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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Jul 24. 2022

'긴긴밤'읽고 긴긴 프로젝트(2화)

슬로리딩 × 학급 자치

긴긴밤 프로젝트 포스터

https://brunch.co.kr/@blume957q7n/93

1주차 : 책 구하고 인증사진 찍기

2주차 : '긴긴답 긴긴 답'독서 하브루타 활동,            치쿠와 윔보처럼 알 품기 체험,                   학급회의 - 긴긴밤 체육대회, 퀴즈대회 문제 만들기

 3주차 - (학급친교의 날) 긴긴밤 체육대회, 긴긴밤 퀴즈대회, 긴 김밥 만들기

학급회의로 준비하는 긴긴밤 체육대회/퀴즈

조금씩 달아오른 학급 프로젝트의 분위기를 몰아 방학식 전날 하루 종일 진행될 <학급 친교의 날> 준비를 한다. 2주차 학급회의 시간에 모둠별로 나누어 미리 계획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책 전체를 두고 퀴즈와 게임을 생각해내라고 하면 막막하고 범위가 커서 뭘 할지 엄두도 못 내기 십상이다. 한두 시간 만에 생각해 낼 수 있도록 범위도 나누어 주고 게임 예시도 제공한다. 확실한 질문과 과제를 주니 자유로운 회의시간에도 딴짓하지 않고 제법 진지하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조별 퀴즈/게임 출제 범위

 아이들이 열심히 생각하고 기록한 회의록은 잘 걷어두었다가 <학급 친교의 날-긴긴밤 체육대회/퀴즈대회> 바로 전 날 나눠주고 마지막 점검을 하고 김밥 재료도 챙겨 올 수 있도록 . 이쁜 1학년이라 이끄는 데로 잘 따라오긴 하지단계별로 꼼꼼히 챙기지 않으면 길을 잃기 쉽기 때문. 쉬운 설명과 명확한 과제를 주어야 하고 따라오고 는지 수시로 체크하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실행 바로 전날에 할 일을 기억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챙기는 것도 필수!

아이들이 스스로 운영하는 긴긴밤 프로젝트
: 위기를 너머 즐거움으로

 대망의 학급 단합대회 날이 되었다. 학년 전체의 큰 계획으로 <학급친교의 날> 시간이 배정되었고 우린 그 안에 긴긴밤 프로젝트 활동을 살포시 끼워 넣었다. 나는 다른 반 교과수업에 들어가야 하므로 오전 일정은 아이들이 스스로 운영한다. 지난 학급회의 때 미리 조별로  속 내용으로 게임과 퀴즈를 만들고 김밥 재료도 나누고 준비하도록 해둔 터라 나머지 일은 아이들에게 맡긴다. 실패해도 갈등이 생겨도 스스로 해보는 경험은 무척 중요하다.


 첫 번째 '긴긴밤 퀴즈'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계획한 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그런 에피소드는 영화에나 있을 듯. 3교시를 마치고 교실에 가니 아니나 다를까 반장의 얼굴이 심상치 않다. 반장을 따로 불러 물어보니 주말에 바빠서 PPT 편집을 다 못했는데 그걸 두고 아이들이 한 마디씩 잔소리를 했던 모양이다. 나름 준비한 반장은 욱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데로 우왕좌왕하고.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정리하러 긴급히 담임이 투입된다. 우리끼리 준비한 것이니 부족하고 실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서로 비난하는 말은 절대  하지 않고 더 잘할 수 있도록 서로 돕고 응원하는 말만 하자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실수하지 않도록 다짐을 받는다. 아이들은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얼른 자리에 고쳐 앉아  다음 활동을 시작한다.

 '긴긴밤 퀴즈'는 시행착오로 넘기고 모둠별로 준비한 게임을 하나씩 시작한다.

코뿔소 사냥꾼 게임
코뿔소 콧김으로 포스트잇 떼기 게임

책 속에서 아이디어를 내거나  예시로 나온 게임들을 나름대로 각색하고 준비해서 모둠별로 한 게임씩 준비하고 진행한다.  '코끼리 코딱지 같은 펭귄'같은 동물을 이용한 친구 별명 지어 4박자 게임하기, 코뿔소 같은 센 콧김을 발휘하여 얼굴에 붙은 포스트잇 떼기 게임, 마피아 게임을 패러디한 코뿔소 사냥꾼 게임을 비롯하여, 교실바닥 청소를 고려하여 달걀 대신 탁구공으로 바꾼 '치쿠와 윔보처럼 숟가락으로 알 전달하기'게임까지. 4교시 한 시간에 다 끝내리라고 생각하고 준비한 다섯 모둠의 게임은 5교시가 끝날 시간이 되어도 다 마치지 못했다. 하다 보니 재미도 있고 진행도 수월해져서 4교시는 담임인 내가 없이도 잘 진행된 모양이다. 5교시 우리 반 수업을 다른 반 선생님과 바꾸어 들어가서 게임하는 걸 지켜본다. 내가 따로 개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다들 잘한다.  알을 놓치지않으려고 집중해서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고 귀엽기만 하다.

알(탁구공) 전달하기 게임
'긴긴밤'읽고 긴 김밥을 싸야 제 맛이지.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긴 김밥 만들기'시간. 6,7교시를 연결해 김밥을 만들 수 있도록 시간표를 조정해두고. 미리 준비한 김밥 재료도 상하지 않도록 모둠별로 모아 냉장고에 부지런히 실어 나른다. 가사실을 빌린 덕분에 싱크대도 조리기구도 편하게 쓸 수 있다. 안전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조별로 김밥 싸기에 돌입한다. 예상했지만 모두 시끌벅적 그래도 신이 나서 상기된 표정이다.

긴 김밥을 만드는 즐거운 시간

미리 준비한 밥을 데우고 큰 볼에 모아 양념을 하고 그간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모은 재료를 모아 김밥을 둘둘 만다. 긴 김밥을 만들고자 있으나 완성작의 두께는 제각각. 칼은 위험하니 내가 담당한다. 다 싼 김밥을 가져오면 참기름을 바르고 김밥을 썰어 개인 도시락통에 담아준다. 마스크는 벗지 않고 입 속에 한 두 알 넣고 입을 오물오물 야무지게 먹는 모습이 신나 보인다. 남은 김밥은 2~3시간 안에 반드시 먹도록 공지하고 김밥 싸는 대장정의 활동을 마무리한다.

긴 김밥 아니고 뚱김밥이 된 작품들

김밥을 평소에 먹는 것은 쉬웠지만 막상 이렇게 싸고 보니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한껏 밝은 표정을 짓는 아이들을 보니 힘들었지만 보람차다. 옆구리 터진 김밥, 속을 너무 많이 넣어서 김이 닿지 않은 뚱 김밥, 얇고 길게 잘 만 김밥 같은 재료지만 모양도 두께도 제 각각이다. 같은 것을 가르쳐도 그 결과는 다 다르듯 김밥도 그런 걸까. 아이들이 가고 난 후 한동안 마무리를 해야 했지만 은은히 퍼진 고소한 참기름 향처럼 아이들과 큰 일을 해 낸 뿌듯함은 한동안 코끝에 남아 맴돈다.


P.S. 슬로리딩과 글쓰기를 연결한 활동은 다음 3화에서 계속됩니다.

https://brunch.co.kr/@blume957q7n/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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