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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혹시 '재밌다'라는 말 말고요. 다른 말은 없을까요?
어느 날, 작은 질문 하나가 내 생각의 방에 노크를 한다면
노크 1. 혹시 악몽을 꾼 적이 있나요? 악몽에 시달리지 않고 잠을 잘 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분 좋은 얘기를 하다가 잠들면, 무서운 꿈을 꾸지 않아. 정말이야. 못 믿겠으면 시험 삼아 오늘 나한테 바깥세상 얘기나 들려줘 봐. 이봐, 나는 여기서 한 발짝도 나가 본 적이 없어. 같은 코뿔소끼리 좋은 일 한다고 생각하고 얘기 좀 들려줘."
노든은 그 말을 무시하려고 했다. 그 무렵 그는 숨을 쉬는 매 순간 화가 나 있었고 다 부수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앙가부에게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았다고 한다. 코끼리들에 대해서, 아내에 대해서, 딸에 대해서. 그리고 그날 저녁은 정말로 악몽을 꾸지 않았다." (긴긴밤, 30쪽)
노크 2. 하루 중 네가 가장 좋아하는 때가 있어? 어떤 때인지 말해줄래.
그럴 때가 있어. 가족들이랑 아카시아 잎을 실컷 먹고 어슬렁어슬렁 머리 위까지 높게 자란 풀숲을 거닐다 보면, 어느 순간 풀숲이 끝나고 탁 트인 초원이 펼쳐지는 거야. 그러면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신이 나서 내달렸어. 누가 더 빨리 달리는지 시합을 하는 거야. 그때는 바람보다 빨리 달렸지. (긴긴밤, 30쪽)
노크 3. 내가 만약 치쿠와 윔보처럼 알을 품는 다면?
모두가 알을 품기를 포기할 즈음, 치쿠와 윔보가 나섰다. 왜 치쿠와 윔보가 버려진 알을 품기로 마음먹었는지는 정확히 들은 바가 없다. 동물원에 새로운 펭귄이 들어올 때마다 펭귄이 우리를 안내해 온 치쿠와 윔보가 새 식구를 맞이하듯 반갑게 알에 다가갔다는 얘기도 있고, 유난히 쌀쌀했던 어느 날 밤 둘이 알을 품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있다. (긴긴밤, 43쪽)( 중략)
시간이 지날수록, 더 멀리 나아갈수록 치쿠는 수척해져 갔다. 한낮에는 뜨거운 태양 빛 피할 데가 마땅치 않았고, 밤이 되면 차가운 바람을 온몸으로 막아 가며 알을 품어야 했다. 때맞춰 먹이를 먹을 수 없는 것도, 건조해진 몸을 담글 물이 없는 것도 치쿠에게는 힘들었다. 오랜 시간 알이 든 양동이를 입에 물고 다니느라 부리도 점점 해지고 있었다.
(긴긴밤, 70쪽)
<긴긴밤>을 읽고 긴긴 내 생각을 적을 수 있다면...
헉. 어쩌다 보니 독후감을 다 썼네.
책 읽기 산보 같이 하실래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