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하나만 투어: 왕복 16시간짜리 어린이날 선물

사사모 공존 일기

by 화요일


코로나의 끄트머리, 거친 3~4월 보내고 드디어 푸르른 5월이다. 어린이날이 낀 꿀 같은 연휴, 오래간만에 남편도 시간을 맞춰 과감하게 먼 곳까지 가족여행을 나선다. 행선지는 통영 그리고 거제. 예상했던 대로 그동안 참았던 대한민국 국민의 여행욕구가 단체로 발현되는 시점이었다. 아침 7시에 서둘러 집을 나섰으나 통영시에 닿은 시각은 오후 4시. 쉬엄쉬엄 국도를 타고 놀다 가다 한터라 지루할 틈은 없었어도 긴 시간 운전에 남편의 다리와 목은 피로가 겹겹이 쌓였을 거다.


우리의 일정은 큰 점을 찍듯 굵직한 곳은 미리 정하고 나머지는 되는대로 보이는 데로 유연하게 발길 닿는 데로 움직인다. 첫날은 통제영과 동피랑 마을을 둘러보고 일찍 숙소에 돌아와 쉰다.

동피랑벽화마을
동피랑마을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통영시내

골목골목 좁은 길을 아기자기 귀여운 벽화를 감상하며 올라오니 가파른 길을 쉬이 올라온 것 같은 느낌이다. 전망대 위에서 내려다본 통영시는 도시와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이다. 통영을 '한국의 나폴리'라 하더니 그럴만하네. 고개를 끄덕인다.


둘째 날은 거제를 둘러보기로 했다. 아침 일찍 해금강 유람선 투어를 나선다. 해금강의 멋짐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보다 투어가 끝나고 도착한 선착장 근처의 바다는 뜻밖의 아름다움을 주었다. 에메랄드빛 깨끗한 바닷물이 맑은 날씨와 푸른 하늘을 비추듯 눈부시다. 한동안 물속을 들여다보며 물고기도 보고 휴대폰 사진을 찍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 바닷속의 돌이며 물고기며 해초며 하늘하늘 움직이는 모습이 푸른 하늘을 청정한 바닷물로 비춰내고 있는 것처럼 몽환적인 느낌이다.

흡사 동남아 유명 휴양지 같은 빛깔의 바다에 홀려 한동안 이곳에 머문다. 결국 선착장을 빠져나오는 길 내내 넋을 잃고 길목마다 사진을 찍느라 다른 가족들은 철부지 엄마를 기다리느라 차 안에서 한참을 있어야 했다. '미안해~'말하고 서둘러 차에 타고 다음 행선지로 향한다.

원래는 몽돌해수욕장을 가기로 했었지만 그보다 가까운 곳에서 발견한 구조라 해수욕장으로 행선지를 바꾸어 향한다. 탁 트인 해수욕장과 은빛 모래 있는 이곳, 여름 날씨 같은 이른 더위에 안성맞춤이다. 한적하고 조용한 바닷가의 정적을 깨듯 막내가 '와~신난다.' 외치며 다다다 달려간다. 모래 속에 푹푹 발이 빠져 빨리 가기도 힘들 텐데 더디 가는 늙은 엄마는 안중에도 없고 어느새 물속에 들어가 물놀이 삼매경이다.

그녀는 오빠랑 아빠랑 좌 청용 우백호처럼 든든히 대동하고 한동안 때 이른 해수욕을 즐겼다. 한참 뒤에야 엄마가 생각이 났는지 내 곁에 누워 모래놀이를 한다. 그러곤 내게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엄마, 오늘이 최고의 어린이날 선물 같아요.
감사합니다.


갑작스러운 막내의 감사인사에 남편도 나도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래, 멀리 온 보람이 있다. 어린이날 선물이 꼭 장난감일 필요는 없으니까. 사이즈가 안 맞아 환불한 어린이날 선물, 킥보드는 다시 안 사도 되지 않을까. 야무진 꿈을 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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