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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Jun 01. 2022

우리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

또박또박 자치 일기

 어김없이 4월이 왔고 또다시 그날이 왔다. 노란 리본이 속절없이 흩날리던 그날. 누구나의 가슴에 아린 기억으로 한없이 아래로 내려갔던 4.16을 우리는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질문은 하나, 서로 다른 답을 찾는 시간
: 대의원회의

4월 초 어느 날, 전교의 반장들이 모였다. 학생회는 질문하고 학년 자치는 답을 찾는다. 학년별로 모여 학급 회의시간에 각 반 학생들과 할 학급활동을 미리 논의하고 정한다.


어떻게 세월호를 추모할까?

1학년 자치회 추모방법
작은 생각이 모여 큰 산을 넘는 힘
: 학년 자치회의

다시 한번, 학급 반장들이 모여 세월호 추모하는 학급활동을 어떻게 할지  생각을 모은다. 시간을 쪼개고 순서를 정하고 자잘한 아이디어가 모이니 그럴듯한 회의의 틀이 잡힌다.


나 : 애들아. 이렇게 준비한 것들로 회의를 진행하다가 시간이 남으면 어떡하지?

2반 반장 : 영상을 보고 추모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요?

모두 : (끄덕끄덕)

나 : 좋은 생각이다.

4반 반장 : 4분 30초 동안 쪽지를 적은 뒤에 한 사람씩 나와서 읽으면 어떨까요?

모두 : 와~

5반 반장 : 4분 30초 쪽지를 적을 때 음악, 예를 들면 "천 개의 바람(세월호 추모 노래)"을 틀어주면 좋을 것 같은데요.

모두 : 최고다.

나: 그럼 지금 나온 생각을 순서대로 정리해볼까?

모두: 네~


함께 나누는 힘
: 학년 자치에서 학급 자치로

 4월 15일 학급 자치 시간. 나 또한 떨리는 마음으로 아이들 앞에 선 반장들의 모습을 살펴본다. 학년 자치 회의에서 학급회의를 미리 준비해서 일까. 그들의 눈빛에서 불안함보다는 안정된 힘이 느껴진다.



1학년 학급자치 활동
2학년 학급자치 활동

 노란색 종이로 리본을 만들어 추모의 마음을 적는다. 그리고 리본들을 한 장 한 장 엮어 새로운 띠를 만든다. 창문에 리본을 연결해서 꾸미기도 하고 큰 종이에 커다란 노란 리본 속에 작은 리본을 채우고 추모의 글을 더 적어 완성한다.

3학년 학급자치활동


 3학년들은 친구들에게 무작정 추모하기를 강요하기 전에 '왜 우리가 세월호를 기억해야 할까?'라는 앞선 질문을 던진다. 각자 자신의 생각을 적는다. 친구들이 적은 답을 공유하고 가장 공감 가는 의견에 스티커를 붙여가며 생각을 넓히고 또 모은다.


다시 하나로 모으기
: 학생자치가 결과 공유

 각 반 학급회의시간에 한 세월호 활동 사진을 모아 학생회에서 다시 콜라주로 완성. 또 하나의 작품이 되어 아주 멋지다. 각 반에는 추모의 글이 걸리고 층마다 콜라주를 크게 출력해서 각 층 복도에 공유한다. 각 반의 활동이 모아져 새로운 작품이 되고 그것을 다시 공유하는 힘은 생각보다 크다. 결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고 같이 뭔가를 해나가고 있다는 학생 전체로서의 단단한 믿음과 결속력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주제로 심플하게 정리
: 자치 일정 체계 잡기

올해 초 학생자치를 맡고 시작한 나의 심정은 복잡다단한 기대와 여러 가지 사업으로 뒤죽박죽인 커다란 상자를 넘겨받은 느낌이었다. 학년 자치, 학생회, 학급 자치의 체계와 순서는 없었고 학생자치를 통한 민주주의 교육을 원하는 교육청의 바람시민교육을 시작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도 읽혔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정확한 형체 없이 덩어리로 나에게 툭 던져진 느낌이었다. 


'나 몰라라'하고 넋 놓고 있을 순 없었다. 정신 차리고 매달 한 주제를 정해 본다. 정기적인 회의로 의견을 조율하도록 체계도 잡는다.

1학기 회의일정

  가장 중요한 질문 하나를 학생회는 매달 하나씩 던지고 학년 자치에서는 학급회의로 어떻게 그 질문을 던지고 모아갈지 생각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정기적인 학년 자치 회의로 학급회의의 방법과 실천을 논의하고, 그전에 학생회와 학년 자치 대표와의 회의로 논의할 주제와 방향을 정한다. 실천한 학급회의의 결과물은 다시 학생회에서 모아 공유하고 같은 주제에 따른 다른 생각과 표현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서툴고 부족하다. 하지만 명확한 주제와 질문을 던지니 아이들이 생각하고 또 반응한다. 생각보다 진지하고 기대 이상으로 뭔가를 만들어낸다.


방향 제시하고 논의할 자리를 만든다. 아이들의 생각이 자라고 우왕좌왕하던 생각이 라벨이 적힌 서랍 속에 차곡차곡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보인다. 혹시나 욕심을 내지 않을까 속으로 마음을 다잡는다. 


한 번에 하나씩 해나가기.
서두르지 말고 점프하지 않기.
내 생각은 제안하고
아이들의 답을 기다리기.
그리고
또박또박 자치의 길로
같이 성장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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