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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Jul 08. 2022

Welcome to School Cafe

All Right English × 학생자치 콜라보

카페 개업했습니다.

각자 다른 끼가 모여 탄생한 카페

 간식 서빙을 하고 공연팀을 지원해주는 아르바이트생 4명, 순서를 안내하고 진행하는 사회자 1명, 각자 다른 개성과 끼를 선보이는 공연팀 23명, 공연을 녹화하고 영상을 편집하는 방송 지원 2명. 각자 다른 역할이지만 카페에서 각자 하나씩 일을 맡고 즐겁게 카페를 즐긴다. 모두가 참가자이고 또 관객인 음악카페가 학교에 문을 열었다.

알바생과 공연팀
코로나 시대, 소규모 카페 축제로 위기탈출

교장선생님과의 간담회에서 많은 아이들이 축제를 하고 싶다고 의견을 냈었다. 마침 영어시간에 모은 쿠폰으로 쓸 수 있는 카페를 개업할 거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해온 터라 아직 코로나도 있고 하니, 축제 대신에 반별로 소규모로 공연을 하면 어떨까. 카페에서 축제 같은 음악공연까지 더하면 딱이겠다 생각했다. 아직 대규모 공연, 축제는 부담되고 그렇다고 안 하자니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 하나 없이 심심하게 학기말 시간이 지나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것. 한 반씩 소규모로 공연을 진행하고 2학기 때는 학년에서 축제로 무대를 만들어주면 좋겠는 생각까지 해본다.

영어시간에 문을 여는 All Right Cafe 일정
없는 게 없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

노래와 춤은 기본,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친구의 갤러리 프레젠테이션, 마술공연, 팝송 가사에 맞춰 일러스트 그림을 그려 편집한 영상, 칼림바, 리코더, 우쿨렐레 등 악기 연주, 종이 접기에 물병 던져 세우기까지 정말이지 다양한 분야의 공연이 다모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아이들이 다 이렇게 참여한 건 아니다. 1차로 자발적으로 공연하고 싶은 팀을 모집했었다. 어떤 반은 0명, 어떤 반은 5팀 지원자 수가 천차만별이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꿔봤다. 모두 다 참여하는 걸로. 대신에 지원분야의 폭을 확 넓혔다.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자신이 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고 취지를 설명하고 설득했다.

애들아, 우리 모두가 공연하고
즐기고 참여하는 좋은 추억 하나 만들어보자.


종이접기와 마술 공연
악기연주와 상황극
단계별로 하나씩 준비하니 되더라.

 막상 공연을 보면 어설프고 부족한 면이 많지만 아이들이 기꺼이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무대에 서게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보다 촘촘한 단계와 계획이 있어야 머릿속의 아이디어가 눈앞에 나타나게 된다.


1단계 : 아이디어 정리하고 현실성 타진

2단계 : 공간과 시기, 지원금 살펴보기

3단계 : 선생님들께 취지를 설명하고 양해 구하기

4단계 : 학생자치 아이들에게 함께 할 수 있는지, 괜찮은 생각인지 물어보기 그리고 동의를 구하기.

5단계 : 이 모든 것을 계획서에 녹여내고 행정적인             준비하기

6단계 : 품의, 물품 구매하고 학생회 아이들과 빈 교실 꾸미기, 각 반 지원자 받기(공연팀, 지원팀)

7단계 : (카페 오픈 2주일 전) 각반 공연팀 회의, 지원팀 역할 분배

8단계 : 공연팀 연습, 리허설, 간식 분배 및 세팅

9단계 :(카페 오픈 1주일 전) 서빙팀 교육, 공연팀 리허설, 공연 소품 준비

10단계 : 카페 오픈 즐기기

11단계 : 평가 및 추가 의견 수렴해서 다음 축제 준비하기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 보이지 않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서 눈앞에 나타나게 만드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 이 일은 생각보다 아주 많은 단계와 품이 드는 일이라서 10단계쯤이나 되어야 비로소 머릿속 생각을 눈 앞에 보이는 현실로 즐길 수 있게 된다. 힘든 과정 속에서도 머릿속 생각이 현실이 될 그때를 상상하면서 일을 진행하고 하나씩 실행하면 힘든 과정을 거쳐 꿈꾸던 일이 조금씩 마법처럼 눈앞에 나타나는 신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경력이 쌓여갈수록 머릿속 계획단계는 치밀해지고 현실화된 단계의 미션은 명료화된다. 그 이유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일에서는 목적과 단계의 명료성이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렵고 모호하고 복잡한 설명은 아이들이 이해할 수 없고 왜 하는지 모르는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정확하고 분명하게 이해되지 않는 일에는 뭘 할지 모르는 아이들이 많아질 것이고 정처 없이 헤매다가 결국 빈손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끝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목적은 명확하게
단계는 심플하게
설득은 따뜻하게
아이들이 생각하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가슴 뛰는 것에 따라 산다는 것

  이 바쁜 시기에 굳이 왜?라고 묻는 다면 지금이 딱 필요한 그때이기 때문에 했다. 20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의 생기부(생활기록부)를 쓰는 일도 중요하지만 코로나로 2년을 잃어버릴 아이들의 웃음을 찾아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산처럼 쌓인 해야 할 것들 앞에서 한숨 쉬며 하루를 지루하게 보내는 것보다 가슴 뛰는 일을 하며 더 바쁘게 시간을 쪼개 살면 생각보다 하기 싫고 어려운 일들이 쉽게 풀리는 경험을 한다. 짧은 시간에 고도의 집중력으로 쌓인 일들이 평소보다 빠르게 끝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바쁘다고 내 심장이 원하는 일을 미루지 않고 그 일을 지금 바로 하는 것. 한숨이 한껏 웃음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고, 싫어하는 일, 어려운 일들은 별도의 시간을 만들어 빠르게 해 버리면 한숨 쉬지 않고, 스트레스 없이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건 비밀이다. 이것을 일중독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핑계를 대자면 나는 솔직히 일보다는 사람이 좋아서 일을 한다. 사람이 좋고 아이들이 좋고 가장 좋은 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제일 좋다. 일주일간 6개 반의 카페 운영을 마치고 마지막 정리를 한다. 아쉬운 마음에 각반의 MVP만 모아 앙코르 공연을 준비하고 주변 선생님들을 초대한다. 바쁜 일과 중에 잠시의 여유로움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으로 또 일을 벌인 것이다.  아이들의 멋진 모습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누군가와 좋은 것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만으로 큰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는 걸 알기에. 

리더로 만들어진다는 것.
깨발랄 반장들

 카페 활동이 다 끝난 교실을 구석구석 땀을 뻘뻘 흘리며 마지막 정리하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 예전과는 다른 뿌듯함이 묻어난다. 이 아이들은 각반 반장들로 처음 기획, 준비, 진행, 정리까지 같이 한 학년 자치회 아이들이다. 리더십이라는 것은 어떻게 학습되는가. 눈에 보이는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9단계의 준비가 있어야  함을 강조했었다. 학원 스케줄로 바쁜 아이들을 다그치지 않고 시간이 되는 데로 역할을 쪼개 할 수 있도록하고 미리 스케줄을 공지함으로써 자발적으로 준비하는 과정 안에 스며들도록 그들을 이끌었다. 생각해보면 리더십이란 주변을 살피는 따뜻한 마음에서 나온 관심에서 시작되서 그 관심이 행동으로 옮겨져 봉사라는 행동으로 연결되고, 그 봉사가 다른 아이들에겐 신뢰와 믿음이 되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믿음이 쌓여 반장으로 자연스럽게 리더의 자리에 서게 만드는 . 열심히 먼저 고민하고 움직이는 리더의 말을 듣고 구성원인 학급 친구들이 기꺼이 따라나서게 만드는 그  멋진 경험을 아이들이 직접 한 것이다. 리더십이 자라고 각자의 재능을 선보이는 용기가 살아나고 조용히 그 성장을 지원하고 돕는 경험이 있는 현장, 살아있는 교과서가 되어 팔짝팔짝 살아움직이는 그 순간을 목격하니 이 보다 즐거울 수가 없다.


아. 일 벌이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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