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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Apr 23. 2022

과감하게 개명하면 생기는 일

<윤여사 김밥집> 학급운영기

 똘망똘망 귀여운 중1 아이들이 이제 한 달 반 학교생활을 해냈다.  원격수업 후에 등교라 그랬나 아이들의 눈에는 아직도 신남과 즐거움이 가득이다. 우리 반은 개성 있는 5색 김밥 속이 맛난 김밥을 만들 듯 각자 다른 미션을 맡는 모둠으로 새롭게 구성해 만들었다.

귀에 쏙쏙 5개 부서
학급 자치의 시작은 개명부터

 학급 자치의 기본은 적절한 역할분담과 모둠원간의 팀워크. 그리고 입에 착 붙는 부서명 변경으로 이해하기 쉽게 모둠을 만들었다. 원래 있던 부서명: 학습부, 총무부, 미화부... 이런 이름들은 너무 어려운 데다가 노잼이다. 그래서 싹 다 내 맘대로 개명해버렸다. 펀펀 이벤트부는 우리 반 학급 행사와 단합을 추진하는 부서로 제일 처음 생일파티와 마니또를 추진했다. 생일파티는 생일 당일 아침 칠판 가득 축하 메시지를 적고 떼창으로 생일 축하노래 불러주기. 그리고 인증샷까지꼼꼼히 챙긴다. 

칠판가득 축하메시지

 꼼꼼 학습관리부는 수행평가나 시간표 변경, 준비물을 챙겨 칠판에 적어주고 반톡 공지도 해주는 부서다. 튼튼 건강관리부는 코로나 시대에 새로 생긴 부서로 손소독제 관리, 소독 물티슈 배부, 체온 체크, 교실 환기 등을 담당한다. 핫핫 우정 관리부는 내가 만든 부서중 가장 애정이 가는 부서다. 도움이 필요한 친구나 소외된 친구들을 살피고 먼저 다가가 안부를 묻고 말을 거는 부서다. 반톡에서 욕설이나 같은 말을 반복해 도배하는 친구들에게 경고하는 일도 한다. 친구들 간에 갈등 상황이 생기면 중재해서 서로의 마음을 풀도록 돕는 것도 중요한 미션이다. 마지막 부서는 반짝 교실관리부. 예전의 환경미화부라고 불리던 부서인데 교실의 게시판 관리하고 여러 가지 물품을 정리하고 고장 나거나 수리할 곳이 없는지 살피는 부서이다.


우리가 정하는 우리 반 학급규칙

 첫 번째 학급회의시간,  부서별로 모여 학급규칙을 정해 본다. 아이들끼리 고민하고 조율하면서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소통하는 귀중한 시간이다.

핫핫 우정관리부가 만든 학급규칙
튼튼 건강관리부가 만든 학급규칙

정해진 규칙은 일주일 동안 매일 아침 조회시간에 부서장이 나와 발표하고 공유한다. 그리고 4월 자리배치는 모둠원끼리 같은 분단이 되도록 재조직한다.

29번의 쉬는 시간이 모이면 할 수 있는 일

 한 달 동안 열심히 맡은 역할을 한 뒤, 주간 동안 시간을 내서 부서별 상담을 진행한다. 매일 점심시간 포함 5번의 쉬는 시간에 5~6명의 아이들을 일주일간 만나고 얘기한다. 29번의 쉬는 시간을 29명과의 대화로 꽉 채운다. 때론 위로하고 때론 토닥이고 때론 격려하고 칭찬한 시간. 10분이라는 시간은 짧지만 굵었다. 잠깐이라도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고 진심으로 안부를 묻고 질문했다. 잘하고 있다고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이 너무 좋다고 격려했다. 맡은 일을 잘해주어 고맙다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하고 나니, 조심스럽게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던 긴장했던 아이들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지고 떠나는 뒷모습도 살랑살랑 가벼운 발걸음으로 경쾌해보인다.


 나는 아이들 성장의 목격자다. 작은 변화와 작은 떨림과 멈춤도 잘 기억하고 적절히 반응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닌 사람이다. 교사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아이들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기나긴 성장 여정의 안내자이기도 하다. 그들이 건강하게 편안하게 자신의 길을 잘 가고 있는지 묻고 지칠 땐 손을 잡아 이끌기도 기다려주기도 다. 나는 교과서 속 지식을 가르치는 자라고 교사를 정의하고 한정 짓는 것에 반대한다. 지식과 교과에만 나를 가두지 않고 각자 다른 길을 가는 아이들의 여정에 맞는 나만의 역할을 찾는다. 섬세한 관찰을 통해 발견된 새로운 역할로 재정의된 교사의 이름으로 <윤여사 김밥집>의 경영철학을 담아 조정하고 다잡는다.


아이들 얼굴에 옅은 미소가
하늘하늘하게 번지더니
벚꽃잎처럼 가볍게 흩날린다.

참, 좋은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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