그냥 넘겨지는 것 같아 속상하고 서운하기도 하다. 좀처럼 내가 내 자신을 인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은 칭찬이란 내가 노력한 지점을 누군가 정확히 알아봐 주고 그것에 대해 인정하고 축하해주는 것일 텐데. 남들이 보고 알게 되는 결과의 지점보다 과정에서의 애씀이 충분히 보이지 않고 인정받기 어려워서 서운할 때가 많았다. 그러니까 내가 칭찬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라서 내가 성취한 화려한 결과에 집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썩 좋아 보이지 않기 때문도 있겠다. 그런데 누가 알랴. 조용히 혼자 고민하고 준비했던 시간을. 그래서 내가 나를 알아차리고 칭찬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겠지. 남이 인정해주어야 그제서야 나를 인정하는 나는 나를 더 작게 의존적으로도 만들기도 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에 이른다.


 나는 같이 일을 진행하는 팀원과의 협동과 소통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충분히 소통하며 사소한 일들에도 즐거움과 재미를 찾고 느끼고 자주 피드백하고 격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려 노력한다. 그러면 뭔가 어렵고 힘든 일도 끝까지 진행하게 하는 힘을 얻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칭찬받고 싶은 지점이 있다면 바로 이것일 것이다. 일하는 과정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두루 살피고 각자에 맞는 역할을 찾아내어 충분히 능력을 발휘하고 재밌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는 그것. 그런데 최종 마지막 결과만을 본 사람은 이런 과정의 노고를 잘 모른다. 문득, 아, 이 과정을 다 아는 나와 일했던 사람들은 나를 좋아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여전히 내 자신을 인정하는 것엔 서툴다.

 문득 예전에 아이들과 읽은 책이 생각난다. <심술은 나를 외롭게 해>. 은사시나무와 철쭉 이야기다. 철쭉 같은 막내만 좋다고 한 농부 같은 내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철쭉을 시샘한 은사시나무 같은 큰 딸이 생각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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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은사시나무와 산철쭉은 예쁜 꽃을 피웠어요. 산철쭉은 진분홍 꽃을 꽃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워 예뻤지요. 하지만 은사시나무는 산철쭉 꽃보다 예쁘지 않았어요. 다랑논 주인이 산철쭉 꽃을 쓰다듬으며 좋아했어요.

'나도 꽃을 피웠단 말이에요.' 은사시나무는 발뒤꿈치를 들썩이며 큰 소리로 말했어요. 하지만 다랑논 주인은 쳐다보지 않았어요.'아이고! 새 잎이 돋으니 꽃보다 더 예쁘구나'다랑논 주인은 여전히 산철쭉만 쓰다듬어 주었어요.

'내 잎도 예쁘단 말이에요. 보세요!'살랑살랑 반짝반짝 은사시나무는 온 몸을 살랑살랑 흔들었지만 다랑논 주인은 들은 척도 안 했어요. 화가 난 은사시나무는 산철쭉과 넓적 바위에게 심술을 부리기 시작했어요. 은사시나무는 부지런히 잎사귀를 만들어 그늘을 키웠어요.

그늘 속에서도 산철쭉 잎사귀가 잘 자라자 은사시나무는 허리를 굽혀 온몸으로 비질을 했어요. 산철쭉 잎사귀마다 상처가 나고, 피가 나도록 하루 종일 비질을 했어요. 견디다 못한 산철쭉이 애원하듯 말했어요.'은사시나무야, 이러지 마! 너는 나보다 더 멋져'

철학동화 <심술은 나를 외롭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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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다른 사람 말고 내 안에 은사시나무와 철쭉 같은 모습은 없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람들을 두루 살피고 마음을 쓰는 내 모습이 소박하지만 이쁜 철쭉 같다. 그런데 이런 순간에 은사시나무 같은 시샘하고 견제하는 마음이 나타나서 '아니야. 넌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아. 그냥 너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이야. 자만하지 마.'라고 내 안에서 비난하고 단속했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나를 인정하고 칭찬했던 농부와 같은 마음이 없어서 외롭고 힘들었던 것이었나. 나는 왜 그랬을까. 또다시 나를 질책한다.

힘들지만 용기 내어 은사시나무 같은 나를 밀쳐내고 내 안의 철쭉 같은 아름다움을 칭찬하는 농부가 되어 되내어본다.

낮게 넓게 피어나는 철쭉처럼
너도 누군가에게는 기쁨이 되고
즐거움이 되는 존재야.
기뻐해도 괜찮아.

낮게 넓게 아름다운 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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