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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Jun 13. 2022

똑똑똑~ 교장선생님 계셔요?

또박또박 학생자치 : <간담회> 후기

"선생님, 한 학기에 두 번 간담회 일정 계획하세요."


갑자기요? 교감선생님의 뜬금없는 메시지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런 감도 못 잡고 다시 여쭙는다.

"누구랑 언제 어느 정도 하면 되나요?"

"교장선생님이랑 자치회애들이랑 하면 됩니다."

아. 콩떡같이 말씀하셔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하는 순간이다. 음...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지?


먼저, 한 학기에 두 번 두 달 정도의 간격을 두고 날짜를 잡고 기안을 올린다. 그리고 코앞에 닥친 간담회를 위해 정신을 가다듬고 순서를 정해 본다.

저기요. 학생님들이 제일 바쁘시네요~

먼저, 아이들이 교장선생님께 궁금한 것들을 모을 수 있는 설문지를 만들어야겠지. 학생회 담당 아이에게 "설문지 하나 만들어볼래?  교장선생님께 묻고 싶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묻는 질문으로 만들될 것 같아." 이렇게 말하고 3일이 지났다. 아무 소식이 없다. "**아. 설문지 내일까지 완성해줘." , "네~" 대답은 활기차다. 또 그리고 며칠 답이 없다. 쉬는 시간에 불렀다. "**아. 설문지 어떻게 된 거니?". "아. 죄송해요. 제가 내일 밴드부 공연이라서.." 아. 그래. 바쁘구나.

 아이들과 일을 하려면 웬만한 연예인보다 바쁜 스케줄과 수시로 까먹는 건망증과 사투를 벌여야 한다. 또 기다린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다. "**아. 설문지 아직이니?" 카톡을 보낸다. "아. 선생님 죄송해요." 그리고 답이 없다. 아.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했지. 학생자치는 누굴 위한 자치인가. 아이고, 애들 자치 한번 제대로 려다가 수시로 체크하고 기다리는 상황에 도인이 될 지경이다. 안 되겠다. 당장 다음 주에 간담회 해야 하는데 앓느니 죽겠다 결국 후다닥 내가 만든다. 전교 반장들이 모인 단톡에 올리고 각반 단톡에도 올려 달라고 당부한다.  

설문 결과 분석 ~알파고 돌아간다.

이틀 후, 응답자는 200명 정도, 전체 학생수의 20%가 답했다. 결과지의 응답을 문항별로 분류한다. 간담회에 참여하는 대표 학생들에게 나누어주고 비슷한 주제끼리 응답을 모으는 작업을 같이한다. 점심시간마다 학생회실에 모여 통계를 내고 순위를 정하고 질문지를 완성한다. 자치회 학생들이 직접 과정에 참여하면 아이들의 의견을 직접 느낄 수 있고 간담회에 참여할 준비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전문화된 질문 공략으로 부드러운 대화의 장 완성!

 학생들이 중심이 되도록 하자는 부장님의 의견에 따라 원형구조로 자리를 배치하고 위화감을 없애 편안한 대화의 자리를 만든다. 먼저 1학년 학생대표가 교장선생님의 개인 신상에 대한 질문을 한다.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습니다." 순수하고 귀여운 질문에 딱딱하고 어색한 분위기가 스르르 녹는다. " 그리고 교장선생님은 언제부터 교장선생님 일을 하셨는지, 그리고 무슨 일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교장선생님은 허허 너털웃음을 지으시더니 찬찬히 한 가지씩 자상하게 답해주신다.

 이렇게 첫 질문을 시작으로 체험학습, 축제, 학교시설에 대한 질문을 각자 맡은 주제별로 한 사람씩 질문을 하고 답을 듣는다. 바쁜 와중에 질문을 잘 준비한 덕분에 생각보다 진행이 원활했고 시간도 많이 절약되었다. 딱 알맞게 40~50분 진행하고 각자 소감을 듣고 마무리한다.


보기 좋게 Q&A로 편집

간담회의 목표는 학교의 학생, 교사, 관리자 세 구성원이 잘 소통하는 것 일 것이다. 간담회를 위한 설문조사, 간담회 진행, 결과 공유 이 모든 일정이 촘촘하게 연결된다. 각각의 과정이 제때에 공유되어야 소통한다는 느낌을 구성원들이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일정을  짜야다. 간담회를 마치고 참가한 학생들이 각자 준비한 질문의 답을 정리해서 단톡에 올린다. 학생회 홍보부에서 받은 내용을 정리해서 보기 좋게 편집하고 전교에 공유한다. 이번에도 마감시한을 훨씬 지나 완성했지만, 그래도 완성해낸 게 어딘가.

각 구성원이 볼 수 있게 사방팔방 결과 공유

 잘 정리된 간담회 결과는 구석구석 틈틈이 잘 공유해야 한다. 온라인으로 학생회 인스타그램,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선생님들께는 메신저로 알린다. 마지막으로 전지 사이즈로 크게 출력해서 각층마다 붙이면 끝.


다른 사람의 의견을 대신하여 전하는 중요한 일

 학생회, 학년 반장 대표 아이들이 전체 아이들을 대표해 그들의 의견을 전하고 교장께 질문을 하고 답을 듣는 과정은 민주주의의 작은 연습이고 실천이다. 아이들의 의견을 모아 하나의 주제를 찾고 적합한 질문을 만들어 부드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교과서 속 지식을 외우기만 해서는 배울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아이들은 준비한 질문을 차분히 전달했고 다시 친구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답변을 정리했다. 그들은 친구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메신저와 대표의 역할을 하는 좋은 경험을 해낸 것이다.


아이들이 교장선생님을 찾아가고 질문을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교장선생님이 계신 그 어려운 곳에 아이들이 노크하고 들어가 대화를 요청하고 용기 내는 일은 아이들이 했고, 교장선생님께서는 기꺼이 권위를 내려놓으시고 문을 활짝 열어 학생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다. 이런 과정을 끝내고 보니 아이들이 한 뼘만큼이나 훌쩍 자라난 느낌이다. 느리지만 또박또박 자치의 길을 가는 아이들 곁에 참을 '인'자를 새기며, 긍정적인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해낸  나, 그 어려운 역할을 잘 해냈음에 스스로도 칭찬해주고픈 보람찬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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